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올라온 "일본이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라는 글을 보고 댓글을 달며 생각하다 짧게 적어봅니다.<br><br>일본은 자국의 잘못을 국가 간의 갈등으로 끌고가길 좋아합니다. 특히 과거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과는요.<br>이런 식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의 억지'이다, 위안부 협상을 통해 '한국 정부'와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br>강제 징용 문제 역시 한일 수교 당시 '한국 정부'와 합의하여 보상한 문제이다.<br>일본은 피해자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한국' 혹은 '한국 정부'를 얘기하죠. <br>엄연히 말해서 한국 정부는 피해자를 대리할 뿐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요.<br><br>그런데 문제는 한국 역시 민족주의(그것도 군사 독재 시절의 파시즘 냄새가 잔뜩 풍기는)가 팽배한 나라라서,<br>일본 외무상이 저런 말을 하면 네이버 댓글창이 뜨거워집니다. 일본의 저런 억지를 민족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하는 거죠.<br>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야후재팬이든 네이버든 '피해자'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br><br>일본으로서는 이득입니다. 피해자가 사라지니 가해자도 실체가 흐려집니다. 이제 문제는 국가와 국가의 것으로 치환됩니다.<br>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면 쉽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나라의 싸움이면 우리나라에 마음이 쏠리는 게 사람 심리거든요.<br>한국과 일본 같이 전체주의 색체가 강한 나라면 더 그렇고요. 그렇게 일본의 권력층은 자국에 대한 비판을 외부로 투사하고,<br>국제 사회의 비난 역시 국가 대 국가의 갈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숨음으로써 회피하려 합니다.<br><br>일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 '일본'과 '한국' 사이에 '위안부'라는 문제로 다툼이 있다. <br>일본인은 물론 많은 한국인도 이 문장에서 '한국'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감정적인 분노를 쏟아내기에 바쁩니다.<br><br>그런데 사실은 아닙니다. 강제징용, 특히 위안부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본'이 우리나라 '한국'에게 그런 짓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br>문제의 실체는 이겁니다 : <b>일본이라는 '국가 권력'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 힘없는 '개인'을 '반인륜적' 상태로 몰아넣었다.</b><br>일본이 그랬든, 미국이 그랬든, 한국이 그랬든, 누가 누구에게 그랬든 이건 비난해야 하고 반성해야 하고 사죄해야 하는 일입니다.<br>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한다고 말하지만,<br><b>사실은 피해 입은 '개인'들이 당시에 그런 만행을 저지른 '국가 권력'의 사죄를 요구하는 것입니다.</b><br>옳고 그름을 가르기에는 너무나 자명하기에 일본 정부가 그렇게 숨기고자 하는 문장이지요.<br><br>앞에 게시글에서 나온 헌법의 문제도 같은 식으로 해석해야 합니다.<br>3.1운동이 헌법 서문에 명시될 정도로 중요한 것은, <b>이땅의 민중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주장하며 일어난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b>이지,<br>단순히 규모가 큰 반일운동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4.19 혁명이 헌법 서문에 바로 이어 나오는 것이고요.<br>(사실 일본에는 이런 역사가 없지요. 패널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도 이해합니다.)<br><br>그렇기에 우리는 조심해야합니다. 일본의 억지를 보며 감정적인 화를 내는 건 일본의 권력층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br>항상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과 한국이 아니라 전체주의적인 국가권력과 그 아래서 억압받았던 민중의 문제라고.<br>
굳이 일본과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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