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새로운 이사 2명을 선임함으로써 '여야 구도'가 5대4로 재편된 가운데, 사실상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의 퇴진이 다음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방통위는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두 보궐이사의 임기는 2018년 8월 12일까지다.
방문진 이사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방문진법에 따르면 방통위가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이사를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지금껏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해 방문진 이사회를 꾸려온 것이 관행이다.
앞서 지난 정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사 2명이 합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여야간 3대6이었던 방문진 이사회 구도는 이제 5대4로 바뀌었다.
이사회 재편에 따라 가장 먼저 이뤄지는 일은 고영주 이사장 해임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3일에 현 여권 추천 이사 3인이 다음달 2일 열릴 이사회에 고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을 상정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방문진 이사회는 법에 따라 재적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여러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9명의 이사 중에서 현재 여권 성향의 이사 5명의 찬성으로 고영주 이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영주 이사장이 해임되고 난 후에는 방문진법에 따라 새로운 이사를 뽑고 이사장을 호선한다.
새 이사장이 오고 난 후에는 김장겸 MBC 사장 해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4일부터 50일 넘게 총파업 중인 MBC 사태에 대한 책임을 김장겸 사장에게 따져물을 것이 유력하다.
그간 김장겸 사장은 검찰의 체포영장 발부와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꿈쩍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방문진 이사회의 압박은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송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진통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5명은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대하며 정부과천청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방통위를 항의방문한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정 원내대표는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정하려는 계획은 잘못됐으며 외압에 의한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항의방문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보궐이사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은 사실상 남은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예정된 KBS, EBS에 대한 국회 과방위의 국정감사도 파행을 겪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이사를 선임한 전례가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사 사임 과정에서 협박과 강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돼야 하고 이효성 위원장의 거취도 심각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27일 열릴 예정인 방문진에 대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도 정상적으로 개의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과방위 국정감사가 진행될 경우 여당은 고영주 이사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