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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1 19: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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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의 얼굴을 찿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우적 허우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 왔어요, 애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수 없어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 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싺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 바람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민들레의 노래>를 읽을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가 장가간다!....철환이가 장가간다!......너무 기쁘다!......
어제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밤하늘의 으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 예쁜 놈만 골라냈다
신혼 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 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13,000원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석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 나를 바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 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 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