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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가 어째서인지 바다에 가는 것만큼은 한사코 거절한다.
이유를 물어봤지만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이었고.
궁금해서 같이 술 한잔하면서 취한 다음에 캐물었다.
그가 아직 학생일 무렵,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었단다.
기말고사 끝난 다음이랬으니 한겨울이었을 것이다.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어딜 정해놓고 가는 건 아니고, 친구네 개까지 셋이서 차를 타고 정처없이 달려가는 마음 편한 것이었다.
며칠째였나, 어느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접어들 무렵, 해가 저물어 버렸다.
곤란하게도 휘발유가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다.
해안가 오솔길을 달리며 내비게이션으로 찾아보니 금방 주유소를 발견했지만, 가게 문이 닫혀있었다.
뒷문 쪽으로 돌아가보니, 문에 큰 소쿠리가 매달려 있더란다.
그걸 밀고 초인종을 누른다.
[실례합니다. 휘발유가 다 떨어져서 그러는데요.]
잠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대답은 없었다.
[무시하나본데.]
동료는 왠지 화가 뻗쳐서 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끈질기게 소리치자 현관 불이 켜지면서 유리창 너머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누구야?]
[휘발유가 다 떨어져서...]
[오늘은 쉬는 날이야.]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화난 것 같은 목소리가 돌아온다.
[어떻게 좀 안될까요...]
[안돼. 오늘은 벌써 장사 접었어.]
어쩔 도리도 없이, 동료는 친구와 차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래서 시골은 안된다니까.]
[어쩔 수 없네.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자. 내일 아침에 문 열면 보란듯 찾아가서 바로 기름 넣고 뜨자고.]
차를 세울만한 곳을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주유소 뿐 아니라 모든 가게와 집이 다 문을 닫고 있더란다.
자세히 보면 어느 집이고 처마 끝에 바구니나 소쿠리를 매달고 있다.
[무슨 축제라도 하나?]
[그런거 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바람이 너무 세서 안되겠는데. 야, 저기 세우자.]
그곳은 산기슭에 있는 작은 신사였다.
바다를 향해 쭉 뻗어 있는 돌계단 아래에다 차를 세웠다.
작은 주차장처럼 울타리가 있어, 바닷바람을 막아줄 듯 했다.
신사 기둥문 그늘에 차를 세우자, 주변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할일도 없겠다, 동료는 친구와 이야기나 좀 나누다 모포를 덮고 운전석에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개가 으르렁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강렬한 비린내가 나고 있었다.
개는 바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친구도 눈을 떴는지,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바다는, 낮에 본 것과는 달리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했다.
살풍경한 콘크리트 암벽에 꿈틀거리는 파도가 비친다.
[뭐야, 저거.]
친구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처음 그것은, 바다에서 기어나오는 굵은 파이프나 통나무 같이 보였다.
뱀처럼 몸부림치며, 천천히 뭍에 올라왔지만 이상하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놈의 몸 자체가 뭉게뭉게 피어오른 검은 연기 덩어리 같아, 실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대신, "우우우..." 하는 귀울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구역질 나는 비린내는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
그 녀석의 끄트머리는 해안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 집까지 닿고 있었다.
아직 반대편은 바다에 잠긴 채였다.
집 처마를 들여다보는 듯한 그 끄트머리에는,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얼굴 같은 게 분명히 있었단다.
두 사람 모두 담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부터 "불길하다" 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해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고 한다.
마치 심장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것은 처마에 매단 소쿠리를 계속 바라보다가, 이윽고 천천히 움직여 다음 집으로 향했다.
[야, 시동 걸어.]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 동료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는 팔을 간신히 들어 키를 돌리자, 적막한 가운데 엔진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이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위험하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눈을 마주치면 안되는 직감이 들더란다.
앞만 바라보며 액셀을 밟아 급발진했다.
뒷좌석에서 미친 듯 짖던 개가 훅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타로!]
무심코 돌아본 친구도 히익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굳었다.
[멍청아! 앞을 봐!]
동료는 친구의 어깨를 강제로 잡아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고 한다.
동료는 정체 모를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 액셀을 밟았다.
그나마 남은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달려간 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고 한다.
친구는 의식이 불명확한 상태로 근처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가량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회복된 뒤에도 그 일에 관해서는 결코 입을 열려 하지 않았고, 이야기만 꺼내려 해도 불안해했다고 한다.
결국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들을 수 없었고, 졸업한 뒤에는 그대로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개는 심한 착란 증세를 보인 끝에, 가까이 오는 사람은 누구에게든 거품 물고 달려들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시켰다고 한다.
그것이 뭔지, 동료는 아직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바다에는 결코 가까이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vkepitaph.tistory.com/1341?category=348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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