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의 압박 좀 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연구원들의 해외로 기술 유출 시도 같은 기사들 가끔 보실 겁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케이스들이 기술의 '기'자도 모르는 검사와 기자들에 의해 얼마나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중인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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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現 임직원, 교수 등 5명 수사
광주 광통신 업체 기술 해외 유출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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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現 임직원, 교수 등 5명 수사
광주지역 광통신 소자 제조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제품 양산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3일 회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광통신 소자 제조사인 P사의 전 대표인 이모(59) 광주 C대 교수와 현 직원 최모(32)씨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 등은 회사의 광통신 수동소자 제조기술을 응용한 관련 제품 양산기술을 이메일을 통해 호주 소재 경쟁업체인 또 다른 P사에 유출한 혐의다.
광통신 소자는 음성·데이터·화상 등을 광신호로 바꿔주는 능동소자와, 서로 다른 광섬유를 이어주거나 하나의 광섬유를 여러 개로 나눠주는 수동소자로 나뉘며 P사는 수동소자 전문 개발·제조회사다.
광통신 분야의 전문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 2003년 12월 회사 경영권 분쟁으로 퇴사했다.
검찰은 이 교수가 퇴사한 이후 제자들이 호주에 유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한 점으로 미루어 이 교수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이 계획적으로 회사기밀을 유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회사 현 직원 2명이 회사기밀 유출에 개입돼 있는 점으로 미뤄 유출 대가로 금품이 수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계좌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황태종기자
[email protected] http://www.kwangju.co.kr/sectionview.asp?idx=207188 ----------------------------------------------------------------
위는 뉴스이고, 아래는 거기에 관련된 연구원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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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팅만 해오다가.. 최근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서
회원님들께 하소연 하려 합니다.
글이 길더라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2000 년도에 저희 교수님(이하 A교수님) 과 함께 벤처기업을 설립했습니다.
광주 광통신 관련 회사지요.
그러던 중 A 교수님은 2003년에 약간의 경영권 어쩌구 하는 문제로 퇴사하시고
같은 대학 다른과 교수님이신 B 교수님이 대표이사가 되셨습니다.
A 교수님의 제자들은 그대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 후 A 교수님은 계속해서 연구를 하셔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제품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신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는 외국에 있는 C 교수 (외국인임) 와 함께 구상하였는데
함께 사업을 시작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비록 연구실도 없는 사무실 1칸짜리 회사지만)
작년 7월.. A 교수님은 제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했고
저는 A 교수님의 아이디어와 가능성 등을 신중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딸아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또한 동종업계 전직 금지등의 문제도 생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아이디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으며
또한 제품이 제가 다니던 벤처 회사와 경쟁 제품이 아니라, 용도나 시장이 다른 제품이라
동종업계 전직에도 해당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년 7월 벤처회사를 그만두고, 8월에 외국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설계분야 입니다.
기본적인 설계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학교 연구실의 장비를 이용해서 실험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장비들 (박막 증착, 식각, 리소그라피 등등..) 의 셋팅은
벤처회사의 직원이자 A 교수님의 박사과정 제자들 2명이 도와줬습니다.
어차피 그들 2명은 박사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 학교 실험실 장비를 이용하는 상황이었고
가끔 벤처회사 퇴근 후 학교로 와서 장비 세팅하는 일을 도와줬을 뿐 입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6월 3일 지방 일간지를 비롯한 9시뉴스 지역방송에 검찰이 해외로 거액을 받고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저희를 조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http://www.kwangju.co.kr/sectionview.asp?idx=207188§ion=%EC%82%AC%ED%9A%8C 설마설마 했는데
바로 다음날 아침, 저희 집으로 가택 압수수색이 들어와서
컴퓨터와 시디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알고 보니 기존 벤처회사에서 검찰쪽에 계속 투서를 한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광통신 분야가 광주시에서 밀고 있는 사업이고,
해외 기술유출은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갑자기 일이 터진것 같습니다.
압수수색시에.. 저는 안가도 되는데 일부러 검찰청에 따라갔습니다.
이것 저것 묻더군요..
조사관 : 식각 기술 (etch; 반도체 공정 아시는 분은 다 아시죠..) 을 사용했는가 ?
나 : 당연하지요
조사관 : 그거 xxx 회사 (제가 다니던 벤처회사) 에서 개발해서 세계 최고의 기술인데, 당신들이 그걸 해외로 빼돌린것 아닌가 ?
나 : 식각 기술이 어쨌다구요 ? 그건 세계적으로 알 사람은 다 아는 기술이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기술입니다.
조사관 : 식각 기술을 xxx 회사에서 개발한것은 맞지 않는가 ?
나 : xxx 회사에서도 실험하고 연구는 했겠죠.. 그런데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입니다.
조사관 : 어쨌든 xxx 회사에서 연구한 식각 기술을 너희가 외국에서 이용한건 사실 아닌가 ?
나 : xxx 회사가 식각기술을 연구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술적으로 대단한 개발을 한 것도 아니고
장비 조건실험 정도에 불과한 실험 몇개 했을뿐인데
인터넷이나 논문만 찾아봐도 그런 정보는 수백개 나옵니다.
조사관 : 박막 기술을 아는가 ? 당신들 개발제품에 그것을 이용하는가 ?
나 : 당연하죠
조사관 : 그것도 xxx 회사가 개발한 기술인데.. 당신들이 그 기술을 외국회사에 알려주었지 않는가?
나 : 박막 증착도..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입니다.
인터넷 연결된 컴퓨터만 갖다 주세요.. 제가 10분안에 수백개 이상 정보를 찾아드릴께요.
조사관 : 그 식각기술하고 박막기술.. xxx 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이용해서 ㅅ제품과 ㅇ제품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
나 : 그거 광주에만도 2개 회사가 더 있어요.. 똑같은 제품 만들어서 팔고 있는걸요 ?
그 회사 전화번호 알려드릴께요. (114에 전화해서 전화번호 알려줬습니다)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식각기술과 박막기술이 xxx 회사의 세계 최고 고유 기술인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waveguide etch 식각 박막 증착" 등으로 검색해 보세요
일단 이정도 이야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정식으로 소환되서 조사 받은게 아니라, 제 발로 따라가서 (너무 억울해서)
이야기 하고 온 겁니다.
광통신 소자 분야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xxx 회사의 생산 제품은 optical splitter (광 분배기) 입니다.
패시브 소자지요
저희가 개발하는 제품은 3파장 optical transmitter / receiver 인 triplexer 입니다.
광 송수신기 쪽이지요.
기본이 되는 회로 기술인 PLC (Planar Lightwave Circuit ; 평판 광 회로 소자 - 반도체 회로와 비슷하게
박막 증착하고 식각해서 광이 지나다니는 길인 도파로를 만드는 것 입니다.) 을 사용한다는 것 외엔
전혀 유사성이 없는 기술입니다.
또한 도파로의 크기나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에 xxx 사의 조건을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하면
오히려 동작이 안됩니다.
지금.. 검찰에 컴퓨터 등을 압수당하고, 수사를 받고 있어서 정신이 없습니다.
수사가 길어지면 해오던 연구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xxx 회사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저희를 매장시킬 작정이 아닌가 합니다.
기술을 잘 모르는 검사나 조사관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알아들을지 막막합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나 등등을 찾아서 준비는 해 두고 있지만
솔직히 검찰에서 걸려고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에 예전 회사 파일 하나만 있어도
걸려들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이미 언론에 한바탕 난리가 났기 때문에.. 더욱...
예전에 기술유출/전직제한 관련 법안 문제로 게시판이 한창 시끄러울 때,
저도 관심을 갖고 매일 모든 게시물을 읽었던 적이 있어서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 답답하고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입니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뉴스만 보고 저희를 욕할 것입니다.
이미
http://www.gwangnam.co.kr/view.htm?Key_code=7&Sub_code=0&Key_name=%EC%82%AC%EC%84%A4&Sub_name=&No=108668 와 같은 사설도 언론에 실렸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이번 건은 절대 무혐의 입니다.
전혀 기술 유출의 ㄱ자도 없습니다.
두서없이 긴글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상황이 바뀌는 대로 글 올리겠습니다.
- november -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기술유출&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826 -------------------------------------------------------
두번째 글도 있습니다만, 스크롤의 압박으로. 아래 링크 가시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기술유출&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897 긴 글이긴 하지만, 많이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