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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9873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5
    조회수 : 654
    IP : 1.240.***.3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9/02/18 23:33:59
    http://todayhumor.com/?panic_99873 모바일
    [추리, 스릴러] 리와인더 49화입니다.
    옵션
    • 창작글

    2주만에 돌아온 리와인더... 49화입니다.


    완결은 3월이내에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겠네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49.



    오주혁은 돌아가고 한숨 돌렸다. 어떻게든 둘러댔지만, 워낙 서툴러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냥 진이 빠져있을 수만도 없었다. 한지석이 어디로 간 거지? 한지석이 경찰까지 불러서 나를 떼어낸 것은 이상했다.


    왜지? 차라리 며칠 정도 조용히 지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조급해졌나?


    나를 이렇게 잡아둔 이유는? 다행히 오주혁의 도움으로 빠르게 빠져나왔지만, 그 도움이 없었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모른다. 경찰서로 데려가 사정 청취 인지 뭔지를 듣거나 하지는 않았을까?


    그랬으면 한 두시간은 금방이다. 스마트폰으로 뭘 하려 해도 그것마저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았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20분 정도는 낭비했다.


    한지석이 사라진 방향은 내가 있던 반대쪽 골목이었다. 저 방향이면 내가 사는 아파트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경찰에 추궁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간 것일지도 모른다.


    한지석이 어떻게 행동할까. 한지석이 이렇게 나를 잡아두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 것은 어떻게든 일을 저지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피해자인 하연이를 노릴 것이다. 그래. 나는 적의 목표를 알고 있었다. 적. 맞아. 이제 더이상 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한지석은 더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일단 그건 차치하고, 적의 목표를 알고 있다는 건 앞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하연이에게 연락했다.


    ----


    문제는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을 넘기려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지석의 의지 자체를 꺾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은 리와인더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저번엔 리와인더를 통해 발생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려 했다. 그 결과 다시 사건이 일어났고 다시 리와인더로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보면 첫 번째 리와인더도 그런 면이 있었다. 미연에 방지하려 했지만 결국 내 몸을 던져 막아내야만 했다.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결국 한지석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위험할지도 모른다. 여러 번의 리와인드 그 중엔 나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한 것도 있었다. 두 번인가 고통이 직접적으로 전해져왔고 그중 하나는 내 등에 피멍까지 남겼다.


    이미 없어져 버린 미래가 그 후유증으로 단순한 감각이 아닌 실재하는 흉을 남길 정도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날붙이를 가져가는 건 왠지 꺼려지고... 결국 챙긴 것은 야구 배트였다. 애들 장난감용이라 그렇게 크지 않아 가방 안에 들어갔다. 왠지 배트를 만지고 있으니 사타구니가 아리는 느낌이 나긴 했지만... 뭐 그건 실험 탓이겠지.


    나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한지석이 하연이를 불러낸 곳으로.


    처음엔 한지석이 하연이를 어떻게 끌어내려 했을까. 스스로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하연이에게 연락하고 나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녀석은 내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 SNS 아이디를 사용해서 나를 사칭하고 하연이를 불러내었다. 하연이는 장소에 의문은 가졌지만 나를 믿고 나갔고, 다행히 가던 도중 나의 연락을 받았다.


    나는 하연이에게 해킹당했다며 돌려보냈고 하연이를 어디로 불러내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지석이 하연이를 불러낸 곳은 아파트 단지의 구석 외진 곳. 살짝 언덕진 데다 나무 그늘까지 져 있어 다른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용케도 이런 데로 부른 걸 온다고 하다니... 하연이도 날 너무 믿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평소엔 오히려 미덥지 못하게 보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이러니 새삼 고마웠다.


    약속장소에 도달할 때쯤 발걸음을 멈추었다. 야구배트... 장난감이긴 하지만 제대로 맞는다면 앵간한 흉기와 다를바 없었다. 겉은 약간 푹신한 것으로 감싸있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주변에 한지석이 있을 것 같아 멀리서 약속장소를 둘러보았지만 한지석은 보이지 않았다. 한지석이 하연이를 불러낸 건 한참 전이었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로.


    나도 어느 정도 몸을 숨기며 이동했으니 들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확히 어떨지는 모른다. 만약에 나를 봤다면 한지석은 도망치려나. 이미 하연이가 늦는 것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걸.


    “후.”


    긴장감이 고조된다.


    한지석을 유인해서 끌어내거나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거나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정면으로 맞설 때 한지석이 도망가지 않을까. 만약에 몸을 숨긴 채 지켜보고 있다면 그 녀석은 어디에서 지켜보는 거지? 주변엔 아파트뿐이다. 밖엔 숨을 만한 곳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옥상에서 지켜보는 정도뿐일까? 하지만 옥상에선 나무에 가려 약속장소는 안 보일 텐데... 아니, 어차피 가는 길목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골목이 전부 보이는 옥상은 세 군데다.


    하지만 약속장소에 내가 없는 걸 안다면 하연이가 나에게 연락을 하겠지. 그걸 방지하기 위해선 오는 걸 보고 바로 따라 붙어야 했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건 하나. 이쪽 옥상인가. 여기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까? 아니 CCTV가 있다. 그게 증거로 남는 건 나한테 좋을까? 가방 속의 배트가 마음에 걸렸다. 계단? 너무 지쳐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CCTV에 찍히면 굳이 몸을 숨겨가며 여기까지 온 이유가 퇴색된다.


    계단을 빠르게 오른다. 너무 지치지 않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10층에 가까운 계단을 호흡이 좀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나. 8층에 가까워지고 배트를 가방에서 꺼낸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여 옥상까지 다가갔다. 문은 닫혀있다.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린다. 문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게 천천히 당긴다.


    끼기긱.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을 무시하듯 문에서 쇳소리가 울린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오른손에 쥔 배트를 꽉 쥐었다. 문이 열리고 옥상이 눈에 들어왔다. 정면 그리고 좌우의 난간. 문 너머의 시야에 한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보고 있다면 이쪽에 있는 게 맞을 텐데. 헛다리를 짚었나?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거지? 일단 옥상에서 조금 살펴볼까.


    나는 문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문고리에서 손을 놓았다.


    그러고 보니 옥상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보통은 잠가놓는 편인데. 뭐 가끔씩 옥상에 화분을 놓고 관리한다고 왔다 갔다 하며 잠가놓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던데...


    하지만 여기에 화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열려있는 건가..?


    나는 그 순간 몸을 뒤틀었다. 귀에 발소리가 스쳤기에 그리고 오른쪽으로 몸을 뒤틀며 배트를 휘둘렀다.


    퍽!


    배트를 휘두른 오른손에 분명 감각이 있었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건 손을 움켜쥔 채 신음을 내뱉는 한지석의 모습이었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통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제대로 찾아왔다. 한지석은 조급하다 못해 본심을 드러냈고 그 뒤를 잡아내었다. 여기서 마무리만 지으면 문제없었다. 나는 손을 움켜쥔 한지석을 보며 호쾌하게 외쳤다.


    하! 내가 당할 것 같았어?


    ...


    뭐야. 뭐지 분명 외쳤다고 생각했는데 입만 움직이고 말할 수가 없었다. 복근이나 폐, 횡격막 모두 굳어버려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 나는 당황스러워 내 몸을 살폈다.


    오른쪽 옆구리에 박힌 칼이 보였다. 그걸 보고서야 화끈한 감각이 신경을 타고 퍼져나갔다. 시야가 살짝 암전되는 기분이었다. 화상을 입은 듯한 뜨거움에 오히려 제정신을 차린다. 얇은 여름옷이 따뜻한 내 피로 축축하게 적셔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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