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시절 겪은 이야기다.
나는 도호쿠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도쿄에서 대학 다니는 걸 목표로 죽어라 공부했었다.
그리고 수험이 다가왔다.
혼자 도쿄까지 온 것도 처음이었다.
목표는 와세다와 게이오.
하지만 시험장에 다다르니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해 버려, 제대로 답도 다 쓰지 못한 채 시험이 끝나고 말았다.
굳이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불합격이 확실한 상황.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학에 붙지 못하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야만 했다.
그 무렵 나는 농부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에 호텔로 돌아온 후, 진짜 자살할 작정이었다.
창문이 안 열린다는 것도 모르고, 뛰어내리려고 8층 방에 도착하자마자 창으로 뛰어갔다.
커튼을 열고 창문 열쇠에 손을 댄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렸다.
[자살하면 안 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창밖을 보니 웬 아저씨가 창문 아래 붙어있었다.
여기는 8층.
줄 하나 없이 창 아래 매달려 있는 아저씨를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저씨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생긋 웃었다.
앞니가 노래졌다.
하나가 빠진다.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거야~]
그렇게 말한뒤, 아저씨는 아래로 떨어져갔다.
열리지 않는 창문 때문에 아저씨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는 보지 못했다.
나는 자살할 생각이 사라져,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1113?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