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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
"눈은 참 많이 왔네요."
"뭐.. 그래서 우리가 여기있는거지."
준성은 사진을 몇장 찍더니 일어났다.
따라서 윤석도 일어났다.
그들은 쌓인 눈에 선명히 새겨진 문양을 보고 있었다.
지름 10m정도의 원이었다.
정확히는 수많은 발자국이 원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참도 깔끔한 원이지."
"눈보라를 만나 어딘지도 모르고 헤메기만 하다 쓰러진 모양이군."
그 발자국 의 원 위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그 시체는 부릅뜬 눈에 찢어질 듯 벌린 입때문에 매우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한마디가.. 분명.."
"음.. '눈'이었지. 단 한마디."
"눈이라.. 하긴 눈밖에 없으니까요."
"...으음.."
준성은 영 석연찮은 듯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왜 굳이 그랬을까."
"네?"
"마지막으로 한 한마디가 '눈'이라는 거 말야."
"그게 왜.."
"죽기전에 '눈'이라고 말한 이유를 모르겠어"
"눈이 너무 내려서 아닐까요??"
"그걸 굳이 죽기 직전 마지막에 말해야만 했던걸까.."
"뭐 주변에만 봐도 이렇게 많이 쌓인게 눈인걸요."
"음..."
왜 굳이 '눈'이라고 말했을까?
공터에 쌓인 하얀 눈을 보나, 원형 공터 밖의 숲의 나무들을 보나 눈이 내린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눈을 조심하라? 눈은 그쳤나? 눈이 차갑다?
도대체 왜 마지막에 '눈'이라고 했을까.
준성은 그 '눈'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준성의 머리속에서 '눈'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사건은 이미 끝났지만 그 목소리, 그 하얀 공터가 머리 속을 휘저었다.
어느새 준성은 홀로 그 공터에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는 그 공터의 한 가운데.
준성은 홀로 서 있었다.
눈.
사방 팔방에 뿌려져 있는 눈.
그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원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바라봐도 사건현장은 피해자가 걸어다닌 발자국과 마지막에 힘이다해 쓰러진 파인 눈 자국 뿐이었다.
역시, 단순히 얼어 죽은 것 뿐인건가.
천천히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준성은 저벅저벅 밖으로 나왔다.
너무 예민했는가.
아직도 그가 왜 마지막에 ‘눈’이라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내려 새하얀 길에 다른 생각을 하며 걸은 탓인지
준성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의 지갑은 튕겨서 나가 주변 숲에 툭 떨어졌다.
거 참 운수 나쁜 날이군, 중얼거리며 숲에 들어가 준성은 지갑을 주웠다.
하지만 준성은 바로 숲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10분 가량 흘렀을 때, 준성은 그제서야 아무렇지 않게 숲을 나섰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척 숲을 나섰다.
또한, 모든 것을 잊기로 했다.
준성은 몇가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선, 어젯밤에 눈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화이트 아웃이 일어날 정도로 눈보라가 쳤다고 한다면
그의 발자국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의 시체도 눈속에 파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선명히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숲에서 그가 지갑을 주웠을때
그의 앞에 발자국이 찍혀져 있었던 것이다..
공터에 발자국 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는.
그저 하나, 두개의 발자국이면 상관 없을테지만
그 원형 공터를 둘러싸고 나무의 주변엔 수백의, 수천의 발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모든 발자국은 공터를 향하고 있었고
모든 발자국은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없었다.
단지 발자국만 있었다.
거의 3겹으로 이루어진 발자국들이 그 원형 공터를 둘러싸고
거대한 원을 이루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말한 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은 그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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