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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7836
    작성자 : 게썅마이웨이
    추천 : 19
    조회수 : 2093
    IP : 118.131.***.4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1/25 13:15:15
    http://todayhumor.com/?panic_97836 모바일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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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제글에 달린 댓글중에 눈에 띄는게 있었어요.

     

    '대를 이어서 무속인이 되는거면 저주받은게 아닌가? 목사님을 찾아가보셈 ㅇㅇ'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런내용이였구요.

     

    저주받았다.. 저주받았다라..

     

    일단 저는 "저주받았다' 라는 저말을 처음들어본게 아니랍니다 ^^;;

     

    저주라는게 정확히 뭔지도 모를때부터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들어왔던 소리인지라

     

    음.. 낯설지는 않은 말이에요. 

     

    제기억에 처음으로 '저주받는女!!' 라는 말을 들었을때는 본인이 유치원에 다닐때.

     

    저는 동네에 있는 작은 유치원에 다니고있었어요.

     

    동네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꼬꼬마 친구들도 전부다 같은 유치원ㅋㅋ

     

    노란색 유치원 원복입고 유치원버스 타고 댕기는 그냥저냥 키작은(그때부터) 꼬꼬마.

     

    하루는 집에 돌아와서 알림장(가정통신문?)같은걸 엄마가 읽어보시더니

     

    '희야 며칠있음 좋은데로 소풍가네?' 라고 말씀하셨어요.

     

    소풍가는날은 6월초. 현충일이 가까운 날이었으므로, 국화꽃한송이씩 손에들고

     

    동작구에 있는 국립현충원에 현장학습(을 가장한 소풍)을 가는 날이였더랬죠.

     

    점심도시락과 국화꽃한송이씩. 이게 준비물의 전부였으므로ㅋㅋ

     

    엄마는 동네슈퍼에 가서 김밥재료준비를, 그리고 국화꽃은 현장학습 당일에 사는걸로 준비 끝.

     

    그리고 현장학습 당일.

     

    엄마가 새벽부터 싸주신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국화를 사기위해 엄마랑 꽃집에 갔어요.

     

    역시 동네꽃집인지라, 같은 유치원 친구들도 엄마손잡고 바글바글ㅋㅋ

     

    다들 손에 햐안 국화한송이씩 들고 재잘재잘 떠들고있는데, 제가 엄마한테 꺼낸말은

     

    '엄마, 전 꽃 두송이사주세요.' 라는 짧은 한마디.

     

    (본인은 어릴때부터 특정순간에만 부모님께 존댓말을 썼다고함.

     

     그냥 일상적인 밥줘, 빵줘, 돈줘? 같은 말은 편한 반말로,

     

     어떤 촉에 의해 나오는 말은 깍듯한 존댓말로. 울아빠는 사극말투라고도 표현하심.)

     

    하나밖에없는 (그때는) 딸의 말버릇을 모르고지나쳤을 엄마가 아니기에.

     

    '희야, 친구들은 다 한송이씩 가져가는데 너만 두송이 가져갈꺼야? 희야 욕심쟁이야?' 하며

     

    엄마가 절 살살 달래려하셨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ㅋㅋ

     

    전ㅋㅋ 꽃집에 빽빽히 꽂혀있는 국화두송이를 손에 꼭 쥐고선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그렇게 동네아줌마들의 시선을 받으며 (엄마에겐 등짝 스파이크를 받았지) 유치원으로 출발.

     

    유치원버스에 올라타고 현충원으로 이동.

     

    이동하는 유치원 버스안에서 전 같은반 친구(여름이라 칭하겠음)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 너주려고 꽃 하나 더가져왔어.' 라고.

     

    여름이는, '꽃? 나도있어. 우리언니꽃은 좀 시들었는데 그꽃 울언니주면안돼?'...

     

    여름이는 일란성 쌍둥이였거든요. 여름이랑 여름이언니는 같은 유치원, 같은반에 다녔구요.

     

    언니를 생각하는 여름이의 말에.. 본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돼 그꽃 니꺼야. 너주려고사왔다니까?' 하며 여름이의 말을 무시해버렸어요.

     

    본인의 강압적인 태도때문이였는지, 여름이는 울먹거리기시작했고

     

    앞쪽에 앉아있던 여름이의 언니(가을이라 부르겠음)가 선생님을 대동하고와서

     

    '왜내동생울려!!'라고 퍼부어댔지만 개의치않았던 본인은..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며 울던 여름이의 손에 끝끝내 제국화한송이를 쥐어줫어요 (징한년)

     

    그렇게 시끄럽게 현충원에 도착하여 도시락 먹고 국화꽃드리며 묵념도 하고..

     

    아무일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듯했으나.

     

    유치원버스에 타려고 짝꿍과 손잡고 줄을 서있을때쯤.

     

    여름이는 급체를 한건지.. 배를 잡고 울어대기시작했어요.

     

    우리도 당황, 가을이는 더당황, 선생님은 완전당황..

     

    일단 다른아이들부터 유치원버스에 태우고, 배를 잡고 울어대는 여름이는

     

    버스조수석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됐어요.

     

    현충원에서 우리동네까지의 거리는 30분정도?

     

    핸드폰도 없던때라 아파하는 여름이를 선생님이 달래주는것밖에는 할수있는게 없었어요.

     

    (급한대로 휴대용반짓고리에서 찾은 바늘로 손도 따주심. 검은피를 보고 우리는 한번더 당황)

     

    그렇게 우리동네도 버스를타고 오던중, 사고가 나버리고말았구요..

     

    동네에 인접한지라 넓지않은 도로였는데. 곡예주행을 하던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전봇대에 버스를 들이받아버린.. 그런 사고였다고 나중에 엄마가 말씀해주셨어요.

     

    조수석.. 그러니까 선생님과 여름이가 앉아있던 그자리는.

     

    전봇대와 바로 부딪힌 그자리였어요..

     

    구급차, 경찰차, 구경하는 사람들..

     

    경찰아저씨들은 우리를 버스에서 끌어내리셨고, 우리를 살펴보시며 다친곳이 있는 아이는

     

    옆에 서있던 구급차쪽으로 보내셨어요.

     

    뒤쪽에 앉아있던 우리중에 크게 다친 아이는 없었던걸로 기억되네요.

     

    그렇게 여름이랑 선생님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저와 나머지아이들은 경찰아저씨와 다른 어른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귀가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천만다행이라며 몸여기저기를 살펴보셨고, 자기전에 청심환 할알을 먹여주셨구요.

     

    그리고 다음날. 아빠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갔을때 들었던 소식은.

     

    여름이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

     

    여름이의 부모님 그리고 가을이는.. 제정신이 아닌것같았어요.

     

    유치원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은 울며 손이발이되게 여름이 어머니께 빌고계셨던것같아요.

     

    울엄마아빠도 참담한 상황에 고개를 숙이고있는데,

     

    '엄마! 쟤야! 쟤!' 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던 여름이의 어머니가 제앞에 서계셨어요.

     

    저를향해 삿대질하던 가을이, 뺨을 때리시던 가을이어머니.

     

    가을이가 현충원으로 향하던 버스안에서 있었던 일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던거겠죠.....

     

    놀라굳어버린 울엄마아빠에게(정확히는 울엄마) 삿대질을 하며

     

    '저.. 저 고양이눈깔.. 지엄마 눈이랑 판박이일때부터 알아봤어야했어.. 그엄마에 그딸이라더니

     

     니가 방정을 떨어서 여름이가 잘못된거야! 이 저주받은년들아!!' 라고 울부짖으셨어요.

     

    (동네에서 여름이어머니포함 가까이 지내던 아줌마들끼리 계를 했다고함.

     

     적은액수가 아니였고.  계주가 돈을 들고 튀기 전날밤, 울엄마는 동네아줌마들을 끌고

     

     계주의 집에 찾아가서 쌩뚱맞게 커피얻어마시러 왔다며 자리를 펴고앉으셨다고.

     

     엄마는 별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다른아줌마들은 수다를 떨고있을때 엄마가 계주에게

     

     '생각고쳐먹고 우리 계속 얼굴보며 친하게지내면 안돼요?' 라고 물으셨다는.

     

     다른 아줌마들은 ?? 하는 반응을 보이셨고 계주는 아무말없이 커피만 마셨고

     

     끝내 엄마는 돌직구를 날리지않고 다른 아줌마들이랑 집으로 돌아가셨다고함.

     

     그다음날 계주가 야반도주한걸 알게된 아줌마들은 엄마의 실체?를 대충 파악했다고함)

     

    정신을 차린 아빠가 절 뒤로 감춰주셨고 여름이의 아빠도 무표정한 얼굴로 여름이어머니를

     

    일으켜세우고 한쪽으로 데리고가시기전까지.. 그냥 못박힌듯 서있었던것같아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선생님들과 병원에 가서 여름이와 마지막인사를 하고.

     

    (여름아, 울엄마가 그러는데 넌 부잣집 고명딸로 다시태어나 평생을 사랑받고 예쁘게 살거래.

     

     넌정말 다시태어났을까? 내가 널 다시만나면 알아보수있을까?)

     

    여름이를 멀리 떠나보낸 여름이의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오셔서

     

    '내가 미쳤었나보다.. 희야.. 아줌마가 미안하다.. ' 라며 눈물을 쏟으셨지만..

     

    어린마음에도 뭔가 심란하고..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게 제가살면서 처음으로 '저주'라는말을 듣게된일이구요.

     

    본인은.. 삶이 얼마남지 않은 분들의 발자국을 보는 저주를,

     

    그리고 세상에 태어날 생명을 느끼는 축복을.

     

    제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끼게될때마다 저주와 축복이 항상 같이있다는걸 실감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저주받은년!' 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그이면에는 '축복'이라는 뜻도 있는거니까... 라고 스스로 위로해야죠뭐 ^^;;

     

    악플보고 옛생각에 글풀어내는 나란여자 -_-

     

    이놈의 글은 쓰면쓸수록 주절주절 길어지네요.

     

    뿅.

     

    출처 http://pann.nate.com/b31958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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