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베오베에 올라간 MRI나 CT, 또는 초음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한의학을 학문적으로 전혀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한의학의 치료적 영리적 이용에 대한 비하와 동일시 하지 말아주세요.
학창시절에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는 언어영역 지문을 다들 한 번씩 접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확한 저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된 골자는
'동양은 전체를 아우르는 유기적 개념이고 서양은 뭐든지 단편으로 나누어 기계적으로 생각한다'라는 내용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의학입니다.
발바닥에 모든 장기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한의학 (또는 중의학...이지만 뭐 韓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중의학하고 다르다고 하지요. 원래 70년대까지는 漢의학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韓의학으로 바뀌어 민족 고유의 것이 된 것은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입니다.(발바닥은 예일 뿐입니다. 음양오행, 등등을 의미합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개념을 설명하려 예를 들었습니다.) 현대의학은 DNA 수준으로 사람의 몸을 쪼개고 쪼개고 세포까지 쪼개서 세포 하나에 붙어있는 receptor까지 약물로 control하는 단계에 이르렀지요. 그야말로 좀 전에 언급한 기계적 서양과 딱 들어맞는 얘기입니다. CT, MRI는 그런 철학을 기반으로 쌓은 병리학을 기초로 한 현대의학의 최첨단 기계입니다. 초음파로 간의 경화, 오돌토돌한 것들이 보이지요. 왜 오돌토돌할까요? 간의 Ito cell이 술, 또는 독(예를 들어 잘못 쓴 한약)으로 인해 파괴되고 vitamin A가 분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쪼개고 쪼갠 병리학입니다. 지금까지 이 얘기는 누구 한 사람이 경험적으로 쓴 얘기가 아니고 수십년간 쌓인 데이터의 결과입니다. 수십만명이 실험실에서 밤을 새워 실험한 결과입니다.
MRI, CT, 초음파를 왜 한의사가 사용 못하느냐!!
한의사들은 말을 타야되느냐!!!
얼핏 들으면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고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말을 타고 전주에서 한양까지 가는 것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거리 A->B로 가는 것입니다.
말을 타고 가든, 걸어가든, 기어가든, 기차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그 방법이 다를 뿐
물리적인 이동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현대의학이 물리적인 이동을 주장한다면 한의학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A->B로 가는 방법이 물리적인 거리 이동 방법 외에 있다!!!라고 주장하는 거죠. 마치 A->B로 가는 순간이동 방법이나 평행우주를 접어서 가던가 지표면을 단축시켜 날아가는 축지법(재밌는 것은 실제 동의보감에 축지법 얘기가 나오지요 ㅋㅋ)이 존재한다!!! 라고 우리는 분명히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차를 타고 A->B로 다니려고 하는 겁니다. 당연히 옆에서 보기엔 이상하지 않나요?? 기차 안 타도 되는 방법이 있는데 왜 그들은 기차를 꼭 타려고 하나요?
한의학은 음양오행, 기와 같이 현대과학으로 아직(아직일지 영원히일지는 두고봐야하겠으나) 증명되지 않은 부분을 이용해서 처방을 내리고 치료를 합니다. MRI, CT 등의 영상의학기기는 우리 신체를 자세히 나누어서 하나하나 분해할 수 없으니 겉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유용한 기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말하는 인체의 유기적인 연관성 등과는 매우 동떨어진 얘기지요. 중학교 때 개인적으로 아는 한의사한테 진맥을 짚어달라고 해봤습니다. 손목을 한 5분 잡더니 신장이 안좋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안좋냐고 물어보니 신장의 기가 허하답니다. (무림 고수가 옆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고대 강호의 무림 고수를 실제로 만나니 감개무량하더군요..) 그럼 사진 찍으면 나오냐고 물어봤습니다. X-ray나 CT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벌써 십여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 X-ray나 CT 찍게 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MRI, CT, 초음파는 아무나 찍어보고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누가 영상의학과 수련을 황금같은 20대에 5년이나 버리면서 하는 것일까요? 집 앞에 개떼처럼 전문의들이 포진해있다고 전문의들이 개떼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개발한 사람이 가장 잘 알지 않냐고 말합니다. 전문의들 다 쓸데 없다고 말하죠.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K2는 만든 사람이 K2를 가장 잘 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가장 많이 연습한 사람이 잘 쏘는 사람일까요? 운전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잘할까요 아니면 F1 드라이버들이 잘할까요?? 아니면 처음 자동차 만든 메르세데스가 F1 드라이버보다 운전을 잘했을까요?? 라이트 형제가 제트기 비행사보다 비행기를 잘 몰까요?? 판단은 본인이 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학문으로의 韓(또는 漢)의학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고대로부터 전해지던 민간요법 등이 쓰여있으니 학문적 연구가치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현대의학처럼 민간에서 돈을 받고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 얼마나 유용한가는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자꾸 경험이 쌓여서, 경험적 치료 등등 얘기하고 있는데 경험이 쌓였으면 그 증거를 보여달라 이거죠. 제 전 게시물에서 p value < 0.05 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는 사람은 과학적으로 쌓인 데이터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X-ray, CT, MRI로 만약에 볼 수 있다고 합시다. MRI로 봤는데 췌장에 Post-inflammatory necrosis(염증후 괴사)가 있습니다. 그럼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나요? 내과/외과로 보낼까요? 그럼 왜 MRI를 한방에서 보나요? 결국 그런 겁니다. CT, MRI 찍는 돈도 한방에서 받고 싶다. 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CT, MRI를 찍어야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라고 하는데 이미 연구 목적으로는 전부 협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단체가 아닌 민간에서 달라고 하는 것은 결국 돈을 한방에서 벌고 싶다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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