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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2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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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사직 롯데-NC전을 앞두고 김시진 롯데 감독이 기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나성범이 요즘 부진한 것이 부정배트 때문이라는 말이 뭔가요?"
최근 들어 NC 나성범의 타격 페이스가 주춤하자 각종 온라인 상에서 마치 정설처럼 퍼지고 있는 악의적인 헛소문이다. NC 관련 기사 댓글마다 '부정배트'라는 비아냥이 달리고 있다. 그냥 넘기기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오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6월 18일 4개 구장에서 동시에 KBO 심판위원들이 배트 검사를 했다. 올 시즌 타고투저가 심각한 것도 있는데다, 매년 정기적으로 3~4차례 하는 배트 검사였다. 이날 각 구장의 양팀 덕아웃을 찾은 심판위원들은 배트에 칠해진 도료가 짙어 나이테가 안 보이는 방망이를 검사했다.
야구배트 공인규정 제4조 '제조기준'에는 '표면에 도포하는 도료는 자연색,담황색,다갈색,검정석에 한하며, 나무의 결이 보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이 보이지 않는 배트는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짙게 칠해진 배트들이 늘어났는지, 문제가 있는 배트 제작업체나 구단에 권고 조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마산구장을 찾은 심판위원은 롯데 덕아웃에서 백업 타자가 쓰는 A업체 방망이의 사진을 찍었다. 검은색 도료가 너무 짙게 칠해 결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에 잘 출장하지도 않는 타자의 방망이 사진은 왜 찍어가는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NC 덕아웃에서도 도료가 짙은 검은색 배트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나성범의 배트를 찍어간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후 KBO를 통해 NC와 롯데 모두 배트에 대해 아무런 권고 조치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심판위원이 사진 찍는 것을 두고, 마산구장에서 마치 부정배트가 발각됐다는 늬앙스의 보도가 있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NC 타자들이 부정배틀를 쓴다고 단정지었다.
공교롭게 지난 18일부터 나성범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다. 6월말까지 치른 10경기에서 나성범 타율은 0.184 (38타수 7안타) 였다. 무안타 경기가 5차례나 됐다. 6월 마지막 29일 롯데전에서 3안타를 치면서 10경기 만에 멀티 히틀르 기록했다. 그러자 잘나가는 NC를 시샘하는 이들은 헛소문을 더욱 확대시켰다.
타격 부진의 이유는 따로 있다. 18일 경기서 나성범은 자신의 타구에 오른 발목 부근을 맞아 경기 도중 교체됐다. 이후 통증으로 타격 밸런스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웬만한 부상은 티도 안 내는 나성범이 타구에 맞고 힘들어해서 교체했다" 고 말했다.
또한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나성범은 시즌 초반부터 줄곧 상승세를 달려왔다. 이제 1군 2년차다. 타격의 신이라도 한 시즌을 치루면 슬럼프는 한 두번 오기 마련이다. 김경문 감독은 "타자가 매일 2안타씩 칠 수 있나. 나성범이 지금까지 해준 것만 해도 대단하다"며 "3할 5푼 이상 타자들은 타율이 내려올 때가 됐다" 고 말했다.
3할 8푼대까지 치솟았던 나성범의 타율은 6월말 현재 0.360이다. 이것 또한 엄청난 기록이다. 참고로 나성범은 올시즌 J사 , Z사 , P사의 갈색 배트를 사용해왔다. 롯데 3연전에서 배트가 자주 부러져 29일에는 평소보다 조금 가벼운 검은색 R사 배트를 썼다.
잘못된 사실을 부풀려서 선수를 근거 없이 깎아 내리는 삐딱한 시선은 없어지길 바란다. 땀 흘려 노력해서 잘하는 선수를 칭찬하고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마음의 상처를 줘서 되겠는가.
출처:베이볼긱 한용섭 기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