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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9104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3
    조회수 : 663
    IP : 1.240.***.3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8/15 23:29:46
    http://todayhumor.com/?panic_99104 모바일
    [장편, 스압] Rewinder 13
    옵션
    • 창작글

     리와인더 13화입니다.


     광복절이고 하니... 하나 더 스리슬쩍 놓고갑니다. 회사도 쉬었으니.. ㅋㅋ


     잘부탁드립니다.



    (추천과 관심 댓글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13.


    다음날 토요일 아침.


    여러 가지 근심 때문에 잠을 설쳤다. 괜스레 팔과 옆구리가 더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병원이 토요일엔 일찍 문을 닫으니 일어난 김에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벌써 10시에 가까웠다. 꽤 오랜 시간을 잔 모양이었다. 하지만 잠을 계속 설쳐서인지 오랜 시간을 잤는데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나는 피곤함을 잊기 위해 간단하게 씻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졸리다. 욱신거린다. 피곤하다. 위액이 역류한 마냥 속이 쓰리다.


    우웅.


    “헉!”


    나는 스마트폰 진동에 놀라 허둥지둥 그것을 꺼내 들었다. 혹시나 리와인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행히 그것은 아니었다.


    진동의 정체는 하연이로부터 온 카톡이었다.


    ‘일어났어?’


    난 카톡인 것을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쫄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시간에 되돌리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이 시간에 되돌렸다는 생각만 해도 살짝 끔찍했다. 모든 계획이 의미 없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왜 읽었는데 답을 안 해?’


    ‘아. 금방 일어나서 병원 가는 중이야.’


    ‘뭐야. 어젠 괜찮다면서? 너 오늘 학원 가는 것도 아니잖아? 학원 째려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자마자 가?’


    하연이가 쏘아붙이는 모습이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훤히 비췄다. 상상으로 떠오른 그 모습에 움찔하며 너스레로 받아쳤다.


    ‘안 아파도 나중에 후유증 없으려면 꾸준히 받는 게 좋대서 ㅋㅋ’


    ‘... 그래? 아픈 건 아니지?’


    ‘엉.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ㅋㅋ’


    그래도 이렇게 걱정해주는 건 가족 외엔 하연이 뿐이었다. 몸을 괴롭히던 긴장과 피로감이 하연이와의 말 몇 마디에 풀어지는 것 같았다.


    ‘넌 오늘 논술학원 가지?’


    ‘응응. 안 그래도 방금 도착함!’


    ‘아. 그럼 끝나고 카톡해.’


    ‘아... 응.’


    답장이 조금 뜸들이다 왔다. 무슨 일 있나? 약간 떨떠름한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이따 이야기하면 되겠지. 어느새 나도 병원에 도착해있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눈 좀 붙여야지. 너무 피곤했다. 내일은 데이트였는데 그때도 이 모양이면 어떡하지. 설마 리와인드의 부작용으로 차이는 거 아냐? 하하... 설마.


    -----


    확실히 병원의 침대는 뭔가 있었다. 잠깐 누운 것 같았는데도 몸의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었다. 물리치료를 받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긴장이 풀리고 나른한 느낌이 들었다.


    물리치료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느새 기계에서 완료 소리가 나면서 간호사인지 물리치료사인지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 와서 정리하고는 가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옷을 추스르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오늘은 뭐하지. 내일 데이트도 생각하긴 해야 하고... 학원 숙제도 있을 터였다. 한지석한테 물어봐야지. 그리고...


    그래. 이번 리와인드가 고백이 문제였다면 그걸 해결할 방안도 생각해야 했다. 단순히 고백이 실패하는 거라면...


    “너?”


    병원에서 계산을 마치고 빠져나가려는데 누군가 억센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맞나? 맞네!”


    그는 억지로 내 몸을 돌려 내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다가 상대방의 얼굴이 낯익다는 것을 느꼈다. 큰 덩치에 째진 눈, 험한 얼굴을 가진. 체육 교사였다. 우리 반 담당은 아니었고 하연이네 쪽을 담당하고 있었다.


    “너 이새끼 말야. 달리는 차에 뛰어들고. 제정신이야?”


    체육선생은 내 어깨를 꾹 잡고 흔들며, 질책했다. 나는 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고, 남을 구하기까지 한 일인데, 왜 이런 취급까지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 앞자리의 여자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연이를 구한 게 아니라 내가 뛰어든 것 마냥 퍼진 소문을.


    “아... 아. 아뇨. 그게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그러다 훅 가는 거야. 이 새끼야. 가는데 순서 없어! 머리에 피도 안 말라가지고는. 앞날도 창창한 것들이. 지목숨 소중한 줄도 모르고 말야. 앙?”


    체육선생이 험한 인상으로 나를 붙잡고 저렇게 말하니 위압감에 말 한마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체육선생는 한참을 말하고 나서야 내 어깨에서 손을 놓았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체육선생의 더러운 인상 때문에 주변의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하여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남을 도와주는 건 좋은 건데. 그러다 니가 죽으면 슬퍼할 부모님을 생각해야지. 안 그래?”


    나는 주눅 들어 대답했다.


    “네...”


    그렇게 말하고는 체육 선생은 병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나는 체육선생이 시야에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러니 여자애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거다. 얼마 전 체육 시간 때도 하연이랑 지혜랑 험담하듯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나랑은 엮일 일이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늘 직접 엮이니 상당히 성가셨다. 잔소리도 많고...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체육선생은 알고 있는 건가? 내가 어쩌다 다친 건지? 체육선생이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을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하연이를 구하다 다친 것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체육선생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대부분의 선생도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 애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 소문의 근원지는 도대체 누구지? 애들과 선생님들의 소문의 근원지가 다른 건가? 아니, 그러기엔 담임이 저번에 종례할 때 반응이 이해가지 않았다. 진실은 미궁 속에 있었다.


    모르겠다. 하연이에게 카톡이나 남겨둘까.


    ‘내일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있어?’


    수업이 끝나면 연락 오겠지.


    ‘눈꽃빙수! 밖에 너무 더워... 빙수 먹고 싶어! 빙수’


    .... 아직 수업 중 아닌가. 생각보다 빠르게 온 답장에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느껴지는 하연이의 태도가 의외여서 당황스러웠다.


    ‘빙수?’


    ‘응응.’


    디져트가 아니라 메인메뉴를 물어본 거긴 하지만... 뭐 상관없나. 점심은 뭘로 하지 적당히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파스타 같은 게 괜찮으려나...


    ‘내일 그럼 어디서 만날까? 집 앞? 시간은 1시랬지?’


    ‘응 한시 근데 내일 아침에 들릴 데 있어서.. 역에서 만나자.’


    ‘ㅇㅇ 그래.’


    사실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더 물어보게 되면 거리낌이 들까 봐 자제했다. 어차피 내일 만날 건데 이야기는 그때 해도 된다. 내일 점심으로 뭐가 좋을까나. 집으로 돌아가며 하연이의 sns를 살폈다.





    집에 돌아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와 독서실에 들어갔다. 목적은 학원 숙제를 하는 것이었지만, 틈틈이 내일의 계획을 생각했다. 그러나 영 막막한 느낌이다.


    잘되려나.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는 한편 잘 되는 것도 불안했다.


    차라리 그냥 실수로 되돌렸다면 좋을 텐데. 스마트폰이 지문으로 잠금이 걸려있는 지금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 리와인더를 쓸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되돌리는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왜 되돌렸는지 알 수 없기에 마음속의 심란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고백이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저번처럼 내가 스스로 잘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아직 꼬였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딱히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었다. 기억은 없었지만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시감은 분명 도움될 것이다.


    5시 2분.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4시 20분. 그로부터 20분이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학교가 끝났다는 것을 가정하면 40분의 시간이 비었다.


    그 40분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무언가 있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돌발적인 사고인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면 5시는 이미 집에 돌아와 학원에 갈 준비를 할 시간일 텐데... 짐작 가는 부분이 없었다. 시간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기엔 내 추리력이 역부족이었다.


    내일 일이나 생각해야지.




    ----



    ‘내일 역에서 1시 맞지?’


    ‘응응 아까 말했잖아’


    ‘빙수 말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흐응? 글쎄? 니가 만나자며 니가 정해야지!’


    ‘그래도 사과의 의미로 사는 거니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주려고 했지.’


    ‘눈꽃빙수면 돼’


    ‘그래?’


    ‘그렇다구 ㅡ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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