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박지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듀어든의 글이 있더군요
예전에 나카타의 일본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한국축구를 살리자고 하는데, 어떤것이 한국축구를 살리는 길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에 발리고 중국에 발리고, 게다가 태국한테 발리는 상황에서 박지성 개인의 성적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올해 예선전부터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개개인이 외국 경기 좋아하고 즐기는 것과는 다른 이유겠지만...)
만약 박지성이 만체스터를 떠난다면,(예들들어, 타국 리그로 간다면 - 바르셀로나, 밀란 등등 으로 간다면) 지금처럼 epl에 열광할까?
예전에 박찬호에 열광하고 김병현의 애리조나가 생각이 나는구만...
=================================================================================================
한국인 최초로 우주인이 된 사람은 이소연이지만, 오는 5월 하순 경에는 5천 국민 모두가 우주를 둥둥 떠다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박지성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한국은 아마 폭발할 것이며, 나라 전체가 하늘로 날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들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포털 사이트들은 박지성의 기사를 항상 1면에 걸어두고 있다. 사람들이 박지성을 자랑스러워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싶어하는 것은 잘 알지만, 박지성에 관한 기사가 너무 많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물론 이것도 박지성에 관련된 기사지만……) 현재 박지성 기사는 다른 프리미어리거들과 이천수, 김남일, 김동진, 이호 등의 기사를 합친 것보다도 많을 게 분명하다.
물론 박지성의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맨유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팀의 주요 멤버로 인정받았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뛰기만 해도 대단한 일이 될 텐데, 만약 골이라도 터뜨린다면 그의 이름은 맨유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박지성은 한국을 알리는 훌륭한 외교관이 될 것이고, 전 세계적인 유명세도 누리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몇몇 분들께서는 “존,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잖아?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걸”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나는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자국 선수를 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영국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한 선수가 외국 팀에서 뛰며 그 지역의 대륙간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박지성과 UEFA챔피언스리그에 관한 기사는 2개의 K리그 팀이 출전하는 AFC 챔피언스리그의 기사보다 훨씬 많다. 물론 K리그가 사상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있겠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박지성이 받는 관심의 10%라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놀라 자빠지고 말 것이다!
포항과 전남의 지난 챔피언스리그 2경기는 라이브 중계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맨유의 경기가 중계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K리그 두 팀의 존재가 외국의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한 선수보다 못한 것일까?
사람들은 박지성의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포항, 전남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중에서 무엇을 더 좋아할까? 이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박지성 우승”이라고 답하겠지만, “포항(전남)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더 바란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나오기를 희망한다.
어떤 것이 한국 축구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지는 분명하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FIFA 클럽월드컵에 갈 수 있고, 포항이나 전남이 세계 최고의 팀들과 맞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메달은 우리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어린이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 축구의 일부이지, 이 땅의 축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박지성의 성공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위상을 높여줄 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의심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특정 국가에서 한 명의 수퍼스타가 나왔다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선수들이 축구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틀렸다고 해도, 박지성의 성공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유럽 클럽들이 한국 선수들에 보이는 더 많은 관심뿐이다. 우리는 몇 명의 벤치워머가 더 나와야 만족할 것인가? (요즘에는 벤치에 앉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모든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박지성에게 행운을 비는 한 사람이다. 영국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모스크바에서 누가 이기건 간에 큰 상관이 없지만, 한국에 집이 있고 가족의 절반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사람으로서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기를 기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 축구계가 박지성에게 보이는 관심의 절반만큼이라도 K리그와 국내 축구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내 본다. 박지성의 성공은 축하 받아 마땅하지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음을 항상 기억하도록 하자.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