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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결혼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안녕..
끝까지 너를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말야.
이 결혼 내가 원한 결혼이 아닌것만 알아줘.
알려주고 싶었어.
너 라는 사람에게만큼은.
내 사람에게 만큼은..
내 사람이었던 사람에게 만큼은..
우리 헤어지고 그렇게도 먼 곳에서도 우연히 만나던 우리인데,
이제는 정말 인연이 아닌 인연이어서,
기억으로만 남겨야 하는 인연이어서,
목 메일 만큼 슬프지만,
그래도 가끔은 웃어.
그 여름 그 겨울,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들 속에서의 우리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
민아..
아스라하게 멀어져가는 풍경같은 민아.
미워해도 좋으니 잊지는 말아줘.
나는 잊어도 좋으니, 우리 기억들만큼은 잊지는 말아.
너로 인해 아팠고, 나로 인해 아팠던 시간들이지만,
잊지는 말아줘.
나에게도 한 여름의 빛 같은 뜨거움으로 기억될테니,
그러니 잊지는 말아줘.
그리고 아직도...
너를 사랑해.
그래서 더더욱 미안해.
정말 안녕..
03년3월7일
기억속의 그녀에게서 받은 메일 中에서.
뜨겁던 사랑의 기억도 희미해질 무렵,
너 라는 사람을 세상에서 잊어 혼자 억척스레 살아가고 있던 그 어느 시절에,
한통의 메일로인해 온통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긴 이야기들이 많아요.
글로남기면 빛 바랠듯한 기억이어서,
깨질것만 같은 기억이어서,
가슴에 두려 합니다.
부질 없음을 알면서도 얽메이는 사람의 맘이란,
참 바보같다는것을 알면서도,
이리도 얽메이는것은 왜 인지.
또 다른 이야기들로 찾아뵐지, 혹은 이글이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서걱거리는 모래맛이 났어.
아무것도 씹히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공기인데,
그날은 스치는 바람 하나 하나가 타오르듯 뜨거운 사막이었어.
입속에서 타오르던 뜨거운 모래였어.
우리는 왜 그때 알지 못했었나.
이 사랑은 행복한 결말이 아님을.
아니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모른체 다른 곳을 봤었나.
지금 생각해도 참 궁금해.
그대는 늘 다른곳에 있었지.
우리는 같은 운명에서 다른 사랑을 바라보았던거야.
다른 사랑을 그리고 있었던거야.
그대 알고 있나.
내 사랑은 언제나 말라버린 비스켓이었음을.
아무도 한번도 손길주지 않고,
알아봐주지 않아서 말라버린 비스켓이었음을.
그대는 알고 있나.
떠나간 자리에서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홀로 말하고 있어.
당신을 보내고 난 울지 않았지.
우리가 사랑했던것이었냐는 물음에도 그저 시선만 피하던 내가,
딱 한번 뜨거운 볕같은 눈물을 흘린적이 있어.
불꽃같던 노을이 내 창가를 휘감던 그 저녁.
뜻모를 서글픔은 유년의 기억을 유추해주었고,
난 그 기억에서 유년을 생생하게 보았지.
수줍게 핀 박꽃과 계절보다 성급히 만개해버린 코스모스.
바람 한 점 없던 하늘로 피어오르던 굴뚝연기.
총총걸음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던 달.
모든것들은 안식안에서 빛나고 있었고,
난 깨지 않을 꿈속에서 까맣게 그대를 잊었었지.
그 저녁 현재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난 그대를 잊었었다는 생각을 해냈어.
정말로 그대를 잊어가고 있구나.
잊지못할 잊지 않으려 햇던 그대를 그 때 잊었다는 사실이
날 휘감던 노을속에서 뜨겁게 울게 만들었었지.
심장속에 서슬 퍼런 칼을 박고 살겠다 다짐했어.
닿이고 닿아서 움직일때마다 아프게.
닳아 없어질때까지 잊혀지지 않게.
그렇게 살아갈꺼라 다짐했는데.
그날은, 그날은 잊어버렸어.
미안해. 당신을 보내고 난 이렇게 살아남았어.
사랑은 그런가봐.
잊혀지고 지워지고 다시 각인되고 다시 살아가는,
사랑은 감정과는 별개의 생물체인가봐.
우물 속에 잠긴 달에서 당신을 보고,
당신이 그렇게 일렁일 때마다 나의 나날도 흔들려.
지금 난 그자리에 서 있어.
우리가 서로를 보내고 서로를 위했다며 자위햇던 그 자리.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어.
계절조차도 잔인하게 그대로야.
사랑은 가고 풍경은 남는것.
그것이 사랑이고 이별인가봐.
풍경은 아무것도 아닌 얼굴로 날 보고있어.
그리고 난 어제의 그대를 보고 있어.
그대는 알고 있나.
무엇도 어떤것도 잊게끔 만들지 못할꺼라 믿었는데,
잔인하게도 안식이 당신을 잊게 만들고 있어.
04년9월1일
받지못할 너에게 보낸 편지 中에서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