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가 7살, 유치원에 다니던 2001년에 겪은 일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안산이며 그 이후로도 쭉 20년 넘게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뿐만이 아니라, 외갓집 식구들도 안산에 살고 있는데요, 저에게는 3살 많은 친척 작은누나와 6살 많은 큰누나, 그리고 2살 많은 친형이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터라, 친척 누나들과 자주 지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하도 무서운 얘기 듣는 걸 좋아해서 친척 누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누나도 올 때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다가 소재가 떨어졌던지, 당시 산지 얼마 안 된 컴퓨터를 켜서 심령사진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보여주더군요. 지금도 기억하는데 해당 사이트의 이름은 '고스트'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졌는지 검색해도 보이지 않더군요.)
저는 큰누나 품에 안겨서 눈을 가려가며 보고 있었고, 제 친형과 작은누나는 양옆에서 같이 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한 게시물을 보게 됩니다.
게시물의 이름은 '유치원 가면'.
보통 어렸을 때 기억은 나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유독 '유치원 가면'이란 이름과 그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큰누나가 해당 게시물을 클릭해 들어가 보니, 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8~9명 정도 되는 유치원생들이 노란색 벽으로 만들어진 유치원 건물로 보이는 곳 앞에 쪼르르 앉아 수업시간에 만든 걸로 보이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창문에는 빨간색 눈들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 경악을 했고, 6살 많았던 큰누나도 그래봐야 초등학교 6학년이여서 같이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중요한건 사진 밑 문구였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진은 경기도 안산시 **동의 모 유치원생들로, 해당 유치원에 화재가 일어나 일부 유치원생들 및 교사들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 찍힌 사진입니다.'
당시에는 살고 있던 안산에 관한 사진이기도 했을 뿐더러, 사진이 워낙 무서워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 같네요.
그날 하루 종일 그 사진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아 결국 그날 밤에 부모님과 함께 잠을 청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저는 같은 안산시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우연히도 이사간 곳이 심령사진의 사진 속에서 보았던 '**동'이었습니다.
이사 간 뒤, 그 동네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었고 저는 친구들과 함께 주변 동네를 탐험하는 식의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제가 살던 집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는 음침하게 버려진 노란색 벽과 초록색 지붕으로 만들어진 2층 건물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주변에 따로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가 있는 거로 봐서는 유치원으로 쓰였던 건물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봤던 사진을 기억하게 되었고, 사진 속 아이들이 배경으로 찍었던 그 노란색 유치원이 해당 유치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곳이라 생각하니 무서웠는데,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한지라 무서움 반, 호기심 반..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폐건물이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의 입구에는 문이 굳건히 잠겨 있었고, 1층의 창문들은 모두 나무 널빤지로 덮여서 안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나무 널빤지 틈사이로 보이는 내부의 불에 그을린듯한 검댕이 묻은 거뭇거뭇한 벽들과 여기저기 신문지가 널려있는 어두운 바닥밖에는 보이질 않았죠. 호기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지만 굳게 잠겨 있어서 늘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저랑 단짝이었던 친구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엔 늘 폐가인 유치원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 유치원 건물 옆에는 유치원의 놀이터 말고도 커다란 단지 내 놀이터가 있었고, 그 놀이터와 유치원 사이에는 오솔길 비슷하게 작은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때가 아마 여름이었고, 주변 놀이터에는 저와 제 단짝친구 말고는 아이들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단 한명도요.
그 친구가 놀이터와 유치원사이 오솔길로 먼저 들어가서 앞에 가고 있던 중이었고, 저는 조금 뒤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그 폐가가 된 유치원에서 아이 목소리가 났습니다.
"꺼내주세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먼저 가던 제 친구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멈춰 섰습니다.
친구는 뒤를 돌아 저와 눈을 마주쳤고, 저희 그렇게 눈을 마주친 상태로 굳은채로 10초간 서있었습니다.
"아아~ 꺼내주세요!!"
"아 뜨거워!! 너무 뜨거워!“
다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뜨겁다는 비명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불에 나무 같은게 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기둥이 쓰러지는 소리도 들리고, 점점 불길이 치솟는 바람소리 같은 것도 들렸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불길이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점점 뜨겁다는 비명소리는 여러 명의 아이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저희는 점점 당황스러웠고 계속 주변을 둘러보아도 불길이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있는 오솔길에는 있는 거라곤 폐허가 된 유치원 뿐…….
혹시나 해서 폐허 쪽으로 가봤습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불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잘 들어보니 폐허인 그 유치원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저는 유치원 방향으로 외쳤습니다.
"거기 안에 누구 있어요?"
그러자 안에서 웅얼대는 소리와 함께 울먹이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으아.. 아아아아.. 살려주세요!!"
저희도 점점 무서워졌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아파트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폐허를 지나 오솔길을 달리자마자 비명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뭔가 불타는 소리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그 곳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때 저는 그 비명소리를 낸 아이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줄 알고, 완전 패닉 상태가 되어서 집으로 달렸습니다. 집에 계셨던 엄마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 엄마 손을 잡고서 그 오솔길로 같이 달렸습니다. 당시 엄마는 밖에서 놀던 제 친구가 다쳐서 급히 같이 가야하는 줄 알았다고 하시네요.
여하튼 폐허가 된 유치원 앞으로 엄마와 같이 갔는데, 아까와 같은 비명소리나 불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화재가 났다면 아무런 흔적도 쉽사리 진화되거나 하지 않았을 텐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엄마는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와서 호들갑이냐고 혼내셨지만, 내심 마음에 걸려 아파트 다른 주민들한테 나중에 불이 난 곳이 없냐고 물어보신 모양입니다. 물론 그 날 아파트나 그 주변이 불이 난 곳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환청을 들은 모양인 것 같습니다.
그 후로는 그 길로 다니지 않아서 비명소리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그 비명소리가 생각날때가 있어요. 제가 들은 게 혹시라도 정말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또한 환청이었다면 아마도 그 유치원에서 화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그곳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이 사고난 그 곳에 머물지 말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합니다.
[투고] 조*인님
[관리자 주] 실제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일수도 있어서 자세한 실제 지명은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