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대체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돈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는 했지만,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떤 분의 말씀대로 돈은 모든 것과 얽혀있고 하나의 현상을 다른 하나의 현상과 구분지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후배와 술자리에서 이야기했던 주제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돈은 가치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요. 당연히 돈은 가치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목숨걸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봅니다. '돈=가치'인가? '돈=가치'가 아니라면, 돈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에, 저는 좋은 제목학원 수강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제기에서부터 이미 결론을 말해버렸으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가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 '돈=가치'가 아닙니다. 돈은 가치를 매개하는 매개체입니다. '가치'가 본질이고 '돈'은 형식입니다. (여기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자면 제가 의미하는 '가치'는 '부가가치세'에 나오는 그 '가치'입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어떤 상품(혹은 노동)을 살 때,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그 상품(노동)의 '가치'입니다. 그리고 '돈'이란 그 상품(노동)의 '가치'를 정량화시키고, 교환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사실 우리는 '돈'없이도 가치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집 모내기를 할 때 옆집에서 일해주고, 옆집 모내기를 할 때 우리집에서 도와줍니다. 아주 기본적인 '노동력'이라는 가치의 교환이고 여기에는 '돈'이라는 매개체가 필요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옆집에 쌀을 한 말 주고, 옆집에서 보리를 한 말 얻어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쌀 한 말과 보리 한 말을 바꾸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보통 쌀이 더 비싸죠..?) 우리집 모내기보다 옆집 모내기가 훨씬 힘들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옆집 논은 돌투성이라던지) 그래서 우리는 중간에 매개체로 '돈'을 집어넣습니다. 돈을 집어넣으면 가치 교환이 훨씬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쌀 한 말의 가치가 보리 한 말의 가치의 2배가 된다면, 쌀 한 말에는 10,000원을 책정하고 보리 한 말에는 5,000원을 책정해서 가치의 교환비율을 정교하게 맞추어 나갑니다. 즉, 쌀 한 말 = 만원 = 보리 2말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여기에서 돈에 가치가 생깁니다. 만원 = 쌀 한 말 = 보리 2말 이니까요. 굳이 보리 2말을 얻기 위해서 쌀 한 말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돈 만원 만 있으면 이걸 쌀 한 말로 바꿀 수도 있고, 보리 2말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즉, 돈은 하나의 물품(혹은 노동)을 다른 물품(혹은 노동)으로 교환하는 순간에 가치가 생기며, 따라서, '돈'은 '가치의 교환'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면 존재 의미가 없어집니다. 저는 중학교 역사시간에 '선사시대에는 조개껍질을 화폐로 삼았다'는 말을 듣고 실소한 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돈 자체가 가치있는 물건일 필요는 없습니다. 돈은 매개체일 뿐이니까요. 현대의 지폐도 결국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없는 종이조각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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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얘기를 길게 떠벌린 것 같습니다만, 이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2. 돈은 가치를 교환하는(혹은 매개하는) 순간에 가치가 생긴다. 2-1. (이건 비밀인데) 혹은 돈은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치가 생긴다.
지금 정리한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셨다면 여러분들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여러분이 직접 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돈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돈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멋지죠? 말도 안된다구요? 하지만 이미 이 사회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