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서씨가 서연양 건강을 고의로 돌보지 않아 사망했다는 혐의(유기치사죄)에 대해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연양이 사망한 2007년 12월23일 당일부터 역순으로 서연양과 서씨 행적에 대해 검토했으나 평범한 다른 부모처럼 딸을 돌봤다는 설명이다.
◇서해순, 서연양 사망 직전 3차례 병원 찾아…'감기' 진단
경찰은 수사 결과 서연양의 사망원인은 폐질환을 서씨가 알기 어려웠다고 결론냈다. 숨지기 직전 감기 증세로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했던 정황 등을 보면 일반인인 서씨가 이를 급성폐렴으로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사망 당일(23일) 직전인 서연양은 감기 증세로 학교 인근 병원에서 치료(주사)·약 처방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14일부터 18일까지 학교 기말고사에 모두 응시한 후다.
당시 서연양에게 감기 진단을 내린 전문의 진술과 진료 기록에 따르면 12월18일에는 감기약과 주사 처방을 내렸다. 이틀 뒤인 12월20일 병원을 재방문했을 때 서연양은 열이 떨어졌으나 기침이 심해져서 기관지 기능을 강화하는 약을 다시 처방했다. 다음날인 21일 서씨가 "아이가 잘 낫지 않는데 괜찮겠느냐"며 병원을 재차 찾았지만 의사는 "이 정도 증상은 감기"라며 3일치 약을 지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폐렴이 의심될 경우 청진기 소리를 들어보면 가래 끓는 소리 등 폐포음이 들리지만 서연양 폐포음은 깨끗했다고 당시 전문의가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료기관 자문 결과 서연양이 정신 지체와 신체 기형을 유발하는 희소병인 '가부키 증후군'으로 면역 기능이 약해 발열 등 뚜렷한 징후 없이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폐렴은 임상학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급격히 진행되는지가 폐렴 원인균과 환자 면역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전문의 자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외에도 서연양에게 감기약을 모두 먹였다는 서씨 진술을 부검 결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집에서 아이만 돌봤다는 진술도 병원에서 감기 처방을 받은 날부터 카드사용 내역이 없다는 점을 미뤄볼 때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서해순, 서연양 왕복 80㎞ 떨어진 학교 등하교 매일…결석은 딱 하루
경찰은 또 주변인 진술을 바탕으로 평소 서씨가 서연양을 잘 돌봤다고 판단했다. 서연양이 다닌 학교 선생님들은 "서연양이 장애를 앓고 있는 만큼 조금만 신경 쓰지 않아도 지저분해지는데 항상 용모가 단정했고 준비물도 잘 챙겨왔다"며 "부모의 보살핌을 잘 받는다는 느낌었다"고 진술했다.
이 학교는 자택에서 20㎞ 떨어져 있었지만 서씨는 서연양 등하교를 매일 챙겼고 결석은 숨지기 직전 감기를 앓던 날 중 하루(12월21일)뿐으로 조사됐다. 또 서연양의 휴대폰과 일기장 등 자료을 보면 모녀 관계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를테면 서연양은 2007년 11월부터 12월10일까지 자필로 작성한 일기장에는 "눈이 오는 날 엄마, (서씨) 동거남과 밖에 나가 재미있게 눈싸움을 했다",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데 엄마가 학교 선생님과 친구를 태워줘서 재밌게 놀았다" 등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날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중 서연양 죽음을 숨긴 채 소송을 종료한 혐의(사기)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서씨가 서연양 사망을 법원에 고지할 의무가 없었고 서연양 사망 사실 여부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도중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상속인은 소송 절차를 받아야 한다. 당시 서씨는 서연양을 내세워 김씨 음반 저작권을 두고 김씨 유가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연양이 소송 당사자, 서씨가 상속인이 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서연양 사망 당시 대법원 단계에서 소송대리인(변호사)이 선임돼 있어 소송절차는 중단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서씨가 따로 절차를 밟아 소송을 이어받을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