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이 오래전 강원도 산간선 터널 공사에 인부로 날품 팔 때 일어난 일입니다.<br><br>형님은 타고난 역마살 때문에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주로 도로공사 인부로 일하러 다녔습니다. 낙석 제거 인부로 있다가 아는 인편으로 돈을 조금 더 주는 산간선 터널 공사 하는 곳으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br><br>알다시피 강원도는 백두대간의 영향으로 산세가 많이 험합니다. 그곳에 산간선 터널을 뚫는데 형님이 갔을 땐 아직 기초 공사도 하지 않았습니다.<br><br>이유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였는데, 거긴 용맥으로 터널을 함부로 뚫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터널을 뚫으려면 이무기가 머리를 틀게 제사를 크게 지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일 공사를 감행한다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br><br>허나 터널공사 책임자나 건설회사는 이런 것을 미신으로 치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나지금이나 더러운 병폐가 밀어부치기식 행정으로 한 번 결정 난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행했습니다.<br><br>위에서 계속 재촉이 내려오는데다 공사를 미룰 수도 없어서 반대하는 마을 이장의 입을 뇌물로 틀어막고, 공사를 감행했습니다.<br><br>그런데 그날 형님이 꿈을 꾸었는데 파란 옷을 입은 도사가 무지 화난 모습으로 나타나서 공사를 진행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고함쳤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른 인부들도 비슷한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br><br>형님은 공사에서 손을 떼고 싶었지만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관두면 다시 어디서 일자리를 잡을지 자신이 없었기에 맘속으로 애써 무시 했습니다. 아마 다른 인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br><br>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공사를 감독하던 소장의 꿈에 예의 파란 옷을 입은 도사가 나타나서 며칠 말머리를 주면 공사를 하도록 머리를 틀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소장은 힘이 없었고, 그저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뿐. 안 그래도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진척이 없었는데 더 미루면 어떤 불똥이 튈지도 몰라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습니다.<br><br>공사로 산을 깎고 터널을 뚫어 가는데 밤마다 숙소의 인부들이 헛소리를 하면서 한 명씩 죽었다. 뿐만 아니라 낙석으로 죽거나 감전사 하는 등 계속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기분을 느낀 형님은 전 날 꿈에 죽은 모친도 보이고 해서 아예 손을 뗐습니다.<br><br>그러다 형님이 일을 그만둔 직후, 다른 인부들이 터널을 뚫다가 색깔이 파란 구렁이가 땅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br><br>터널공사를 하던 건설회사는 부도가 나서 망하고, 현장의 간부들도 대부분 안 좋은 일을 겪어 죽거나 다쳤다고 합니다. 소장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에 팔짝팔짝 뛰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저주를 받았다고 쉬쉬하며 이야기했습니다.<br><br> [투고] 법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