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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15056
    작성자 : aeio
    추천 : 138
    조회수 : 10980
    IP : 59.18.***.17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02/17 00:56:53
    http://todayhumor.com/?military_15056 모바일
    치킨과의 전쟁
    <p>군대에 있으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잘 먹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부대는 그다지 좋은부대는 아니었다.</p><p>군대 밥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밥이 맛없는 부대로 유명했고 대대에 있을땐 그나마 덜했지만 </p><p>해안에선 그 정도가 좀 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독립초소에 몇 명 안되는 취사병 중 처음부터 취사병 보직을 받고 온 병사들은 </p><p>몇명 안되었고 취사병 대부분이 일반 보병으로 입대 했다가 사고를 치고 영창에 갔다가 취사병으로 전출된 케이스 였기 때문이었다.</p><p>그러니 밥이나 반찬이 맛있을 리가 없었고 대부분 재료의 맛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었다. 반찬의 양도 그리 많은 것이 아니라 </p><p>고기같은 경우는 좀 더 먹고 싶어도 금방 동이 나버리고는 했다. </p><p><br></p><p>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터덜터덜 내려가고 있을 때 오랜만에 맡아보는 그리운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p><p>그날 저녁으로 나온 메뉴는 치킨이었다. 사회에 있을 때 남들 못지 않게 치킨앓이를 해왔고 세상 어딘가에 치킨나라가 있다면 </p><p>그곳 영주권자가 되기를 소망해 왔던 나였기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군대에 와서 반찬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치킨이었기에</p><p>경건한 마음으로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비록 사회에서 먹는 치킨과는 비할바가 아니었지만 그냥 치킨을 먹는다는 그 자체만으로 </p><p>행복한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얼마 후 다시 반찬으로 백숙이 나왔을 때 다시 재회한 닭다리에 반가움과 동시에 왠지모를 찝찝함이 </p><p>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치킨나라로 입국하기 위한 이미그레이션에 불과했다. </p><p><br></p><p>그후로 tv에선 연일 조류독감에 관한 뉴스속보가 쏟아져 나왔고 우리는 그제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론 지옥의 시작이었다.</p><p>오직 닭만이 존재하는 차원의 문이 열린건지 매일같이 닭고기 요리들이 쏟아져 나왔고 몇일 사이에 닭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를 </p><p>맛본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맛이 없었다. 퍼석퍼석한 닭과 취사병들의 요리실력이 어우러져 닭요리 애호가인 나조차도 금새 질려버리고 </p><p>말았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닭요리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질려버린 고참들은 하나 둘 식사를 거부하게 되었다. 나역시 그러고</p><p>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직 찌질한 짬의 소유자였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이주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p><p>아침 백숙 점심 삼계탕 저녁 후라이드치킨의 트리플 크라운과 힘없이 베어문 닭다리가 덜 익어 피맛을 본 고참이 이성을 잃고 </p><p>취사장으로 뛰어들려했고 그를 말리기 위해선 꽤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참들은 라면과 맛다시로 하루하루 연명했고 남은 반찬은</p><p>후임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얼마 가지 못했다. 부대에 방문한 보급관님이 잔뜩 남아있는 닭들을 보고 식사거부 하는 놈들은 </p><p>다 싸잡아 모아놓고 닭고기만 맥이든지 영창에 보내버린다고 엄포를 내렸고 그렇게 치킨나라의 국경을 몰래 넘으려던 불법 이민자들은</p><p>모두 본국으로 소환되었다. </p><p><br></p><p>시간이 갈수록 맛을 줄고 양은 늘어만 갔다. 이제는 백숙이 나오면 거의 닭 한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참다 참다 폭발한 </p><p>것은 전의 그 고참이었다. 그날도 백숙이 나왔고 여느날 처럼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닭 가슴살을 억지로 씹어넘기고 있었다. 문제는</p><p>그 고참의 백숙에서 다리가 세개 나온 것이었다. 격노한 고참은 남들은 닭을 주고 자신에겐 삼족오를 줬다며 분을 참지 못하고 닭다리를</p><p>든 채 주몽을 쫓는 대소처럼 취사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취사장으로 들어간 고참은 취사병들이 먹는 반찬이 우리들 것과는 좀 틀리다는걸</p><p>발견했다. 자기들 밥만 따로 요리해서 먹고 있는걸 발견한 고참은 다른 중대 아저씨 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온갖 욕설을 날렸고 </p><p>주먹다짐 직전까지 가서야 그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한달정도를 입이 부리가 될 정도로 닭을 먹고서야 겨우 메뉴에서 닭고기</p><p>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치킨과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p><p><br></p><p>하지만. 그해 여름.. </p><p>구제역이 오고 있었다.</p><p></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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