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서울지역에서 발행하는 영수증, 순번대기표, 은행자동입출금기거래명세표 등 27종을 무작위로 수거해 내분비교란물질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24종(89%)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가 검출된 영수증에서는 적게는 0.8%, 많게는 1.7%까지 비스페놀A를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손으로 만졌을 때도 비스페놀A가 미량이지만 묻어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 비스페놀A는 무엇인가?
비스페놀A는 생식독성을 야기할 수 있는 물질로 적게 노출되더라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많은 양에 노출되면 기형아 출산, 태아사망, 불임, 유방암, 성조숙증, 성기능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스페놀A의 잠재적 영향가능성을 고려할 때 낮은 수준의 노출도 주의해야한다”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태아, 영유아, 어린이의 뇌행동전립선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 이하라도 ‘약간 우련됨’이란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비스페놀A가 내분비계 교란물질로서 남성에게서 발기부전을 일으키고 무정자증을 유발해 불임의 원인이 되며 여성에게는 기형아 출산, 태아사망, 유방암, 성조숙증 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우리 주변은 온통 ‘감열지 투성이’
문제는 시중에서 쓰이는 ‘비스페놀A’ 검출 영수증의 대부분은 ‘감열지’ 영수증 이라는 점이다.
감열지란 열을 가하면 색이 드러나도록 약품 처리한 종이로 이 약품에는 염료와 색을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증감제’, 색을 내게 하는 ‘현색제’ 등이 들어가며 영수증에서 비스페놀A가 발견되는 이유는 비스페놀A가 감열지에서 현색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는 은행 대기표, 영수증 등 비교적 접하기 쉬운 감열지에 국한돼 조사를 진행했지만 우리 주변에는 입장권, 극장표, 주차권 등 수 많은 곳에서 감열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감열지가 비스페놀A를 함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파악이 되지 않고 있어 해당 감열지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기업의 친환경 영수증 도입 움직임 줄이어
이에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비스페놀A’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영수증을 지난해 도입했다.
이마트가 도입한 친환경 영수증은 최근 유해성 논란이인 ‘비스페놀A’ 대신 ‘4,4’-디하이드록시디페닐설폰’을 사용한 것으로 ‘4,4’-디하이드록시디페닐설폰’은 비스페놀A 대체물질로 유럽식약청 및 미국 FDA 승인을 얻어 젖병, 섬유 등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또한 스타벅스도 지난 2월 전국 45개 도시 400여 매장에서 기존 감열식 고객 영수증을 친환경 용지로 모두 교체했다. 새 용지는 국내 업체에서 개발한 ‘그린 플러스 감열지’로 유럽 식약청과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아 안전성이 검증된 대체 물질(디하이드록시디페닐설폰)을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친환경 용지로 영수증을 교체하면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국 매장에서 하루 평균 20여만건의 영수증이 발급되고 있어 이를 취급하는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한국소비자원 “전자영수증 도입 필요해”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친환경 영수증의 도입과 함께 감열지 사용량 저감 및 자원절약을 위해 전자영수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009년 현금·카드 영수증 발급건수는 113억2000만건 이었으며 이로 볼 때 영수증 발급에 의한 감열지 사용규모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며 “감열지 사용량을 저감시키기 위해서는 종이영수증 사용량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내역을 인터넷·핸드폰으로 확인 가능한 전자영수증 제도를 도입해 종이영수증 발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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