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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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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그는 김반장이라 불렸다. 나이많은 아저씨 아줌마 사이에서 비교적 적은 나이에 들어와 힘든 일을 도맡아 하다보니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물건 나르던 일에서 시작하여 어엿한 사장님이 된 그에게 새우는 삶의 동반자이자 밑거름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새우 판매에 열을 올리던 그의 눈 앞에 어린 아이 하나가 섰다.
-아재 그거 새우?
-아직 팔팔한거 보이지? 갓 잡아온 새우라 맛도 좋고 싱싱하지. 왜, 먹고싶니? 엄마는 어디 가셨니?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엄마는 일나가고 없다고 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맛뵈기로 구워둔 새우 하나를 집어 줬더니 맛나게 먹는다.
-어떠냐 내 말이 맞지? 이따 엄마 오시면 말씀 좀 드려볼래?
아이는 그러겠다고 끄덕이더니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다. 혼자서 갈 수 없느냐 물었더니 혼자는 무섭다고 하여 마침 한산한 시간이라 잠시 옆 가게에 가게를 맡아달라 부탁하고 아이와 같이 나섰다.
-읏..차!
-어이구 쪼꼬만 녀석이 어째 우리 삼촌같은 소리를 내고 있.. 허..
김반장은 그날 이후 시장의 명물이 되었다.
전국각지에서 김반장의 새우가 팔렸고 도지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김반장의 공로를 높이 사 부서진 간이 화장실을 최신식 화장실로 바꿔주었다. 어떻게 숨기고 다녔냐, 비결이 궁금하다며 연신 술을 권하는 아저씨들과 옷깃을 잡아끄는 이모들의 유혹을 뿌리치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김반장은 그날에 있었던 아이의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재 그거 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