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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4: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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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 인스타 내용 전문입니다.
오늘 유튜브에서 소아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의 브이로그를 보고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서는 이 글을 씁니다.
지구가 11월 1일에 간이식 수술을 하고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지구 소식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애가 탄다’는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혼자 있을 지구 걱정에 하루가 일년 같은 시간들이었어요. 소아중환자실 담당 선생님께서 매일 면담전화를 주셨는데, 휴대폰에 PICU라고 저장해 둔 이름이 뜰 때마다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해져, PICU 입원 한 달이 되어야만 짧은 면회가 가능했어요. 그래서 카톡이 깔려 있는 휴대폰 공기계를 전달해 드리면 아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보호자들을 위해 담당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페이스톡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 의식이 흐릿할 때는 괜찮았는데 나중엔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우는 탓에 그냥 사진과 동영상만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었지요.
수술 3일차 정도 되던 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지구와 병동에 있을 때 유용하게 쓰던 베이비캠 어플 알람이 왔습니다. 지구가 저에게 텔레파시를 보낸 걸까요?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알람을 홀린 듯 확인하며 어플을 켰는데, 화면 속에 지구가 보이는 거예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얼떨떨한 와중에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어요. 분명히 베이비캠 어플을 종료하고 전달했는데, 아마 휴대폰을 조작하시던 중 실수로 어플이 켜져 카메라가 활성화 되었나 봐요. 두 눈을 꿈뻑거리는 지구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번 말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날 밤, 몇 분 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는 모른 척 틈틈히 지구 뭐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로 어플 켜졌으니 종료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믿고 따라야 할 의료진들께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를 드려선 안 되니까요.
지구 계정을 쭉 봐오셨다면 기억하실 거예요. 매일 같이 바뀌던 지구의 헤어스타일과 하트모양으로 잘라둔 콧줄 고정 테이프, 일반병동으로 전동하는 날 건네주신 지구 사진이 담긴 액자, 그리고 숱한 동영상에 담긴 선생님들의 사랑 가득한 목소리를요.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병원에서 우연히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을 마주친 적이 있어요. 이제는 아주 건강하고 예뻐진 지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어루만져주셨습니다. 저희는 얼굴도, 성함도 모르고 제대로 된 감사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한 게 어찌나 아쉽고 죄송하던지요.
물론 저도 상처받은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이 사회 어딘가에선 의료진의 아동 학대, 무책임하고 사악한 의료사고 은폐 등..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일어나고요. 저는 한낱 평범한 애기엄마지만 이런 일에 분노함과 동시에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의료진들께,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제 몸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시는 아주 귀하고 훌륭한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구를 돌봐주셨던 수많은 의료진 분들이 한 분 한 분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자식 일이라면 헤헤 웃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서슬퍼렇게 돌변하는 게 부모라 몸 고된 것에 더하여 마음까지도 고생이 많으실 소아과 의료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선생님들께 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이 함께하기를. 온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비록 질병과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던 지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받은 사랑이 지구의 삶 전반에 크나큰 힘이 되어줄 거라,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거라 믿습니다.
이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올리기로 결정한 건 우리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들을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진심이 닿기를, 부디 이 영상으로 인해 의료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영상 속 간호사 선생님이 누구신지를 몰라 허락을 받지 못했어요. 이 목소리의 주인공께서 이 영상을 보신다면, 꼭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아가들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보호자 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응원과 기도를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