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공개된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 131화 “민주-국민 통합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편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면서 국민의 당과 통합을 찬성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였고, 특히 “우리 지지자, 당원들은 나이브하잖아요”라는 말이 결정적으로 당원, 지지자,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naive’를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형용사] (못마땅함) (경험・지식 부족 등으로) 순진해 빠진, (모자랄 정도로) 순진한”으로 나온다.
고로 손의원의 말은 “민주당 당원,지지자들이 정치에 대한 경험,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순진해 빠져서 정치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단언코, 정말로 naive한 것은 바로 손혜원 의원이란 주장을 하고자 한다. 손 의원의 진정성을 진실로 믿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먼저 그동안 줄기차게 당내에서 분탕치다 결국 당원, 지지자의 등에 칼을 꽂고 탈당한 과거에 따른 악감정 따위는 싹 다 묻어 두겠다. 오로지 정치적 이득과 손실이라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관점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따져 보자. 그래야만 나이브하단 소리를 듣지 않을테니까.
1. 통합에 따른 이득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주로 현실적 이득을 얘기한다. 작금의 여소야대 원내구성에선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그러니 현실적으로 국민의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종국에는 재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곤 한다.
그러나 진짜 꼼꼼히 따져 보면, 결국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딱히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① 원내 제1당 지위 유지 : 바른정당 의원의 추가탈당 및 자유한국당 합류로 자한당 의석수는 115석에 이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121석이니 바른정당에서 7명이 추가탈당하여 합류하면 원내 1당의 지위가 바뀌게 되며, 그러니 그 전에 미리 국민의당과 통합하여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통합파 의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최악에 최악에 최악이 겹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써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바른정당 잔류 11명의 의원들이 추가로 한국당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서청원, 최경환 두 의원의 출당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결국 11명 중 7명이 아니라 9명의 추가탈당 및 입당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적어도 유승민 의원은 절대 합류하지 않을테니, 유승민계 의원이 바른정당 내에 둘만 있어도 이는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된다.
게다가 이런 어려운 확률에도 불구하고 9명 이상이 추가 탈당, 합류하여 자한당이 원내 1당이 되었다 하더라도 추가 난관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내년 6.10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뤄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이다.
현재 최소 10여석에서 최대 20여석까지 재보궐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당수 지역구가 자유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만 자한당의 원내 1당 지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불과 7개월을 앞둔 지금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50% 내외인데 비해 자한당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압승은커녕 참패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원내 1당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은 아주아주 희박하다. 따라서, 통합파 의원의 주장은 그 전제에서부터 기각되어 마땅할 것이다.
② 원내 과반 확보 : 또 하나의 통합 주장 근거는 원내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40석 중 30석 이상이 필요한데, 이는 전혀 확보 불가능한 숫자이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비례의원이 무려 13명이고, 이들은 대개 안철수 계이다. 안철수 대표는 절대 통합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비례의원의 민주당행을 돕기 위해 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비례의원은 출당시 의원직이 유지되나, 탈당시는 의원직 상실), 따라서 국민의당에서 민주당으로 올 수 있는 최대치는 절대 27석을 넘을 수 없고, 이는 원내과반을 이룰 수 없는 숫자인 것이다.
국민의당과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별개 없다는 것이 이로써 확실히 드러났으니, 이제 통합에 따른 손실을 살펴보자.
2. 통합에 따른 손실
국민의당 의원들을 영입하기 위한 손실은 바로 '정당개혁 무산'일 것이 명약관화하다. 특히,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개혁안이 반드시 좌초될 것이 분명하다.
사지(死地)를 제 발로 들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중인 정당개혁안의 '현역 의원 지역구는 무조건 경선' 규칙이 살아 있는 한,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다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통합의 전제조건이 정당개혁의 후퇴, 특히 '당원의 공천권 행사 개혁안'의 폐지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렇듯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얻을 것은 별개 없고 잃을 것만 많은 일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은 단지 감정에 치우쳐서가 아니라 이렇듯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다.
3.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속셈을 경계한다
설훈, 우상호 의원등이 최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SNS를 통해 '자신은 통합에 반대하며, 단지 당내 많은 의원들의 생각을 대신 전달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바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필자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바라는 의원들의 속셈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이유로 내세우는 원내1당 유지, 원내 과반 확보는 실현불가능하며, 오히려 '공천권을 당원에게 주는' 개혁안을 폐지시키는 막대한 손실만 볼 뿐이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당원과 지지자 입장에선 큰 손실이라 할 '공천권을 당원에게 주는 개혁안 폐지'가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겐 큰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개혁안이 폐지되면 당원과 지지자에게 사랑받고 지지받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국회의원 생활을 연장할 수 있고, 그렇다면 당원과 지지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하는 따위의 귀찮은 일일랑은 안 해도 되니 말이다.
정치란 원래 앞으론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뒤로 구린 실속을 챙기곤 하는 것인데, 민주당 통합파 의원들의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구시대적 정치 행태를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4. 손혜원 의원님, 나이브한 생각을 버리세요
이제 왜 필자가 ‘naive’한 존재는 당원, 지지자가 아니라 손혜원 의원이라고 주장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손 의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노회한 의원들과는 달리 원내 제1당, 원내 과반, 국회의장 민주당 등등의 그냥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주장을 ‘[형용사] (못마땅함) (경험・지식 부족 등으로) 순진해 빠진, (모자랄 정도로) 순진한’ 손 의원이 진짜로 믿어서 그런 얘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원, 지지자는 때로 naive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큰 죄가 되겠는가?
그러나, 국회의원의 naive함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은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고,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님의 성찰이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박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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