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의 군대 시절 이야기입니다.<br><br>제 친구는 운전병 출신으로 병장 쯤 부터 평탄한 군생활을 보내지 못했습니다.<br>친구가 병장으로 진급해 운전병 및 소대 왕고가 된 때였습니다. 본인은 간부와 부대 밖으로 운전을 나가 부대 안에 없던 사이에 막 훈련소에서 나온 이등병이 소대로 전입을 왔습니다.<br><br>그리고 그 이등병은 전입 온 바로 그날 목을 매달았습니다.<br><br>덕분에 왕고라는 이유로 자살한 이등병 부모의 요청을 받아 살아서 얼굴 한 번 못 본 이등병의 염을 해줬습니다. 막 전입 온 이등병의 자살사건……. 이 사건이 바로 시작이었습니다.<br><br>며칠 뒤, 옆 중대의 상병이 자살을 했습니다. 이 사람도 목을 매달았습니다.<br><br>부대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헌병대나 기무대가 출동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등병이 자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 또 자살사건이 터졌으니……. 부대 운영은 고사하고 하루 종일 헌병대의 조사만 계속되었습니다.<br><br>상병이 자살하고 한 달 뒤, 이번엔 중위가 자살했습니다. 역시 목을 매달았습니다.<br><br>부대는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2달 사이에 3명이 자살한 겁니다. 그것도 마지막에 자살한 중위는 아버지가 3성 장군이었습니다. 중위 본인도 쾌활한 사람이었고 자살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살을 한 겁니다. 그렇게 악몽 같은 사건이 휩쓸고 간 뒤…….<br><br>어느 날, 친구는 수송부 정비병들이 부대 외벽에 그려진 그림을 지우려고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정비에 한창 바빠야 할 정비병들이 무슨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몰랐던 친구는 정비병 하나를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을 알게 됩니다.<br><br>일련의 자살사건이 있기 직전에 친구 부대의 대대장이 교체되었습니다. 부대장이 바뀔 때마다 흔히 기념 삼아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간부들이 병사들을 시켜 칙칙한 부대 외벽에 그림을 그리게 했습니다.<br><br>군대니까 당연히 군인 그림을 그렸겠지요. 그런데 <span class="q1">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등병, 상병, 중위의 순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일련 자살사건이 벌어졌었는데, 이등병, 상병, 중위 순으로 목을 매달았습니다. 그림 순서대로 말입니다.</span><br><br>자살사건이 3번이나 터진 다음에야 상급부대에서 그 그림을 발견했고 곧바로 대대장에게 압력이 들어갔습니다. "이런 불길한 그림을 왜 그냥 나둬?! 당장 지워!"<br><br>당연히 압력이 들어온 그날 부로 그림은 지워지게 되었고 제 친구는 그때서야 그림에 그려진 대로 사람들이 자살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br><br>그림이 지워질 때가 친구가 말년 휴가를 나올 쯤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부대 분위기가 흉흉해서 친구는 말년 휴가를 포기할까 했었지만 후임들의 권유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때가 강화도서 초병 살해하고 총기강탈을 한 사건이 있었던 때입니다.)<br><br>그리고 부대에 복귀를 했는데…….<br><br>벽에 그려졌던 그림말입니다. 이등병, 상병, 중위의 그림 말고도 다른 그림도 있었습니다. 그림의 마지막엔 여군 2명이 더 그려져 있었습니다.<br><br>친구가 말년 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복귀를 했는데……. 여군 장교 2명이 각각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전입을 와있었습니다. <br><br>친구 본인은 이 이야기를 정말 하기 싫어합니다. 본의 아니게 시체를 염을 한 (그 것도 말년에!) 끔찍한 경험을 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친구는 그림과 자살한 사람들을 그저 우연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우연으로 믿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br><br> [투고] gordon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