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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02: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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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자서전.
"사실 내가 처음 왔을 때 선수 선발과 관련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이 최종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 선수는 어떠냐, 저 선수는 어떠냐" 하며 은근히 알력을 넣었다. 누구를 선발했느냐고 묻기에 선수들 이름을 나열했더니, 이 선수는 뭐가 단점이고 저 선수는 이래서 안 된다는 둥 말이 많았다. 누구는 왜 넣었고 누구는 왜 뺐느냐는 질문도 잇달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니 예전엔 개인적 인연에 따라 선수를 선발했던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어떤 선수를 선발하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자기네가 직접 언론에 발표하겠다는 말도 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이 직접 하는 것이니 내가 책임지고 직접 발표하겠다고 했더니 그들은 당황했다. 그러자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렇다면 발표 시간을 늦춰달라고 했다. 오후에 회의를 갖겠다는 것이다." 자기 소신 대로 선수를 선발한 히딩크는 4강이라는 위업을 이루었음에도, 결국 한국 축구협회와 재계약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그 스스로 재계약을 원했지만, 협회가 소신대로 행동하는 그와의 재계약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가지 말라고 하는데 뿌리칠 만큼 전 냉혹한 사람이 아닙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1998 월드컵 때의 차범근 감독 역시 자기 소신껏 선수를 선발하려다 협회와 갈등 관계와 빠졌던 케이스이다. 심지어 차 감독은 TV 인터뷰에서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결국 이로 인해 협회에 미운 털이 박힌 차 감독은 월드컵 개최 도중 경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어야 했다. 당시 외국 언론과 AFC, 해외 축구팬들조차 협회의 이런 행동을 비난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