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서점을 만들자!
폴_paul
폴_paul in Sydney
http://blog.daum.net/ragiggum <- 기자 블로그
지난 토요일 볼일이 있어 시티 타운홀 앞에 위치한
'키노쿠니야(kinokuniya)' 서점에 갔었습니다.
눈치빠른 분들은 이름에서 벌써 짐작하셨겠지요. 예. 바로 일본서점 입니다.
일본서점? 하지만 꼭 그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겠군요.
전시, 열람되어 있는 서적의 80%는 그냥 호주 로컬서점과 똑같은 것들이고,
약 20% 정도만 일본과 관련된 책들이니... 뭐라 해야 하나?
일본인 소유의 서점? 일본 서점의 호주 분점? 그래 이게 가장 적당하겠군요.
일본 대형 서점의 호주 분점. 한국으로 치면 교보문고 쯤 되겠군요.
(Kinokyuniya 해외분점 현황 :
http://www.kinokuniya.co.jp/english/contents/network04.html ... 방문해보심 알겠지만, 굉장히 많은 해외분점이 있습니다.....)
한데 그날,
그냥 하릴없이 매장안을 나도니다가 저도 모를 '신경질'이 울컥했습니다.
능력없고 대책없는 나라에 대한 '아쉬움'이 왈칵했습니다.
사연인즉슨, 문구용품들이 진열된 '일본코너' 바로 옆에 있었는데,
꼬마애 둘이 옆에서 장난을 치더군요.
곧 일본 코너에서 책을 들추던 엄마가 곧 아이들을 불러 세웠고,
그림책 하날 펼쳐보이며,
'야 야 니네들 고만 까불고, 이거 봐봐. 이게 일본 어린애들이야~
이 옷 입은 거 봐봐, 일본 애들은 이런 걸 입는단다. 니들도 한번 입어보고 싶지?!'
.....................................
그냥 저도 모르게 신경질이 나더군요.
시티 한복판 정중앙에 보란듯이 자국 서점을 열어 놓고
한쪽 켠에 마련된 일본코너를 통해 '알게모르게' 자기네 문화를 판매하고 홍보하는,
마치 자신들의 문화가 중국이나 한국과는 전혀 관련없이 고유한 것처럼,
아니 좀 더 우월해보이게끔, 꾸며대고 자랑해대는 일본에 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3월과 8월 때되면,
일본의 비인륜적 제국주의 성향에 볼멘소리로 목만 쉬어대는
'한결같은' 우리나라의 지경이 너무 서글펐습니다.
(서점 아래층 FREEDOM이라는 가구/인테리어 매장은 한쪽 전체가 japan city라는 이름으로 일본식으로 치장되어 있었습니다. 완전히 Japan Complex Building 분위기가...)
우리도 뭔가 지능적으로 전/략/ 을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턱대고 일본의 자성과 이해만 바랄 것이 아니라
히트친다는 몇 몇 드라마 배우들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당당히 견제하며, 사업적으로 보란듯이 선수치며,,,
뭘 좀 해냈으면 합니다.
그들은 서점을 열어놓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english book을 팔며
자국의 문화도 곁달아 팔고 있습니다.
물론 오는 사람 모두에게 일본을 들려보낼 순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젓듯, 관심도 하나 둘 늘어나기 마련이고 이해와 동경은 2배로 증폭되기 마련이죠.
일본서점이지만 왜색풍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렇지만 또 알게모르게 일본식 이미지와 장신구들로
日本 뿐만이 아닌 japan까지 분칠해놓은...
솔직히 말만 서점이지 지능적으로 문화원의 구실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그들처럼 할 수 없었던 걸까요?
경제적인 문제? 그건 국가에서 어느정도 지원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영사관 판공비 좀 줄이고 해서 어느정도의 손실분은 보상해주는 식,
혹은 한국내에서의 세금감면 혜택 제공이랄지...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지, 찾으려면 여러가지 가능한 방법들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라의 이미지와 문화 홍보에 도움이 될만한 사업을
반드시 이윤이 나야만 승리하는 종목으로 이해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야금야금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잘못되고 비틀린 역사적 오류들을 바로 잡는데 일조할 뿐 아니라,
재외 동포로서의 자긍심 고취와 체류인들의 대화와 소통 창구로서의 역활로도
충분히 그 이용가치가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왜 우린 기껏해야 스트라스필드 역전근처에 한글로 된 영어공부 책들만 가득한
말그대로 '종로서적' 뿐일 수 밖에 없는 건지 말이죠....
(물만난 고기처럼 온통 게이샤로 도배를 해놓은... )
단언컨데, 호주 내 한류는 전혀 없습니다.
요근래 다음이나 여타 포탈매체에서, 호주내에서 다뤄지는 한국 이야기들이
마치 '호주에서 뜨고 있는 KOREA'인 것 마냥
이상하리 만치 자주 기사화되곤 했습니다만,
솔직히 그건 일본이나 중국 관련해서 쏟아지는 것과 비교한다면
세발의 피도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호주 내 한류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호주에 그 많은 아시안들이 있지만,
아시아내 문화적 주류 흐름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한류 관련하여,
신문이나 방송에 한쪽지도 '한국 문화 열풍'이 실린 적 없습니다.
일본영화 10편 해줄 때 한국 영화 한편 해주는 꼴입니다.
예를 들자면 매주 목요일은, ghost in the shell 애니메이션 해주고,
쉬지 않고 바로 이어서 일본 영화 해주는 식입니다.
토요일마다 일본의 요리프로 iron chef도 방송됩니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일본 뉴스 중국 뉴스 나오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 YTN 뉴스 30분짜리 나옵니다.
매주 방송되는 여행프로에서 '일본'과 '중국'의 관광명소 소개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소개가 되어버려, 이따금은 hot list, special 이란 용어 써가며
시간 내내 단독으로 방송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 호주내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Australian, 별간으로 'Asia'라고 나왔습니다...만...
아시아 각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근 20페이지 넘는 별간 지면 중에,
한국 관련해서는 한 장소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쇼핑관련한 카테고리에 몇 줄 '서울에 옷값 싼 동대문 쇼핑할 만 하다'는 정도 언급.
그와 비교하여 '게이샤의 추억' 개봉을 앞두고는, 일주일을 거의 매일같이
일본의 전통 의상과 풍습, 먹거리, 예절 등을 교과서처럼 상세하게 소개하더군요...
(아까 보여드린 것처럼 건물전체가 일본관련 입니다. 심지어는 헤어샵 모델까지 기모노를..)
신문 이야기를 하니 또 하나 떠오르는 군요.
여기 3대 일간지 모두에 1년 365일 실리는 퍼즐 코너가 있습니다.
'su do ku'라는 숫자 퍼즐. 이름 부터 그냥 듣기에도 일본 전통 퍼즐 같지만,,
알듯 말듯, 지적인 숫자 퀴즈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연상되는.... 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수도쿠는 일본 것이 아니고, 스위스의 수학자가 1790년도에 개발한 퍼즐입니다.
엄연히 '라틴사각형' '넘버플레이스'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1980년대 일본의 퍼즐회사가, 마치 일본 고유의 퍼즐인양
'스도쿠'라는 브랜드를 쓰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모두 일본 고유의 퍼즐인 줄 알 뿐입니다.
마치 그들이 김치가 아닌 '기무치'를 자신들의 것처럼 포장했듯이 말이죠...
(1년 365일 실리는 SU DO KU 퍼즐...)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한류는
한국을 파는 게 아니라 그저 잘빠지고 이쁘장한 탤런트나 가수 몸이나 파는 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구 봅니다.
단순히 뜬 영화 몇 편이나 잘 나가는 드라마 몇 개로,
마치 아시아에 '난리'가 난 것마냥 대책없는 부르스만 추어 대며
실상은 아무 것도 하지않으면서 떡고물만 바라고 있는 정부나 자치단체들.
오로지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의 홍보에만 혈안이 되어
각종 스포츠 이벤트, 방송 등에 협찬과 스폰서로 천문학적인 돈을 때려 부으면서도,,
호주내 한인단체 기관의 자체 행사나 재외동포 커뮤니티 지원,
기업홍보와 맞물린 자국이미지 홍보 등엔, 자리디 자린 자린고비가 되는 국내 대기업들.
음...
호주에 매해 방문하여 돈쓰고 가주는 관광객들 수적 수치로도 그렇지만,
호주와 한국 간의 경제교역 규모로 보았을 때도...
현재 호주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KOREA의 이미지나 영향력, 대우 등은
이해할 수 없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내에서 체류해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형편없음'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죠...
(환전소 앞에 전자환율표시계... 한국은 없습니다. 간혹 나라수가 14개 넘어가는 표시계엔 한국도 있긴 있습니다만....)
물론 몇 몇 분들은 그러한 불이익한 처우의 이유가
'문제를 야기시키는 한국인 자신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전 그것보다 더 큰 원인은,,, 항상 상대국가에 너무 낮은 자세로 일관하며
요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적게 요구하고, 내놓아야 할 것보다 너무 많이 선심쓰는...
정부의 안일하고도 한심한 대응에 그 일차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부의 느슨한 기준들이 단순히 정부의 외교 정책선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홍보랄지 대외신인도 개선 노력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투영되고,,,
아무 것도 해오지 않았으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별다른 계획도 없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정부,기업,국민 모두를 작용하게끔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우리모두가 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야 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제혼자 화도 많이 났고 덕분에 힘도 빠지고 해서,
마치 껌붙은 발걸음마냥 무거웠는데,,,
입구쪽에 자리잡은 베스트셀러 10 챠트를 지나치며
8위 Murakami haruki 'norwegian wood'를 보고는, 그냥 그자리에서 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상실의 시대...이게 언제쩍 책인데..' 하는 생각. '곱게 박혀진 english words'
'그럼 상당 수의 호주애들이 이걸 읽었겠군...하긴 그러니 8위겠지' 하는 생각.
또 다른 일본 책 하나가 10위 였던 거 같았는데, 그 마저는 차마 신경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손님들 대부분이 호주 사람이거나 아시안인 서점, 베스트 셀러 10위 안에
일본관련 책이 두권이나 한다는 사실이....
..........................................................
'역시 일본의 전략은 먹혀들었군' 부러웠습니다.
책속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저 소설책일 뿐일지라도 말이죠. 그 안엔 공간이 있고, 공간안의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며 습관이며 풍습이며 양식이며.. 무궁무진한 모든 것이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대통령까지 나와서 '우리나라로 관광오세요~'하는
수억들인 몇 분짜리광고에 100배 1000배하는 효과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제가 좀 오바인가요?? 음....
서점을 나서자마자, 한 레스토랑이 바로 입구 앞에서
입구를 쩍 벌리고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찌방'이라는 일식 레스토랑....
아~ 탄성이랄까 탄식이랄까. 저도 모르게 절로 나오더군요,
'일본애들 치밀함이란 정말!!'... 크크크.흑흑흑.
그날, 그들의 협공에 놀아난 저는, Kinokuniya 라고 써진 서점 간판을 쳐다보며
8불 50센트짜리 우동 한그릇을 먹어주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 이것 말고도 wagamama 라는 일식집이 또 하나 있습니다. KOOKAI 라는 일본 의류매장도 있구요...시티 한복판 갤러리아 빅토리아 건물에 위치한 일본의 자긍심...)
이상 시드니에서 폴이었습니다.
→ 원문보기 :
http://blog.daum.net/ragiggum/6809942 정말 우리나라인 들이나 우리 정부는 뭘 하는건지......
이글과 상관 없는것 같지만....
정치인 들 세계화 란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 우리가 세계를 닮아 가는게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닮아가는게 진정한 세계화 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단 말이지.... 멍청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