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골든위크 때, 형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형부는 고등학교 때 산악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흥에 겨워, 비싼 등산화를 제깍 사버렸단다.
세미오더로 산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아마 5만엔 넘게 냈다나.
25년 전이었으니 체감상으로는 더 비쌌겠지.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형부는 정작 그래놓고 고문 선생님이 무서운데다 매일 근력 트레이닝을 하는데 질려버렸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요상하게 구축되어 있는 군대식 운동부에 싫증이 난 나머지,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탈퇴해버렸다나.
그때는 두번 다시 등산 같은 건 안 할 생각이었던데다, 부잣집 도련님 비스무리한 거였으니까 뭐.
물건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형부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는 등산화를 같은 반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얌전하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이즈는 딱 들어맞았다.
친구는 무척 기뻐하며, 평생 잊지 않겠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워낙 비싼 신발이다보니, 차마 받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빌려만 가겠다고 했단다.
형부는 잘 기억조차 못하고 있지만.
다만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 신발이야. 네가 잘 신어주면 신발도 기뻐할거야.] 라고 말하며, 스스로 멋있다고 한껏 으쓱거렸던 것만 기억이 난다나.
친구는 그 후, 대학에 가서도,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등산을 했다고 한다.
고지식한 성격이라 매년 연하장을 보내왔고, 거기에는 여름에는 호타카에 갔다느니, 이번 겨울에는 키타다케를 오른다느니 꼼꼼하게 등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해부터인가, 소식이 뚝 끊겼다.
연하장을 받기만 할 뿐 딱히 답장도 하지 않았던데다, 형부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으로 늦게서야 친구의 부고가 전해졌다.
암이었다고 한다.
38살의 한창 나이였다.
깊은 우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형부 입장에서는 그저 필요 없는 신발을 준 것 뿐이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안타깝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단다.
연하장이 안 왔다는 것도, 사실 부고를 들은 후에야 깨달았을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형부는 천천히 그 일을 잊어갔다.
그런데 작년 연말, 헛간을 개축할 때였다.
형부는 귀찮아하면서도 일손을 도우러 고향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있더란다, 그 등산화가.
신을대로 신어서 검게 윤이 나는 게, 집 헛간에 들어있던 것이다.
형부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가족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 그거. 귀신처럼 초췌한 사람이 갚으러 왔더라. 계속 빌려써서 미안하더면서.]
형부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거, 언제 이야기야?]
[음, 작년일걸, 확실히?]
그렇다면 진짜 유령이 아닌가.
뭐, 실제로는 착각한 거고 친구가 죽기 전에 굳이 갚으러 찾아왔던 것이겠지만.
하지만 형부는 혹시나 친구가 죽은 뒤 갚으러 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서 왔든, 죽어서 왔든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달까, 고지식한 녀석이야. 그런 닳아빠진 등산화를 이제 와서 갚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하지만 녀석은 녀석대로, 계속 빌려쓴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거겠지. 요즘 세상에 그렇게 고지식한 놈이 어디 버틸 수나 있었겠냐, 나처럼 적당히 닳아빠진 놈이나 버티지. 어떤 의미로는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행복할지도 몰라. 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형부는 묘하게 씁쓸한 듯 웃었다.
[어? 그 등산화? 있어, 아직 집에. 너 등산하고 싶으면 줄게. 신을 수 있을거야. 하하하... 거짓말이야, 거짓말. 절에다 공양했어. 또 저승에서 그 녀석이 신고 등산 다니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