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2
2016-04-24 18:27:31
7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랬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 닫고
침을 삼키듯 목 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 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 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끊긴전화 -도종환 -
고시라는게 참 그렇죠...ㅠ
혹여나 서로에게 방해가 될까 쉽게 다가갈수 없는..
힘든 시간이지만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ㅎ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