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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wder_592
    작성자 : 적반하장
    추천 : 0
    조회수 : 324
    IP : 220.77.***.21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07/05 18:49:14
    http://todayhumor.com/?powder_592 모바일
    [자작] 섀도우 프로젝트 - 1
    “연기는 그 쯤 하시지?”

     낮게 변조된 목소리만 들리는 남자는 여러 대의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는 저격 궁수 차림을 한 남자에게 말했다. 그는 의자에 몸이 묶여 있었고 그의 앞에 있는 화면에선 그가 생각하는 것들이 글 또는 영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물 이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했다.

     “황태자를 암살하려고 한 죄가 큰 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페이지.”
     “정말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난 아니라고요! 설령 나라고 해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목소리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잠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또렷하게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나는 데 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저는 그날 황제를 알현하였습니다......”

    페이지가 말하는 내용은 앞의 모니터에 영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11개월 전, 난 제국의 저격 궁수로 고용된 이래 처음으로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 내 양 옆은 그의 호위기사가, 내 뒤에는 제국 마법사들이 따라붙었다. 그들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표정이 너무 굳어있어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긴 복도를 한참 걸어갔다.

     “어찌 좀 할 만 한가?”

    내 옆에서 따라붙던 호위 기사 한 명이 말을 걸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지만 보기만 해도 지루함이 묻어났다. 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이니 그와 대화하기로 했다.

     “아직 임무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황제께서 괜히 자넬 부른 게 아닐 걸세. 아직 신참인 것 같으니 괜히 허튼 짓은 하지 말게나.”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그를 보며 살짝 웃었다. 거대한 붉은 문 앞에 서자 그는 문을 열어주었다. 한 발짝 들어서자 자신의 호신용 단총의 총열을 닦던 황제가 나를 보고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의 얼굴은 인자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것 같았다. 황제는 내가 그의 바로 옆에 앉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신참이라고 들었으니 경험도 쌓을 겸 맡을 임무가 있네.”
     “말만 하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황제는 그의 안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고 환청이 들려왔다.

     W P R, C J, E O T, H S, D O A,.......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어찌 생각하면 쉬운 말이겠지만, 자네가 맡을 임무는 ......."

    그가 말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글자의 조합이 떠올랐다. 흐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그의 총을 집어서 그를 겨누는 환상이 겹쳐졌다. 황제는 나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점점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갑자기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네가 맡을 임무는, 특수 부대에 편성되어서 우리 제국 내의 극 보수 세력을 숙청하는 일일세.”
     “......알겠습니다.”
     “인원 자체는 5명으로 적지만, 모두 정예 인물들이니 걱정은 말게나. 나가보게.”

    나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문으로 걸어 나갔다. 잠시 황제를 보니 왠지 그가 피투성이로 보였다. 난 다시 문 밖으로 나갔다. 문간을 지키던 아까 그 호위 기사가 나를 보며 말했다.

     “별 일 없었나?”

    나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 * *

     페이지는 입에 거품을 물며 발작을 일으켰다. 아까까지는 비어있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나서 쇼크가 온 모양이었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와 경보음이 귀를 찢을 듯이 휘몰아쳤다. 남자는 의자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한바탕 스파크가 튀자 페이지의 몸은 잠잠해졌다. 기절을 한 모양이었다. 반투명한 벽 뒤에서 남자는 생각했다.

     ‘분명 아까까진 없던 기억의 내용이다. 이상한 글자의 조합, 겹쳐서 보이던 섬뜩한 환상. 그리고 임무에 관한 내용까지. 정녕 이놈은 뭘 숨기고 있단 말인가?’

    죽은 듯 거품을 물고 늘어져있는 페이지를 잠시 지켜보던 남자는 종이를 넘겨 무엇인가를 빠르게 적었다. 아까 영상에 비쳤던 글자들이었다.

     ‘W P R C J E O T H S D O A’
     ‘대체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말이지?’

    남자는 페이지가 깨어날 때 까지 그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적반하장의 꼬릿말입니다
    중세 판타지 추리 스릴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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