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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seball_99472
    작성자 : RoPark
    추천 : 3
    조회수 : 539
    IP : 1.245.***.45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7/15 15:58:14
    http://todayhumor.com/?baseball_99472 모바일
    디씨한화갤펌)공감가는 글이 있어서 퍼 왔습니다.(비속어주의)

    긴글주의) 권정진 혹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난 이런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혹사충 혹사충 하는 칰갤러들도 현재 불펜 이닝 소화율이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멍멍이하고 창식이가 선발로 옮긴 지금, 권-정-진에 걸리는 이닝 부담은 정말 장난이 아님.


    농담이 아니라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권혁과 박정진은 순수 불펜 100이닝 돌파다. 이는 SK 시절에도 정우람밖에 찍지 못한 기록임. 전병두는 선발도 뛰었으니.


    윤규진도 초반 드르렁해서 누적기록이 후달릴뿐 존나 굴려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고.




    근데... 이걸 가지고 내년에는 야구 안할거냐느니, 노인네 욕심이 선수를 망친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있지.


    물론 혹사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권혁의 피안타율은 나날이 치솟고 있고, 어제도 사실상 청주구장 도움으로 세이브를 기록했고.


    메쟈의 분필 이론대로라면, 아마 내년에도 올해같은 구위를 보여주긴 분명 힘들거야. 


    김성근 트레이닝코치 사단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걔들이 하는 건 폭탄이 터지는 걸 미루는 거지 폭탄 자체를 제거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게 분탕들 말마따나 꼭 '비극' 이냐는 거지.




    시간을 조금 돌려서...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최동원의 일화는 모두들 알거야. 그 유명한 "여까지 왔는데 우짜노" 그거.


    1,3,5,7차전 전부 등판해서 전부 완투하고, 6차전에선 구원승까지 챙겼던 전설적인 일화. 당연하지만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동원의 선수생활은 아작났고.


    근데 이 일화를 '비극'으로 기록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최동원 본인도 그런 프레임을 자꾸 씌우려 들면 화를 냈겠지.


    생전 인터뷰에서 항상 "다시 돌아가도 그때처럼 던질것이다" 라고 했고 (물론 나중엔 망설일것같다고 했지만 그건 꼴런트 씹새끼들이 졸렬하게 통수를 친 탓이고)


    차라리 비극이라면 저게 비극이지. 팔 갈아넣어준 에이스를 무참히 팽한 이야기. 그렇게 던졌던 것 자체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거다.


    시즌 전에 권혁이 인터뷰에서 그랬다. 돈이 아니라 기회를 원했다고. 딸이 자랑스럽게 볼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그리고 그 말대로 권혁은 거품이 잔뜩 긴 FA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만을 받고 한화로 이적했지.




    어디 비단 권혁뿐인가?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바라보고 있는 박정진은?


    데뷔 이후로 부상 재활 혹사를 전부 거치며 신명나게 굴렀지만 단 한번도 우승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윤규진은?




    필승조들이 인터뷰 나와서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다. "더 던지고 싶다", "자진해서 등판을 요청했다"


    이게 과연 "세이콘"의 강요와 협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하는 얘기일까?


    년도가 2000년으로 바뀐 뒤부터 단 한번도 강팀이었던 적이 없는 한화 이글스가, 올해 처음으로 승차 3.5 게임으로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선수들이 과연 그 역사의 행진에 방관자로 남고 싶어하겠냐는 거지.




    이건 사실 야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쉬엄쉬엄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봉급만을 받고,


    생애 단 한 번의 굴곡도 없이, 부품처럼 일정하게 살다가 정해진 수순대로 죽는 것이 목표이자 운명이라면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거지?




    팀이 기나긴 암흑기에서 빠져나와 드디어 하늘 위로 높이 비상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내년에도 그럴거라고 장담할수는 없어. 김태균 못잡으면 / 용병 망하면 / 이태양이 못돌아오면 등등 수많은 if가 산적해 있다.


    혹은 끔찍한 상상이지만, 감독이 갑작스러운 지병으로 오밤중에 실려갈 수도 있지. 전혀 그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올해의 최강이 내년에는 최약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야구다.


    어쩌면 한화 이글스의 우승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고 자진해서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는 선수들을, 과연 "근시안적이다"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물론 선수가 무리하려 할 때 말리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씹종운 개새끼만 봐도 그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투혼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되려면 그 반대여야지. 선수들의 투쟁심에 불을 지를 수 있다면 그것이 이상적인 감독이고, 김성근은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방식이 효율적이진 않을지도 모른다. 분명 "스마트"하진 않다.


    하지만 우리가 똑똑하게 플레이하는 게 좋아서 야구를 보는 건 아니잖아?


    그깟 공 던지고 치는 놀이, 행위 자체만 보면 하나도 재미없다. 그 속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투지가 있기 때문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승부조작과 약물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 판을 이루는 근원적인 정신을 모독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불꽃이야말로 스포츠를 정의한다.




    한화 이글스는 요 몇년간 야구를 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그새끼들이 했던 건 그냥 공놀이지 시발. 


    그랬던 녀석들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경기에서 진짜로 승부에 임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야구를 보고 싶었다. 까짓꺼 꼴찌 해도 된다. 다만 그 과정에 의미가 있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리고 2015년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그런 야구를 보고 있다.


    그런 올해를 '비극의 해'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권-정-진이 오래 해먹었으면 좋겠다. 정우람처럼 끈덕지게 살아남아서 분탕들 코를 납작하게 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1년 안에 어깨가 끊어질 운명이라면, 차라리 그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든 후회가 남지 않게 힘껏 던져줬으면 한다.


    단지 그들 스스로에게 "야구"라는 단어가 보다 값지게 남았으면 좋겠다.


    생의 의미란 분명 그런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거다.





    밤도 아닌데 감성글 지랄똥싼거 미안하고, 오늘도 꼴데 격파해서 스윕각 노리자. 화이팅.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hanwhaeagles&no=7002006&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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