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서움 주의, 카테고리에 안 맞는 글이면 말해줘 지울게!)
약 3-4년 전의 일이야.
당시 알고 지내던 회사 후배가 용한 점집을 소개받았다며, 그분이 딱히 질문도 안했는데 "너 하려는 공부 성공해!" 라는 말을 듣고 용기 얻어서 회사 그만두고 자격증 시험 치겠다고 말을 꺼내더라고.
나톨은 원래 점, 사주 이런 거 잘 안 보는데
-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난 무종교,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을 배제하는 현실적/이성적 INTP형임.
이 후배가 인생경로를 확 바꿔버린 게 신기해서 그 무속인 방문예약을 잡았어(예약이 밀려서 2개월인가 뒤에 갔던 기억)
그분의 집은 서울 강남 땅값비싼 동네의 저층 고급 빌라였어. 지하~2층까지 3개층이 하나의 집이었지.
점만 보는 게 아니라 굿도 하시는지 굿판 하신 신문기사도 걸려 있더라.
여튼 대기 끝에 그분과 마주 앉았어.
날 빤-히 보시더니 손을 내밀라고 하고는 그 손을 마주잡고 눈을 감더라고.
"아...그래...그랬구나..."같은 말을 두세마디 하더니 눈을 뜨고 말했어.
"한달 뒤에 다시 와."
다른말 한마디도 없이 저 말만 했고
난 뭐지? 하고 나와서 한달뒤 예약을 다시 잡았어.
그날 동행한 다른 회사 후배(위의 후배 아님)한테는 지금 만나는 남자 둘 다 아니다, 많은 남자 만나보라고 얘기했다더라고.
한달뒤, 대체 무슨말을 할까 궁금했던 난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날은 정상적인(?) 말씀을 해주시더라고.
연말 승진 가능성 질문에는 "NO, 그리고 이동수가 있다. 이동하는 게 너에게 좋은 일이니 좋게 생각해라."
- 이부분에서 좀 불신감 들었던게 난 당시 3년연속 최고고과 받고 있었고 전년도 특진 후보자였음. 관리파트에서 특진한 전례가 없어서 안되었을 뿐 당년도에는 당연히 진급 최우선 순위. 질문은 테스트 개념으로 그냥 해본거였음.
결혼은 하긴 할 거고 자식도 볼 것인데 늦게, 늦-게 할 것이니 조급해 할 필요 없다.(나톨 당시 34세)
건강은 당분간 위, 장 쪽을 조심해라.
마지막으로, 가끔 날 찾아와서 힘든 일은 얘기하고 풀고 그래라.
첫부분 승진에서 김 좀 새서, 그냥 아 결혼은 한댄다 건강은 조심하자 정도만 마음에 새기고 전화번호를 지웠다.
그리고 익년 초,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짐. 나톨 승진 누락함.
부서별 진급쿼터제+입사서열 적용+인사팀과 우리팀의 알력싸움 패배의 결과...
이 일로 충격+스트레스 받아서 위장장애 옴. 체중 3개월만에 15키로 빠짐.
그리고 6개월뒤, 알력싸움의 또다른 여파로 나톨 좌천됨. 원래는 팀 다른선배가 가는걸로 확정되었었는데 그 선배 처자식+태어나지도 않은 둘째가 있어서 내가 희생양이 됨.
그리고 또 6개월 뒤. 다시 승진심사 시즌.
좌천된 부서에서 내가 고과는 좋지만 기존부터 있던 팀원을 먼저 올리겠다는 말에 이직 면접보고 한방에 이직 성공.
내 근무연수 그대로 인정해서 직급 상승+연봉 당연 상승+이전 회사보다 규모 큰 글로벌 회사로 옴.
심지어 와서 일해보니 팀장님+동료들 다 성격 스펙 능력 너무좋고(이전회사 부서는 내가 하드캐리함) 나 이직한뒤로 부서내부 일로 맘 상한 적 한번도 없음. 근무강도도 훨씬 덜함.
내 이전회사는 최근 정부시책 여파로 직원들 다들 퇴사를 꿈꾸더라.
이렇게 되고 나니 그분이 생각나.
그분이 하신 말씀이 정말 다 맞았네...
(이제 결혼만 맞으면 된다)
심지어 그때 같이간 후배도 당시 만나던 남자들 말고 다른남자와 결혼함.
다시 한번 찾아가볼까도 싶은데, 집 위치까진 기억나는데 전화번호가 없어...
그런데 아직도 궁금하다.
왜 그분은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한달 뒤에 오라고 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랬는데 왜 나한테만 앞으로도 와서 힘든 거 얘기하라고 했을까? 내 후배들+나 중에선 내가 제일 호응도가 별로였는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