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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7815
    작성자 : 무따
    추천 : 11
    조회수 : 941
    IP : 117.111.***.22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1/24 10:11:32
    http://todayhumor.com/?panic_97815 모바일
    기억의늪
    "이게 나란 말입니까?"
    거울을 본 사내는 그 속의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곤 머리를 매만져보고 입을 크게 벌려보고 눈을 깜박여보는 등 거울 속 사람이 자신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지 확인하고나서야 인정을 하는 듯 싶었다 절명감이 잠시 스쳤지만 이내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꽤나 잘생겼군요."
    그말을 하는 사내의 얼굴에 잘 난 사람들이 언제나 뿜어대는 오만함은 없고 타인을 칭찬하는듯한 담백함이 대신했다.

    "그러니까 선생님 제가 어떠한 충격에 의해서 기억을 잃었고 제 얼굴마저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좀더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발성해리기억장애가 의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차차 마음의 안정을 찾고 회복하실 수 있을겁니다. 너무 염려하시는건 오히려 불필요한 장애를 더 일으킬 뿐이니 평안함을 유지 하려 노력해보세요."

    "그렇군요...저에게 그렇게 말씀 하시는 걸 보니 당신은 의사시군요?"

    의사는 자신의 차트에 무언가를 기록함으로써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리곤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기억나는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 요청했다.

    남자는 그의 중지를 세워 눈과 눈사이를 열심히 문질렀다 무언가를 떠올리려할때 그의 습관이었다.
    의사는 재촉하지 않았고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내 고개를 든 남자의 눈에 확신의 어떤 빛이 스쳤다

    "당신은 .. 의사시군요 저는 방금 무슨 행동인가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확하다 확신할 순 없지만...무언가를 떠올리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것이 어떤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음...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제 착각같기도 하네요. 저는 아무것도 떠올리려 하지 않은 것 같네요. 떠오르는것이 없는 걸 보니까요. 

    그런데 저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무언가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이 있긴 해요. 그 예전이 언제를 말하는 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 후 오늘은 이걸로 끝내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네 그러는 편이 좋겠어요. 피곤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요. 요즘엔 통 잠을 못잔듯 하네요. 숙면을 취한 기억이 나질 않을 만큼요. 
    따뜻한 욕조 그리고 위스키 와 클래식음악이 나를 부르는
    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남자는 그자리에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입구로 향했다.

    그리곤 문을 열었다

    문이 반쯤 열렸을 때 남자는 손잡이를 잡은채 고개만을 뒤로 돌려 의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재빠르게 문을 닫고 의사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참 희안한거 있죠? 방금 제가 저기 밖에서 들어왔잖아요. 그리곤 문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제가 들어오려는 건지 나가려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더군요. 어떻게 그런걸 착각하는건지... 가끔 심각한 건망증 환자들이 자신이 하던일을 도중에 까먹기도 한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저도 나이가 들어선지 가끔 그런경우가 있나봐요. 참 우습죠.

    제가 근데 어떻게 들어오는 중이었다는 것을 알게됐는지 이야기 드리면 아마 놀라실걸요. 

    저는 선생님을 보고 확신한거에요!!

    지금 선생님을 처음 뵙는데 제가 나가던 중일리는 없잖아요?
    안그래요?

    근데 제가 왜 이곳에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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