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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seball_98996
    작성자 : 큰회장
    추천 : 19
    조회수 : 860
    IP : 118.33.***.23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5/07/07 18:00:39
    http://todayhumor.com/?baseball_98996 모바일
    한화)두 리더의 편지(긴글주의)
    양상문.jpeg
    양상문2.jpeg
    김성근 감독의 책에 실린 내용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양상문 감독의 편지

    감독님도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때 감독님은 한국 고교 대표팀 코치셨고 저는 고교대표 선수였죠.
    감독님은 재일교포 2세로 이제 막 한국에 들어오신 지 몇 년 안되었을 때였지만 
    이미 성인 국가대표 코치를 하신 뒤에 고교 대표팀 코치로 오신거였잖아요.
    제가 던지는 걸 보신 뒤 감독님이 한 말씀 하셨지요.

    "너는 이선희 뒤를 이어나갈 한국 대표 왼손투수다."

    이선희가 누구였습니까. 당시 대륙간컵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면서 
    대한민국을 최초 우승으로 이끈 왼손투수의 전설 아닙니까. 
    아인슈타인이 과학고등학교에 가서 고등학생을 칭찬해준 것과 같은 일이었어요. 
    그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 뒤로 다시 감독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사실 그때는 고작 2주 정도의 합숙기간이었던지라 감독님과 만날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죠. 시간이 좀 지난 뒤 제가 대학 2학년 때 대표팀에 뽑혔는데 
    감독님을 코치로 또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아 감독님과 나는 특별한 인연이 되겠구나'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세 번째로 감독님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89년이었지요. 바로 만년 꼴찌였던 태평양 돌핀스 시절이었습니다.
    오대산에서 얼음 깨고 들어가 정신무장하던 전설의 그 팀이었지요.

    감독님. 제가 리더로서의 수업을 감독님 밑에서 받았지만 '이게 정말 리더구나'라고 느꼈던 첫 순간을 
    꼽자면 아마도 제주도 훈련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바람도, 눈도, 비도 많았을까요.
    한번은 비가 엄청 왔던 날일 겁니다. 모두들 '오늘은 쉬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말씀하셨죠.

    "스케쥴은 무조건 소화한다. 오늘 쉬면 다음쉬는날이 없어진다. 어떤 악천후라도 훈련하는 날은 하고 쉬는날은 쉰다. 절대 변동없다."

    아마 웬만한 감독이라면 그 엄청난 비를 뚫고 훈련할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그런데 훈련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 감독님 말씀을 듣는 순간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그렇구나. 리더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한번 내뱉은 말은 뒤집으면 안되는 구나!'

    저는 그때부터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도 감독님께 수업을 받고 있었던 거지요.
    태평양 시절, 돌이켜보면 그때 감독님 야구의 맛을 제대로 본 것 같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분석.
    그걸 토대로 한 냉철한 판단과 용병술. 다른감독들이 감에 의존해서 '아 이거빼면 다른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했다면 감독님은 다르셨죠. 데이터 분석에 의해서 당신이 판단한 대로 가셨어요.

    물론 선수들 불만도 있었죠. 뭔가 해볼 만하면 감독님이 불러들이고 다른 선수들을 쓰니 말이죠.
    그런데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할때 마다 성공을 한다는 거였어요.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점차 재밌어졌습니다. 꼴찌였던 팀이 감독님 지시대로 움직이니까 잘 막아내고
    안타치고 순위가 쑥쑥 올라갔습니다. 나중에는 '아, 야구장에 계속 있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최근 몇년간 sk 선수들도 아마 그런 감정을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감독님 기억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제가 연봉협상으로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때,
    선수단은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저만 연봉협상을 못 끝내고 있었잖아요. 
    제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순간에 선수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더 크잖습니까. 그때 감독님이 저한테그러셨지요.

    "캠프 천천히와도 된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계약하고 와"

    감독이라는 신분으로 선수 연봉협상에서 그런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까 얼마나 힘이 났는지.. 누구 한명이라도 제편이 있다는 든든함이랄까요.
    긴장감도, 잔뜩 굳어 있던 제 마음도 풀렸지요. 그 다음에는 신기하게도 제 마음이 오히려 간절해졌습니다.
    빨리 협상 끝내고 감독님과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지요. 그래서였습니다. 
    팀이 훈련을 떠나자마자 하루만에 계약을 했어요. 그때까지 시간을 끌던 것에 비하면 정말 한순간에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많이 양보를 하고 계약을 한 거죠. 뒤늦게 캠프로 갔더니 감독님이 저를 혼내셨지요.

    "하루 만에 오면 어떡하냐?"

    저는 웃으면서 운동장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것만큼 기쁜 일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또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번은 감독님이 저를 부르셔서 봉투를 하나 주셨지요. 
    15만원 정도의 돈이었습니다. 89년도에 15만원이면 굉장히 큰돈이었지요. 
    당시 저희 팀이 꼴찌에서 어느 정도 잘해나가다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던 때였죠.

    "네가 투수들 데리고 나가서 술한잔 먹어"

    그때의 감독님은 뭐랄까요, 정말로 인자한 아버지 같았다고 할까요. 저는 묵묵히 그 봉투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호기롭게 후배 투수들을 데리고 나가 탁자 위에 그 돈을 척 올려놨죠.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감독님이 주셨다. 한잔 먹고 잘하라고 하시더라."

    정말 감동이었죠.'감독님이 모질게 우리를 훈련시키지만 그만큼 우리를 많이 생각해주시는구나 했으니까요.
    감동을 안 받으면 이상한 거였어요. 그때도 알았죠. 큰일을 할 때는 강하게 조직을 이끌지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선수들의 마음을 챙겨주시는 분이 바로 감독님이시라는 걸 말이죠.
    팀을 위해서는 냉정하게 야단치는 것도 감독님이시지만 당신이 부족한 부분은 고참급 선수들에게 맡겨서
    선수들의 마음을 디테일하게 파고들어가셨던 분도 바로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과 저와의 인연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이어졌지요. 
    감독님, 2002년도 lg감독이 되셨을 때 기억나시지요? 
    제가 투수코치로 감독님을 보필하게 되었지요. 감독님은 자주 리더의 길을 연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2002년 시즌 중에 갑자기 저를 부르셨지요. 

    "내가 머리가 안돌아가니까 내일은 네가 투수운용 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하는 생각을 했지요.
    저한테는 진짜 막중한 임무였거든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감독실을 나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로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팀의 거의 모든 결정과 판단을 감독님이 직접 챙기시는데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신거라는 것을요. 
    바로 리더로서의 준비를 해보라는 뜻이셨지요.

    이제와서 말씀드리지만 그때 저 엄청나게 뒷골이 당겼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준비를 해야하는지 엄두가 안났던거죠.
    최소한 감독님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소화해두고, 거기에 더해 다른 뭔가가 있어야 
    어느 순간 어느 때에라도 감독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투수운용을 할 수 있을것아닙니까.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납니다. 만약 게임 때 혹시라도 "상문아, 지금 어떻게 할까?" 물으시는데 제가 헤매면
    그날로 끝나는 거지요.

    그게 바로 김성근식 리더훈련이었습니다. 그런일을 겪으면서 저는 감독으로서의 준비를 
    차근차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편하게 적당히 야구하다가 유니폼을 벗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광현이나 류현진처럼 한국 최고의 선수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1,2군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은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한번 도전해보는겁니다.
    감독님은 바로 이 순간에 각 선수의 최대치를 끌어내주시는 분이셨어요. 그러니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훈련을 따라가는 선수만 힘든 게 아니었죠. 제가 리더로서 감독님을 보필하다 보니 저도 같이 느끼는게 많았지요. 
    특히 능력이 안되는 선수들도 일단 감독님을 만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조련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능력은 조금있는데 부족한 선수들은 그럴수록 더 많은 훈련을 시키셨죠.

    제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감독이 개인적인 영광만을 생각했다면 
    초지일관 그 많은 선수들을 그렇게 치열하게 지도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도 감독 생활을 해봤잖습니까.
    롯데에 가서 더 먼 앞날을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달려들어 보니까 더욱 절절하게 알겠더라고요.
    한국 땅에서 감독님이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실력뿐이었지요. 얼마나 절실하셨겠습니까.
    그런마음이 제자들에게도 이어진 거지요.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선수들을 보면 분명 마음속으로 생각하셨을 거예요.

    '이놈들을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된 선수로 만들어서 인간 대접 받게 만들어야 한다.'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초지일관 선수들한테 독한 연습을 시키셨던거고요. 
    감독님. 감독님을 알게 된 것이 벌써 40년이 되어가네요. 제가 놀라는건 칠십이 넘으신 지금까지 젊은 시절 
    감독님의 열정을 똑같이 유지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정말 '초지일관'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독님의 초지일관을 무조건 독한 훈련으로만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지요. 
    그런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따로 있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감독님의 애정과 넓은 가슴이라는 걸 말이죠.

    벌써 몇년전의 일이 되었는데요, 한번은 제가 sk선수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어떻게 그렇게 우승할 수 있었냐. 어떤 선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훈련은 여전히 힘들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칠십에 가까운 감독님이 선수들 앞에 쪼그려 앉아서 
    공을 올려주시는데 어느 누가 경건해지지 않겠어요"

    야구를 하면서 경건한 마음이 든다니! sk선수들도 느꼈던 겁니다. 첫우승부터 세번째우승을 하기까지 
    감독님이 초지일관 운동장에 몸소 나와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또 결국 그게 감독님의 영광을 위한게 아니라
    모두 다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는 걸 말이죠.

    #####################################

    김성근 감독의 답


    나도 선수들에게 배울 때가 있다. 2002년 LG감독일 때 양상문을 투수코치로 쓰고 싶었다.
    LG로 오라고 하니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때 양상문은 롯데에서 투수코치를 그만두고 부산에 있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만에 서울에 나타난 게 아닌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비행기를 타고 부산서 서울까지 온거다. 나는 당연히 하겠다는 말을 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하기 어렵겠다는 말을 하러 서울까지 온 거였다. 더욱 놀라서 물었다.

    "넌 꿈이 뭐냐?"
    "네,감독입니다."
    "그래?그럼 LG말고 롯데로 가야겠네"

    보내주면서도 감탄했다. 거절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로 양상문이 어떤 사람인 줄 깨달았다.
    진국이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나는 곧장 부끄러워졌다. 
    그 먼 길 비행기를 타고온 양상문을 밥도 안 먹이고 보낸 것이다.
    황급히 전화를 했다. 이미 공항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미안하다. 너와서 밥사줬어야 했는데, 아까 그 생각을 못했다."

    그때부터였다. 양상문한테는 감독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인연이 닿아 LG코치로 오게 됐다.
    '이놈은 어떻게든 감독으로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가 성장하는걸 보고싶었다.

    사실 양상문과는 그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77년도에 처음 만났다. 
    양상문이 고등학생 때 였다. 그는 당시 최고의 스타였다.
    부산고의 4번타자이자 에이스로 청룡기 화랑기 대통령배를 모두 휩쓸었던 무렵이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양상문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침착했다.
    나는 그 차분한 성격을 눈여겨봤다. 무엇보다도 야구를 제대로 알았다. 변화구와 직구 컨트롤도 뛰어났다.
    척 보니 다른 선수보다 한 단계 위였다. 이선희를 잇는 한국 대표 좌완의 재목이라고 봤다.

    89,90년도 당시 양상문은 태평양의 전천후 투수였다. 적재적소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해줬다.
    당연히 제대로 보상받아야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당시 태평양 구단은 캠프에 참가 못하면 
    선수 마음이 급해져 계약을 구단에 유리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런게 눈에 보이니 나는 오히려 양상문에게 천천히 오라고 했다. 이런 때 나는 당연히 선수편에 선다.
    선수들이 연봉협상 할때는 내가 나서서 더 잘 받게 해주려고 한다. 구단과 선수가 팽팽하게 맞설 때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만 되도록 선수의 입장에서, 선수가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애쓴다.

    이런 양상문에게도 혹독하게 했던 적이 있다. 오키나와캠프에서 였다. 일부러 양상문을 어마어마하게 혼냈다.
    쉬는날이었다. 그런데 투수들은 나와 있었다. 당연히 나도 나갔다. 가보니 거기에 이용범 수석코치가 주전 투수들을 데리고 훈련시키고 있었다.
    양상문이 어디 있나 알아보니 골프치러 갔다는게 아닌가. 당장 양상문을 불렀다.

    "너 짐 싸. 한국 가라."

    팀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싶었다. 양상문이 크게 놀라 짐을 다 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보러왔다.
    나는 그를 불러다 앉혔다.

    "잘 들어. 수석코치는 피처를 향상시키려고 쉬는 날에도 나와 있었어. 피처는 네파트야. 그런데 골프를 쳐?
    감독도 나왔는데? 너는 그런 마음으로 무슨 지도자가 돼?"

    양상문은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다. 곧바로 말을 알아들었다. 고개를 푹 숙였다.

    "너 가서 이용범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와."

    그렇게 양상문은 잡아줬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도 투수 쪽은 양상문에게 맡겼다.
    아마 내가 LG에서 2-3년 더하고 그만뒀으면 양상문에게 감독을 줬을 것이다. 그정도로 양상문을 믿었고 처음부터 그를 제대로 된 리더로 키우고 싶었다.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hanwhaeagles&no=6907288&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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