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gers
난 아빠가 없었다. 엄마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우린 그걸로 괜찮았다. 자궁에 있을 때, 엄마는 출산을 재고할 것을 권고받았다. 의학적 지식보다는 의료 폐기물들로 가득한 의사놈들이 엄마에게 내가 선천적 불구를 지닌 기형아로 태어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놈들은 그리 말하며 내가 손가락이나 발가락 몇 개 없이, 심지어는 아예 사지가 없이 태어날 거라고 했다. 내 엄마, 홀몸에다 인공수정으로 날 밴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를 가지길 간절히 바랐고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었다.
엄마가 말하길 산도를 통해 나왔을 때, 나는 울기보다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했다. 마치 세상을 만날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 마냥. 내게 선천적 결함이 있는지 검사한 이후 의사들은 내가 유전적 문제를 완벽히 뛰어넘고 태어났다며 집으로 데려가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6학년 때 친구와 낡은 철로에서 놀다 불행이 일어났다. 기차가 달려올 때 누가 가장 늦게 손을 떼나 내기를 하다 손을 너무 늦게 빼고 말아 손가락들이 아예 짓뭉개진 것이다. 수술 뒤 내게 남은 거라곤 그저 손바닥밖에 없었다. 엄마는 사사건건 내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신이시여, 그녀를 축복하길.
그리고 한 달 전, 내 손가락들이 기적적으로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디마디 자라나는 손가락은 신비 그 자체였고, 실로 경탄할만한 일이었다.
바라건대 이제 이상한 곳에서는 자라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