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선후배들이 겪은 실화를 가지고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첫번째는 제 선배님이 겪으셨다는 이야기인데
일단 'ㅁ'자 건물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그 건물은 모 단과대학 건물로 학교 건물 중에서도 제법 큰 건물이었고 단과대학으로 쓰는 학과도 꽤나 전통적으로 인원수 많던 과로 유명한 과입니다. 이야기에 등장할 때는 그 단과건물은 저희과와 인원수 많고 교내에서 미인인 여학생이 많은 과로 유명한 과가 같이 썼답니다. (제가 입학하기 전에 저희 과는 근처에 새로 지어진 다른 단과건물로 이사했구요)
수용하는 학생 수가 많다보니 증개축이 이어져서 'ㅁ'자 건물에 미로로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2층이다 싶으면 어느새 3층으로 3층이다 싶으면 1층으로 워프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중축이 이어지다보니 경사로나 계단의 위치가 규칙성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동하다가 조금만 정신줄 놓으면 익숙해 진 학생도 전혀 의도치않은 곳으로 이동해있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 선배님도 화석급의 고인물이셨는데 그분이 신입생인때 였습니다.
그 선배님이 공부를 하시다 늦은 시간에 가방을 싸서 돌아가려고 단과대 내부에 있는 작은 도서실을 나왔다고 합니다.(저희 학교는 모든 학과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중앙도서관, 공대도서관 외에도 각 단과 학생만 쓸 수 있는 단과대 내부의 소도서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도서실인 만큼 자정가까이 개방했구요)
퇴실 시간에 가까운지라 단과 건물 내부도 학생의 그림자 한 명 없었으며 복도 조명도 거의 꺼져서 어두컴컴했다고 하네요. 드문드문 켜진 복도 조명과 가로등 조명을 의지해 1층 현관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발소리가 나서 보니 앞에 누군가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 나말고도 누군가 공부하다 가나보다 라며 그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이 흐릿하게 보이더랍니다. 순간 철렁했지만 그냥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가보다 빨리 가야겠다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발걸음을 빨리 해도 그 사람을 도무지 쫓아갈 수 가 없더래요. 앞의 사람은 성별도 모르겠지만 빨리 걸으면 빨리 걷는대로 속도를 늦추면 늦추는대로 일정한 거리만을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한창 뒤를 쫓으며 신경전을 벌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한참을 그렇게 걸었는데도 1층이 아니라 단과대 도서실이 있는 그 층만을 뱅뱅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뭔가 홀렸나보다 싶어서 그 선배는 귀신(?)을 쫓는 걸 관두고 집에나 가야겠다 싶어서 1층으로 가는 길목으로 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다행히 귀신은 별 관심없이 멀어져가고 있었고 빨리 내려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일정하던 발걸음 소리가 탁탁 뛰는 소리로 들렸대요.
이 건물이 'ㅁ'자 구조 아닙니까 그대로 있으면 귀신의 앞면(?)과 조우할 팔자였죠. 그래서 겁먹고 선배도 뛰고 있는데 망할 건물 구조때문에 1층은 커녕 점점 더 상층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애시당초 옛날 건물이라 너비는 늘려놨지만 높이 4층이 최상층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옥상가는 길목 앞에서 망연자실 하고 있는데 발걸음소리가 점점 접근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림자도 안보이고요.
선배는 너무 무서워 건물이 울리도록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니 발걸음소리도 거짓말처럼 그쳤고 그 넓은 건물은 괴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고 하네요.
선배는 너무 무서워서 정신없이 1층으로 빠져나와 자취방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퍼먹고 그 기억을 잊어먹었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후배 이야기 입니다.
앞에서 봤듯 'ㅁ'자 건물에는 괴담이 있습니다. 'ㅁ'자 건물에 흔히 딸린 앞장서 가는 귀신의 이야기이죠. 그런데 단순히 구조가 'ㅁ'자만이 아니라 괴랄한 증개축때문에 넓은 미로가 된 탓에 그런식으로 정줄놓고 귀신에게 쫓기다 길 잃어먹었다는 사람이 은근히 많았습니다.
(그 건물은 귀신이 없어도 1학년 1학기에는 미아가 많이 생기고 교양수업을 들으러 온 타과생들이 이를 가는 건물입니다)
후배 역시 그런 희생자입니다. 후배 역시 취직을 앞둔 고학년, 본진인 우리 단과건물이나 가까운 중앙도서관을 이용해도 좋을 것을 굳이 그 단과건물의 도서실을 선호하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넓어서 쾌적했다나요? (원칙은 그 단과생만 이용가능하지만 후배는 복수전공이기도 했고 또 좌석검사가 매우 드물어 타과생이라도 공부하자면 공부못할 곳은 아닙니다.단과 도서실은 학생규모에 비례해서 만드는거라 학생수가 작았던 우리 단과대는 매우 좁고 좌석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 후배가 그 단과 도서실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넓고 널럴한 좌석사정이기도 했지만 화장실이 깨끗했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 도서실이 교수연구실 구역과 붙어있었는데 학생들이 교수님과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는지 교수연구실쪽 화장실은 이용객도 적고 깨끗했어요. (사실은 강의실과 거리가 멀어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날도 후배가 쾌똥의 즐거움을 교수 화장실에서 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후배 역시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 중이었기에 단과대 건물은 조용하기 짝이 없었고 교수구역은 낮에도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는 구역입니다. 그래서 발소리도 엄청 잘 들렸죠.
화장실 문이 따로 없기 때문에 칸막이 안에 있으면 건물이 조용할 때는 과장 좀 보태 바늘떨어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렇게 누군가 지나가는 듯 걷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또 일정시간이 지나자 또 걷는 소리가 들리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누가 지나가는 가보다 왜 자꾸 왔다갔다하는거지 라는 생각이었던 후배가 점점 발소리가 다급해지고 간격이 급해지자 무서워졌답니다. 후배도 고학년이라 그 단과대의 괴담을 알고 있었거든요.
급하게 마무리하고 발소리의 안들리는 타이밍을 맞춰 잽싸게 화장실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나와서 긴 복도를 살피니 쥐새끼 한마리도 보이질 않았답니다. 사람이라면 그 타이밍에 그림자도 안보일 만큼 짧은 구간이 아닙니다. 역시 귀신인가보다 오싹해서 미친듯이 단과대 도서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마침 늦은 시간이라 공부하는 사람도 다 가버렸고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 머리카락이 쭈볏 서서 미친듯이 가방을 챙겨 1층까지 뛰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고학년이라 미로를 무사히 돌파한 후배는 현관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꺼내 친구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하던 후배는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계단 꼭대기에서 어른어른한 사람 그림자가 서 있더래요. 자기를 보고 있는 것처럼.
후배는 역시 통화가 연결된 친구를 엉엉 울면서 불러내서
그날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셨다고 합니다.
우리과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마무리는 술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