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횡령‧배임 등 자신의 범죄 혐의 관련 증거인멸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실행에 옮긴 강남구청 간부와 범행 현장에 함께 있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찍힌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 신연희 구청장, 전산정보과 서버실 들어가 증거인멸 현장 지휘·감독 드러나
28일 CBS노컷뉴스가 여선웅 강남구의원과 함께 '강남구청 증거인멸' 사건 과정을 역으로 추적한 결과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 현장인 강남구청 전산정보과가 관리하는 서버실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증거인멸은 지난달 21일 오후 3시쯤부터 준비 작업을 거쳐 업무시간인 오후 6시 이후부터 자정 전 늦은 밤까지 강남구청 전산정보과 A 과장에 의해 수 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A 과장은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 4명이 전산정보과를 찾아 신 구청장의 횡령‧배임 사건 수사에 필요한 자료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영장을 가져오라"면서 거부한 인물이다.
경찰이 요구한 자료는 강남구청 직원 1500명이 그동안 컴퓨터로 프린트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파일들로, '출력물보안시스템' 서버에 저장돼 있었지만 A 과장에 의해 삭제됐다.
이 때문에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당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경찰이 지난 7일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다시 강남구청 전산정보과를 찾았을 때는 관련 전산자료가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경찰은 신 구청장이 강남구청 일부 직원들이 거액의 예산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하는 과정에 연루되거나 직원 포상금 등 명목으로 각 부서에 지급하는 예산을 빼돌린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A 과장은 "삭제한 자료는 국가기록물이 아닌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자료다. 증거인멸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신 구청장 본인에게 직접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남구청 공보실 관계자에게도 공식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사실이 CCTV를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며 "신 구청장을 비롯한 증거인멸 관련자 모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인멸 지시를 거부한 강남구청 직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