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시간이 흘러 나는 상병 말호봉이 되었고 어느새 분대내 넘버투의 위치가 되어있었다. 분대 내 유일한 고참인 말년병장은 <br></p><p>홀어머니처럼 몸져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미 군인으로써의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고 분대 내 대부분의 </p><p>일을 내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 </p><p><br></p><p>그러던 어느날 우리분대 막내가 k2 가스마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뭐 걸핏하면 없어지는게 가스마개이고 군생활 하다 </p><p>한번쯤은 그럴수도 있기 때문에 전역한 고참한테 물려받은 가스마개를 주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런데 몇일 후 </p><p>이번엔 다른 후임이 또 가스마개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겼다. 그때 뭔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졌다. 왜 훈련이 없는데</p><p>가스마개가 없어졌을까? 우리 부대는 내무실 안에 총기함이 있었는데 왜 문쪽에 가까운 우리분대 총기함의 총에서만</p><p>가스마개가 없어지는걸까? 왜 이런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데도 우리 분대장은 김첨지의 부인마냥 누운채 일어날 생각을</p><p>하지 않는걸까?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이내 나는 이건 단순 분실사건이 아닌 제3세력이 개입된 </p><p>도난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심증만 있을뿐 물증이 없는데다 누군가 우리를 잘 알고있는</p><p>면식범의 소행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느껴본적 없는 격렬한 분노를 느끼며 얼굴은 본적 없지만 내 할아버지 군번의 </p><p>명예를 걸고 범인을 꼭 색출해 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p><p><br></p><p>그렇게 은밀히 수사를 진행 하던 중 유력한 용의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유력한 용의자는 옆소대 후임이었는데 불침번근무자</p><p>들을 심문한 결과 새벽에 우리소대 내무실 주변을 기웃거리는 걸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고 왠지 나는 이놈이 범인이라는</p><p>걸 직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놈은 전에 이미 남의 양말을 신고있다 걸린 전적이 있는 전과자 였기 때문에 나의 심증은 </p><p>더욱 더 굳어만 갔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다짜고짜 찾아가 가스마개 내놔! 라고 하면 드.. 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것 같지도 </p><p>않았고 갑자기 그놈이 갑자기 회개하여 나를 찾아와 울고불며 자신의 죄를 간증할 확률은 더더욱 적어보였다. 몇시간을 고민하다 </p><p>함정을 파기로했다. 일단 우리분대 총들의 가스마개 안쪽에 화이트로 표시를 한 후에 불침번 근무자를 불러 이유는 묻지말고</p><p> 새벽에 몰래 옆 소대 후임 가스마개를 빼서 가져오라고 말했다. 만약 누구에게 얘기한다면 너의 군생활에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라고</p><p>단단히 일러두고 기다렸다. 그놈이 범인이 아니라면 나중에 다시 돌려주면 될일이고 그놈이 범인이라면 필시 가스마개가 또 없어질 </p><p>것이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또 가스마개가 없어진 것이었다. 걸렸구나 하고 옆소대로 뛰어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분명 </p><p>없어야 할 놈의 가스마개가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걸 발견했다. 가증스럽게도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수한 얼굴로 날 쳐다보는</p><p>놈에게 이건 어디서 났냐고 물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한다면 그 실낱같은 목숨을 조금이나마 연장시켜줄 용의가 있으니 솔직히</p><p>얘기 하라고 했지만 놈은 끝까지 잡아뗄 뿐이었다. 열이 오를대로 올라서 가져간 가스마개를 던지며 니 가스마개는 내가 가지고 있었</p><p>는데 네놈이 총에 마데카솔이라도 발라서 가스마개가 새살처럼 돋았구나 이 가스마개새퀴야 라고 외치자 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p><p>눈치 챈 듯 사시나무 떨 듯 떨기 시작했다. 결정타를 날리기로 마음먹고 지금 니 총 가스마개에서 만약 내가 표시한 가스마개가 나오면 </p><p>넌 오늘부터 저승에서 일석점호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가스마개를 여는데 그제서야 놈은 자신의 죄를 실토하기 시작했다. </p><p>내 예상대로 앞서 있었던 사건의 범인 모두 그놈이었다. 결국 범인은 그렇게 검거되었고 우리 부대 모두에게 양말도둑이 가스마개도둑</p><p>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