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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믿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믿는다'는 게 일반적인 개신교 신자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꺼벙의누나님(초목님)에게 물어본 게 있습니다.
만약 예수를 믿고 따랐는데도 천국에 못 간다고 확실하게 결정된다면 그래도 예수를 믿겠느냐.
성경에서 예수가 바란 것은 '자기를 도구 삼아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의 하늘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그 나라가 '이리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는 아무리 잘 해봤자 갈 수 없고, 그 나라가 선물처럼 우리에게로, 도둑처럼, 오밤중의 신랑처럼 온다는 것이죠.
그래서 깨어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럼 깨어 있다는 게 잠 안 자고 철야기도 하는 것일까요?
예수 이전 시절도 그랬고, 세계의 다른 대부분의 종교는 '기득권층의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불교의 경우도 남존여비 사상을 철저하게 품고 있죠.
인도의 종교는 사제 계급인 브라만에 대해 너무나 어마어마한 방어막을 쳐놓고 있습니다.
인도 신화에서 브라만 계급은 어떤 경우에도, 심지어 그 사제계급이 죽을 죄를 나에게 저질러도 절대 건드리면 안 됩니다.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예수를 독특하게 보는 건, 신약성경에서 보여주는 예수는 사사건건 기득권층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가 로마에게 대항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제가 보는 예수는 로마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일제시대를 상고할 때 나라 잃은 망국의 슬픔 운운 하지만 실제로 채만식의 소설 등을 보면
수탈당하는 농민들이나 하층민들에겐 조선왕조나 일제치하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로마 지배하의 이스라엘에서도 당시 하층민이나 가난한 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건 로마의 지배가 아니라
자기 민족 중 기득권 상류층의 차별과 멸시와 천대였습니다.
운동권 시인 박노해의 '이불을 꿰매며'라는 시를 보면, 남자노동자인 시적 화자가 이불을 꿰매면서
자기가 억압받는 민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집에서 자신은 아내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기득권층이었다고 깨닫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 시절의 가난한 사람, 여자, 장애인, 목자, 이런 사람들에게 정말 고통스러웠던 건 로마의 지배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죄인이라 단죄하고 자신들의 돈조차 성전에서 신에게 바치지 못하게 하는, 사제, 바리사이, 사두가이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신약에서 예수는, 자신이 기득권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신의 이름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질타했습니다.
성전을 둘러엎었고,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는 척하며 성전의 무리들을 꾸짖었습니다.
탕자의 비유를 통해 '큰아들'인 이스라엘 기득권층을 비꼬았습니다.
신학을 공부하고도 예수를 멘토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이런 부분일 겁니다.
이런 예수를, 왜 자신이 '구원 받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에만 한정시킵니까?
내 삶의 멘토, 내 삶의 지표, 내가 강자에게 약해지고 약자에게 강해질 때 되돌아볼 수 있는 삶의 표준으로 삼는 건 왜 안 되나요?
제가 생각하는, 예수가 말한 하늘나라, 아버지의 나라는, 그리고 그 나라가 오므로 회개하고 믿으라고 했던 복음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아니라,
예수의 삶 그대로의 삶, 예수의 삶을 카피하고 복사해서 되돌아보면서
내가 내 안에서 기득권자가 되어 내 주변사람을 억압하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나라입니다.
저마다 각자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더러운 발을 씻어주겠다고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
나보다 약한 사람의 신음소리가 해결될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이라도 더하고 보태는 사람들이 모인 곳.
그리고 매순간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지, 내가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는지 날카롭게 돌아보는 깨어 있는 삶.
그곳이 천국이고, 예수가 꿈꾼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런 나라는 신학을 공부해도, 예수가 실존인물이 아니어도, 창세기가 구라여도
얼마든지 '신자'로서 추구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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