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일이 안 들어와서 반 강제로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가 된지 오래...
‘팟캐스트나 들어야징~’하고 뭔가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무서운 이야기 2014’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뭔가 싶어서 아무거나 듣는데...
하필 그것이 ‘짱공유’에서 봤던 ‘손각시’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보는 것 보다, 들으니까...
오싹하더라고요.. 하하.
아... 팟캐스트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손각시 이야기를 들으니,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해주시던 손각시 이야기가 떠올라서요.
모처럼 날씨도 도와주네요...
분위기도 꿀꿀하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그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때는 70년대 초반,
경남 하동의 조그마한 마을에 덕배라는 아이가 살았습니다.
덕배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효자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도우며, 동생까지 돌보는...
가족밖에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거기에 머리까지 명석해서, 공부도 굉장히 잘하는 우등생이었습니다.
늘 학교를 마치면, 시장으로 가서 생선을 파는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힘들까봐 동생을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재우고 했습니다.
말이 쉬워서 학교 갔다, 시장 갔다가지...
학교에서 시장까지 약 3km 정도, 다시 시장에서 집까지 약 5km 정도를 걸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70년대 시골이지 않습니까?
그런 먼 거리에도 불평불만이 없는 덕배는
‘어떻게 하면 어머니가 가진 마음의 짐을 덜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여느 때처럼 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덕배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습니다.
“미숙아, 오빠야 오줌 좀 쌀게. 옆에 단디 있으레이(꼭 붙어 있으렴)”
덕배는 오줌을 누면서도, 동생에게 눈을 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싸아~ 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안개가 눈앞을 뒤덮었습니다.
아뿔싸...
바로 옆에 있던 동생 미숙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서, 안개를 해치며 동생을 찾았습니다.
“미숙아!!!!! 어뎃노(어디 있니)???”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좀 전까지 옆에 있던 미숙이가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덕배는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미숙은 덕배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야이 가스나야!!!! 어떻게 된그고?(어떻게 된 거니)”
미숙은 해맑은 표정으로 뭔가를 자랑하듯이 흔들었습니다.
“가스나야.. 이기 뭐꼬?”
“몰랑~ 주웠당~ 이쁘제? 히히”
흔히 산딸기라고 하나요? 복분자 모양의 붉은 머리핀이었습니다.
덕배의 눈에는 머리핀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동생을 잃어버리는 줄 알고, 기겁을 했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동생을 찾아서 어찌나 고마운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했습니다.
“고마 빨리 가자!”
“응...”
집으로 도착한 덕배는 동생을 씻기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전에 밥을 지었습니다.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던 터라, 시장에서 먹은 밥이 소화가 된지 오래였습니다.
“오빠야.. 배고프당”
“배고프다고? 조금만 기다리 봐라, 고구마 줄게”
그렇게 씻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온 덕배는 동생에게 고구마를 먹이고 누웠습니다.
동생은 고구마를 먹으며, 아까 주운 머리핀이 마음에 드는지 요리조리 머리에 꽂아 보았습니다.
“오빠야, 내 이쁘젱? 히히”
“어 이쁘넹? 아까 거기서 주슨그가(주운거니)?”
“응.. 오빠얀 줄 알고 누구 따라갔는데... 오빠야가 아니라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땅에서 주섰당”
“어? 뭐라고?”
덕배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그 길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덕배와 미순이가 몇 백번을 오간 길이었지만, 사람을 만난 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날도 덕배와 미순이 외에는 사림이 없었지요.
만약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같은 마을 사람이겠지요.
그래서 동생이 자신과 누군가를 착각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배는 동생이 어려서 이상한 소릴 하나?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쾅쾅쾅!!!!”
미순이는 “엄마다!!!!”라고 문을 열어주려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시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덕배는 동생을 붙잡았습니다.
분명 엄마라면 문을 열고 들어 올 건데...
하다못해, 마을 사람이라고 해도 통성명하고 왕래하던 사이인지라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든 덕배는 동생의 입을 막고 조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동생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파야... 왜?”
“미순아, 잘 들어레이... 지금 어무이 올 시간이 아니데이... 그리고 이 시간에 우리집에 올 사람이 없데이...”
그런데 갑자기...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도~ 엄마가 팔을 다쳤다”
그제야 덕배와 미순이 안심을 하고 문 앞으로 가려는 순간,
덕배는 대문 아래에 보이는 신발이 어머니의 신이 아닌 걸 발견했습니다.
어머니는 낡은 고무신을 신으셨는데,
대문 밑의 다리는 붉은 천에 꽃모양의 수를 놓은 신발이었습니다.
다시 덕배는 미순을 잡고 멈추었습니다.
“왜? 오빠야...”
덕배는 조용히 손가락질로 대문 밑을 가리켰습니다.
미순이도 어머니의 신이 아닌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순아~ 덕배야~ 어서 문 좀 열어도!!!”
덕배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저.. 우리 어무이 아니잖아요. 우리 어무이 신발이 아닌데요?”
그제야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그쳤습니다.
덕배와 미순이는 대문 밑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대문 밑으로 보이던 다리가, 서서히 앉는 것이 아니겠어요?
두 남매는 겁이 났습니다.
덕배는 동생을 데리고, 방안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그때, 흰 얼굴에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낄낄대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낄낄....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 달라니깐~ 낄낄낄...”
덕배는 순간, 저건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방안으로 들어가 있는 네네, 여자의 웃음소리가 대문 밖으로 들렸습니다.
미순은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낄낄.. 덕배야~ 미순아~ 문 좀 열어 달라니깐~ 낄낄낄... 낄낄낄...”
마치 고양이가 우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는 남매를 불렀습니다.
동생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덕배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지요.
그래도 오빠인지라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순아, 걱정 말그레이... 어무이가 대문에 붙인 부적 때문에 절대 집 안까지는 못 들어 올거레이...”
미순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요망한 것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때,
“이 요망한 년아, 어데 사람 사는데 찾아와서 울어삣샀노(울어 데냐)?”
마을 사람들과 어머니가 누군가를 혼내는 소리가 났습니다.
우당탕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이윽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덕배와 미순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한 걸음에 방문을 열었습니다.
덕배와 미순이가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걱정 말그라.. 손각시년, 이 어무이가 물리쳤다...”
덕배의 어머니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누군가 문 앞에서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낄낄대는 여자를 발견 한 것이었습니다.
한 눈에도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동네에 친한 ‘무당 할머니’를 모셔왔습니다.
무당 할머니는 한 눈에 ‘손각시’라면서, 애들을 해칠 거라고 빨리 마을에 건장한 남자들을 불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당 할머니와 마을의 사내들과 함께 손각시를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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