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박용택, 이용규, 김종호, 브랫 필’. 이들은 리그에서 타격의 기복이 가장 적은 선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믿고 보는 OOO' 이라는 훈장이 리그에서 가장 어울리는 5인이다. 슬럼프가 짧고 타격 페이스에 기복이 적은 선수는 감독과 팬들에게 모두 신뢰를 받는다. 감독에게는 전력을 구성 할 때 변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팬들에게는 경기를 보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준다는 점에서 사랑 받기 마련이다.
BCI(Batting Consistency Index)는 이들처럼 장기레이스에서 꾸준히 타격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묵묵히 팀에 공헌하는, ‘믿고 보는’ 타자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만든 지표이다. 타격의 꾸준함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탓에 전통적인 세이버 지표로는 발견이 어렵다. 이를 수치화하기 위해서는 "타격의 꾸준함"을 정의하고 이를 표현해주는 지표들을 조합하는 간단한 작업이 필요했다.
[ BCI ( Batting Consistency Index) 생성 ]
가정 1. 일단 많은 타석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전설의 4할 타자면 무엇하겠는가? 규정타석도 채울 수 없는 유리몸을 가진 타자라면 BCI 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가정 2. 시즌 중 누적 타율의 (Max – min), 최근 10경기 타율의 시즌 중 (Max – min) 이 낮을수록 BCI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가정 3. 최근 10경기 타율과 누적타율과의 차이를 비교해서 일자 별 타율 흐름을 4단계로 나누고, 해당하는 날짜 수를 계산한다. 그리고 Mild Zone에 머무르는 날짜가 길수록, Cold Zone에 머무르는 날짜가 짧을수록 BCI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BCI 도입 예시 : 시즌 타율이 0.250으로 동일한 가상의 타자 A,B 비교>
- 타자 A
100타석에서 25안타를 기록한 가상의 선수다. 최근 5경기 타율은 최저 0.150에서 최대 0.350 까지 움직였고, 시즌 누적 타율은 최저 0.150, 최대 0.250 이었다. 붉은 색으로 표시한 곳이 Hot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전체 타격일 중 33.3%를 차지한다 Cold 구간은 없다.
- 타자 B
120타석에서 30안타를 기록한 가상의 선수다. 최근 5경기 타율은 최저 0에서 최대 0.600 까지 움직였고, 시즌 누적 타율은 최저 0.036, 최대 0.260 이었다. 붉은 색으로 표시한 곳이 Hot에 해당하는 구간이며 푸른 원으로 표시한 구간은 Cold 구간이다.
<BCI 계산>
<타자 A>
Batting Consistency Index = Sqrt(타석수) * (Mild – 2* Cold) / ( 누적 타율 고저 차이 + 최근 타율 고저 차이)
= Sqrt(100) * ( 0.667 – 2 * 0 ) / ( (0.250-0.150) + (0.350 – 0.150) ) = 22.2
<타자 B>
Batting Consistency Index = Sqrt(타석수) * (Mild – 2* Cold) / ( 누적 타율 고저 차이 + 최근 타율 고저 차이)
= Sqrt(120) * ( 0.346 – 2 * 0.192 ) / ( (0.260-0.036) + (0.600 – 0.00) ) = -0.51
주1. 장타율, 출루율이 아닌 타율을 사용한 이유는 임의로 만든 이 지수가 득점 생산력이나 팀 기여도가 아니라 ‘타격페이스의 꾸준함’을 측정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2. 한편 (Mild – 2 * Cold ) 에서 Cold 에 2를 곱한 이유는 슬럼프로 묘사될 수도 있는 Cold 구간에 페널티를 주기 위한 임의 조정이다. 슬럼프가 짧은 것도 기복이 적다는 측면에서 선수의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3. 산출한 BCI는 임의로 정의한 타격페이스의 꾸준함이라는 개념을 다각도로 담고 있는 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6월 30일 기준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2명을 대상으로 값을 산출한 결과 최소 -2.73 에서 최대 70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평균은 24.86, 표준편차는 16.93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선수간 비교 등의 작업은 표준화를 통해 산출된 Z값을 활용하였다. 최고의 BCI를 보인 최형우의 변환 전 BCI는 70.67이었고, 표준화를 거친 Z값은 2.56이었다. 이는 최형우가 보여준 타격 페이스의 꾸준함이 리그에서 상위 0.5%에 해당함을 말해준다. 변환 전 BCI 25.14를 기록한 김현수의 변환 후 Z(BCI)값 -0.02이다. BC지수에 따르면 김현수는 리그에서 대략 평균 수준임을 의미한다.
주4.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의 Z(BCI)분포
그렇다면 ‘믿고 보는 선수들’에 대한 팬심과 이 지수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자.
1.‘이 남자의 방망이는 믿으셔도 괜찮습니다’- 구단 별 믿고 보는 타자 BEST
2.' 가끔 베리본즈로 변신하는 날도 있습니다.’ - 그러나 아주 가끔입니다.
3. BCI TOP 10
WAR이라는 팀 승리 기여도 지표에서는 소외되었던 선수들의 순위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샘플이6월 30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52인임을 감안하면 이 중 박용택, 김종호, 필, 박민우, 이승엽, 박석민은 WAR만으로 평가하기에는 BCI 상 특별함을 가진 숨은 영웅들이라 할 수 있다.
4. BCI & WAR 맵핑
위 도표는 표준화를 거친 WAR과 BCI를 가로와 세로축에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Z(WAR), Z(BCI) 모두 평균은 0이고 표준편차는 1이다. 따라서 1사분면에 위치하고 있는 선수들은 리그 내에서 WAR도 높고 꾸준함도 갖추고 있는 소위 말하는 ‘괴물’들이라 할 수 있다. 강민호가 WAR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증명하고 있다면 최형우와 박병호는 WAR와 BCI에서 모두 좋은 지수를 기록하면서 MVP 레이스를 함께 하고 있다.
이제 박용택과 강민호를 비교해보자. 강민호가 평균 수준의 BCI를 기록하면서도 리그 최고의 WAR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박용택은 평균수준의 WAR로 리그 2위의 BCI를 기록하면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타석에서 무게감이 조금 떨어졌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승엽 또한 박용택과 비슷한 모습이다. 평균수준의 WAR에도 불구하고 BCI는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WAR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BCI상 박용택과 완전히 반대 성향을 보이는 타자는 같은 팀의 정성훈이다. 후반기 LG의 반격의 선봉장은 꾸준함의 대명사 박용택일까, 단기 임팩트의 제왕 정성훈일까?
같은 팀에서 평균 수준의 비슷한 WAR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다른 예로는 삼성의 박석민과 박한이 를 들 수도 있다. 2015시즌 전반기 동안 박석민이 박한이보다 BCI에서 훨씬 우수한 타자였음은 칼럼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전반기 동안 삼성에서 꾸준히 안타를 치고 점수를 내준 믿고 봤던 선수 3인은 최형우, 이승엽, 박석민이었다. 잘 치던 나바로의 깊은 슬럼프때문에 삼성 팬들이 뒷을 목 잡는 날 또한 많았을 것이다.
NC에서는 김종호와 박민우가 평균 이하의 WAR에도 불구하고 높은 BCI를 보이면서 선전하고 있고, 나성범은 WAR, BCI 모두 상위권이다. 이종욱과 손시헌이 모두 3사분면에 위치하는 것이 팀으로서는 아쉬울 것이다. 타격에 있어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FA 쌍두마차가 후반기에 WAR과 BCI 어느 측면에서라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경문 감독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용병들의 성향 비교도 흥미롭다. NC의 테임즈는 WAR에서 최고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BCI 측면에서는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SK의 브라운과 나바로는 비슷한 WAR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BCI 측면에서 브라운이 조금 더 안정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라고 하면 다혈질의 거포를 떠올리기 쉽지만 KIA의 필은 (‘복면가왕’이 말하듯) 그것이 편견임을 보여준다. 평균 이하의 WAR에도 불구하고 그가 팀 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타자’임은 굳이 숫자를 들지 않아도 타이거즈 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WAR과 BCI 모두 0인 타자는 롯데의 아두치이다. 꾸준함에 있어서도, 팀 승리 기여도에 있어서도 그는 정확히 리그 평균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팬과 구단은 용병에게 리그 평균 수준의 타격으로 만족하기에 다소 아쉽다. 후반기, 아두치의 성향 변화도 롯데 팬이라면 주목해 보자.
한화 팬들은 준수한 WAR에도 불구하고 6월 MVP 김태균의 낮은 BCI가 의아할 수도 있다. 김태균은 부상 때문에 타석수가 낮게 측정되었다. 이용규와 최진행이 전반기의 꾸준함을 유지해주면서, 정근우가 후반기에 자신의 클래스를 찾는다면 한화는 파괴력과 안정감을 모두 갖춘 공격진을 바탕으로 후반기에 더 높은 곳을 바라 볼 수도 있다.
5. 결론
지금까지 BCI(Batting Consistency Index)라는 임의의 지수를 통해 타자들의 타격페이스를 ‘꾸준함’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타석에 많이 나오면서, 자신의 시즌 누적 타율과 최근 10경기 타율의 차이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간혹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라도 그 기간이 짧은 타자를 기복이 적은 타자로 정의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타자들을 재조명해 보았다. 스포츠 뉴스 1면의 단골 손님인 선수들의 우수함은 기존 지표들로도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에서 큰 기복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묵묵히 팀에 기여하는 선수들의 ‘믿음직스러움’은 기존 지표로 드러나지 않았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지표를 고안하고 자료를 만든 목적은 타자들을 줄 세우고 평가하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공격 지표들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자신의 자리를 기복 없이 지켜 주는 선수들의 노력이 숫자를 통해 재조명 받기를 바라는 팬심으로 긴 글을 썼다. 많은 매체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도 높은 BCI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은 존중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주5. 참고
** WAR, 기초 지표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 <BCI & WAR 맵핑> 도표를 숫자와 더불어 더 자세히 보기를 원하신다면?
** WAR 지표 설명
** 타격의 꾸준함이 팀의 좋은 성적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주6. BCI TOP5 선수 시즌 타율 추이
<최형우>
<박용택>
<이용규>
<김종호>
<필>
주7. 꾸준함이 조금 아쉬웠던 5인 시즌 타율 추이
<박해민>
<나바로>
<강한울>
<정성훈>
<지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