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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실려가는 군대 트럭에 앉아 지나쳐 가는 길을 쳐다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 까요? 웬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제발 이것이 꿈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이내 청춘을 트럭에 실어 저 멀리 사라져가는 길만 하염없이 쳐다 봅니다.
행복 끝 불행시작. 머리하나로 지구를 떠받치는 이 순간. 군대란게 왜 있어야 하고, 왜 나는 남자로 태어났을까 하는… 부질없는 한숨 속에 그저 몸 건강히 제대하라던 어머님 얼굴만 계속 떠오릅니다
자대배치 받고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습니다. 정말 시간이 흐르고 있기는 한건가요 고향에 두고 온 친구들이 내 생각은 하고 있을까요?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허락되지않는 졸병이라 시간이 아예 멈춰버린 느낌입니다.
아아~! 드디어 누군가 저에게 면회를 왔습니다. 그녀일까요? 아니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일까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오는 날 먹구름 뒤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처럼… 항상 우리를 비추고 있지만 우리가 그 존재를 잠시 잊어버리고 있을 뿐 이었습니다. 면회실로 달려가는 지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행복인가 봅니다.
그렇게 군대라는 삶에 힘겨워 하다 어머니께서 보내신 편지 한 통에 그만 감정이 복받쳐 올라 이를 악물고 참았던 눈물을 종내엔 바보같이 흘리고야 말았던 그때 그 시절을… 혹시 아주 영영 잊지는 않으셨나요? 지금도 눈만 감으면 아련하게 펼쳐지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을…
고된 훈련 뒤 땅바닥에 앉아서 먹는 짬밥 맛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토록 땀을 흘렸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건더기 없는 된장국, 푸석푸석한 짬밥에 깍두기 두어개가 이토록 꿀 맛 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벌컥~ 벌컥 야외훈련 중에 마시는 물 한모금은 군인의 생명수입니다. 수통을 탈탈 털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마셔댑니다. 단언컨대 수통에서 '수'자는 물수(水)가 아니라 목숨 수(壽)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초코파이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층으로 쌓은 초코파이에 초를 세워 불을 밝히고 벌이는 생일파티! 군대란 곳은 잊고 사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일깨워 주는 곳일까요?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 황홀한 행복감을 느낄 줄은 예전엔 정말, 정말 몰랐답니다.
드디어 내일이 입대하고 첫 휴가랍니다. 가슴이 벅차올라 터질 것만 같습니다. 이날을 그 얼마나 기다려왔던가요. 입고 나갈 군복을 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칼같이 다린 이 전투복으로 그녀의 굳어진 마음을 싹뚝 베어 버릴 겁니다.
깍새에게 잘 부탁한다고 담배 한갑을 쥐어주긴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그녀와의 멋진 만남은 전적으로 깍새에게 달려있습니다. 엄청난 임무를 띤 깍새의 손이 살포시 떨립니다.
이번 패널티킥을 넣기만 하면 난 영웅이 된다. 만약 실패하면?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겠지. 아아~! 지금 마시는 이 물 한컵이 왜 죽기전에 마지막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졌다!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소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내무반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게 왜 축구집합을 하느냔 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마음속으로 절규하듯 목놓아 부르짖는다. '음~~~~메~~~~!!'
저 그림자도 나 만큼이나 힘들까요? 요즘 따라 군생활이 너무 너무 힘듭니다. 그녀는 요즘 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까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웬지 그녀에게 편지가 와 있을 것만도 같은데…
그녀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별 통지서였습니다. 이제 1년만 더 기다리면 제대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그녀만이 이 힘든 군대생활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는데 어떻게...어떻게 이럴수가… 당장 그녀에게 뛰어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애꿎은 담배만 물고 멍하니 서 있습니다.
그녀와 헤어지는 일 따윈 없었을 텐데… 제대 후에 그녀를 만났었다면 말이죠… 그녀와 헤어지지 일 따윈 없었을 텐데… 타들어가는 이 담배만큼 군생활이 빨리지나 갔다면 말이죠. 아무런 소용이 없을텐데… 이렇게 목놓아 운다고 해서 그녀가 돌아올 것도 아닌데 말이죠
울다 지쳐 결국 잠이 들었습니다. 꿈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게 살고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저도 그만 그녀를 놓아주렵니다. 그녀가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테니까요. 이제야 사랑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원히…
군인의 한이 서려있는 연병장! 지난 3년간 그 얼마나 뒹굴고, 뛰어 다니고 땀 흘렸던가 무수한 저 발자국들을 새기기 위해 그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냈던가 황량한 연병장이 3년간의 군대여정을 대변하는 듯 하여 볼 때마다 괜시리 가슴 한복판이 시려온다.
그러던 내게도 제대하는 날은 오고야 말았다. 앞으로 한달 뒤면 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두려움 반, 셀레임 반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기분을 그 누가 알겠는가.
얌마! 신병. 너 여자친구 있어?" "예, 있습니다" "사랑하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 사랑이 뭔데?" "……………………" "그래 바로 그거야. 쉽게 정의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 ……………………………." "후훗. 너도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면 사랑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될꺼야" 정말 사랑이란게 대체 뭘까?
군대가 내게 가져다 준 것은 '그녀와의 이별'뿐이라고 한탄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를 떠나보낸 대신 평생 잊을 수 없는 전우들이 생겼다는 것을.. 3년간 미우나 고우나 동고동락한 나의 전우들. 세상은 역시 공평한가 보다. 그릇에 물을 담기 위해선 먼저 그릇을 비워야 한다는 말이 오늘은 제법 와 닿는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가 않습니다.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만 같은데… 정말로 제대하긴 하는 걸까요? 햐얗게 지새웠던 입영전날 밤처럼 제대 전날밤도 역시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드디어 제대하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자에는 전역을 상징하는 개구리마크를 박았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가 너무도 대견스럽습니다. 3년간의 댓가로 훈장을 탄 느낌입니다.
크흐흑… 크흑… 극과 극은 서로 맞닿는다고 했던가요? 이렇게 기쁜날에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연병장이 그만 눈물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잘 있어라… 정든 군대여… 잘 살거라… 사랑하는 나의 동기,후배들아…
지금 당신 앞에는 어떤 길이 놓여있나요? 그 길을 통과할 준비는 되어 있나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많이 두렵나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길을 당당하게 맞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구요?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놓여진 '길'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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