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못지 않게 높은 등교길을 자랑하는 망할 대학교 등교길을 오르
며 배가 약간 아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괜찮겠지 생각을 하며 계속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제길... 시간을 보니 이미 지각이었다.
마음을 가볍게 먹고 학교 G동 매점 옆의 화장실로 갔다.
이 G동 매점 옆의 화장실의 장점은 양변기라는 점이다. 불안한 자세
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X 를 절대 누지 못하는 나에게 학교 내에서 유
일하게 X를 눌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 아줌마들이 갑자기 들이 닥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서 오줌누는거 구경하면서 걸래질하는 아줌마들
은 정말 무섭다. 특히 친구랑 누가 더 멀리서 오줌누나 내기하고 있
을때 들이닥치면 진짜 상처받는다.
어째튼 G 동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 주위 환경을 정리하고 정숙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어느 화장실에나 있는
" 젊은이 들이여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잠시만. 나 똥 좀 누고... "
같은 낙서들이 즐비했다.
또 " 왼쪽을 봐주세요 " 라고 써 놓고는 화살표를 오른쪽으로 죽~ 거
놓고는 " 이쪽이 왼쪽이냐 이 등신아? " 라고 써 놓은 낙서. 그 밑에
" 이거 쓴 새끼 병신 잡놈 " 이라고 쓴 낙서. 그 밑에 또 다른 필적
으로 " 영기가 왜 잡놈이야 이 씹탱아 " 라고 쓴 낙서들... 계속되는
유치한 낙서에 다른 쪽을 보니...
" 제발 똥 눌땐 딴짓말고 똥만 눠라 - 스컬로맨 - "
진리였다!-_-;
배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떤 대단한 폭발을 보일려고 그러는지 아
직 워밍업만 했다.
또 다시 낙서를 봤다. 사회체육학과 학생들이 똥을 눌때 어떻게 항문
을 조절하면 끊어지지 않고 길게 눌 수 있는지 설명을 해 놓았는데..
전산과 학생은 거의 불가능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방법이었다. 게
다가 이정도 워밍업이면 폭발력이 족히 변기를 뚫고도 남을 설사인듯
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낙서는...
" 30분째. 아직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40분째. 나는 이대로 죽는걸까?
50분째. 똥누다 휴지 없어 죽다니.
60분째. 굳어간다.... "
이걸로 끝이 나 있는걸 보니 이 객은 항문이 굳어 죽었는가 싶었다.
문예 창작과는 똥에 대한 시를 적어놨고, 전산과 학생은 똥을 누는게
가장 멀티미디어 적인 인간의 생체 작용이라고 써 놓았다. 그의 말로
는 소리, 냄새, 시각적 효과등 거의 모든 작용이 어울어지는 가장 대
단한 멀티미디어 작업이라나?
어떤 건축과 놈은 화장실 벽에다가 이 화장실의 설계상의 문제점들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놓았다.
그놈의 주장에 따르면 남녀 화장실이 벽 하나로만 맞대고 있는데다가
양쪽의 변기 사이가 가까워 어느쪽에서 누던 소리가 보안이 안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그소리를 듣자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
옆 여자 화장실에서 수업도 안들어가고 잡답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귀에다 속삭이는 듯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안보여도 대단한 내 X 분출 소리를 듣고는 뛰어와 확인해 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제길... 방법이 없을까?
나도 이름 모를 객 처럼 똥 참다 죽어가는게 아닐까?
그런데 갑자기 물리학과 학생의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 건축과 학생의 의견은 일리가 있다.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
자면... X 가 나오기 바로 전에 레버를 내려라. 과학적으로 인간의
X 분출 소리는 00 데시빌 정도로 그 소리가 모든것을 덮을것이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용기를 얻자 갑자기 배에 다시 충격이 밀려왔다. 충격의 주기로 봐서
이제 곧 대단한 폭발이 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떨리는 손을 레버에 가져가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 지금이야 '
레버를 내린 순간 ' 쏴아~~ ' 하는 소리와 ' 퍼엉~~ ' 하는 소리가
퍼졌고 두 소리는 상극을 이뤄 물리학과 학생의 이론처럼 소리를 덮
어주었다.
기분은 지극히 좋았다. 여전히 떠들고 있는 여학생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어떠한 긴장감도 주지 않았다.
' 그런데 이건 왠 대단한 살기지? '
엉덩이 밑에서 느껴지는 대단한 살기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떨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내려 변기 안을 바라보았다.
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 아냐.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돼 '
물리학과 학생의 증명이 없더라도 난 레버를 내리면 물이 변기 구멍
으로 내려간다는 것 쯤은 22년 인생의 경험을 통해 익혀왔다.
그리고 내가 1초 전에 한 행동은 단지 레버를 내렸을 뿐이다.
그러나 그 갈색의 물 수면은 계속 높아졌다.
' 안돼.. 싫어... '
엉덩이를 들었다. 기분이 엿같았지만 다른 방어 방법이 없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은 계속 차올라 거의 물이 넘치기 일보 직
전이었다.
' 머...멈췄다!! '
단지 앉고 싶었다. 벌받는 자세는 그나마 편한 셈이다. 그러나 난 아
직 1차 폭발 밖에 경험하지 않았다. 이제 더큰 폭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 그래 한번 더 내려보는거야! '
이런 머저리 같은 생각을 하면서 미친놈처럼 히죽 웃고는 레버를 내
리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 안돼. 만약 넘치면? '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G 동 매점 화장실에서 비명 객사할 수는 없
는 일이었다. 아니 죽고나면 세상에 유명해지겠지만 이런일로 유명해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휴지를 꺼내 마무리를 하고 바지를 입었다. 아직도 배가 아파 뒤질지
경이었지만 수면을 보자 정신이 아찔해 참을 수 있었다.
뚜껑을 덮었다.
이 길만이 우리 학교 학생의 미래를 밝혀주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왠지 레버를 내리면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지랄같은 생각이 들었다.
' 해보는거야. 만약 실패해도 난 도망갈 수 있잖아? '
지극히 병신같은 생각을 하면서 레버를 내렸다.
" 쏴아아~~ "
' 것봐. 아무일도 없잖아 ? '
라고 생각하는 순간 변기 뚜껑이 들석 거렸다.
' 허걱!!! '
그리고는...
마치 댐이 폭발하듯 물이 뿜어져 나왔다.
너무 놀래 변기칸을 도망쳤다. 다행이도 아무런 증인이 없었다.
' 난 완전 범죄를 저질렀다. '
손을 가볍게 씻고 소지품을 잘 챙긴후 그저 거울을 한번 보러 들어갔
었던 사람 처럼 꾸미고 화장실을 나섰다.
" 삐걱... "
나오는 순간 너무 놀래 기절할 뻔 했다.
옆 화장실에서 여자애들이 우르르~~ 나오는게 아닌가?
긴장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미소를 잃지 않고 그녀들을 제치고 윗
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들이 내 뒷통수에 대고 " X 폭발로 화장실 붕괴 시킨 놈 " 이라
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층에 올라 인적이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론 2차가 아직 안끝났었기 때문이다.-_-;
혹시나 해서 레버를 눌러보았으나 정상적인 변기였다.
다시 변기에 앉자 온갖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 나 때문에 누군가 누명을 쓰고 잡혀가지는 않을까?
그 화장실이 영구 폐쇄 되면 어떻게 하지?
그 물리학과 놈의 망할 이론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야! '
하지만 다행이도 무사히 2차 대사를 치뤘다.
하루종일 긴장된 상태에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슬쩍 들렸다.
또한번 놀랠 수 밖에 없었다.
" 위의 물리학과 학생의 말은 이론일 뿐이다.
실전해서 사용하면 졸라 낭패를 겪게 된다.
씹탱... 물리학과 너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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