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생사를 다투는 현장에서 극심한 피로를 뒤로하고 환자에 매달리고 계실 수많은 의료종사자 분들,
그 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급여 수가를 하루빨리 높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급여 수가가 낮아서 비급여에 의존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병원도 수익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라면, 지금 시스템에서는 급여 수가를 아무리 높여도 비급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치과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는데 충치가 발견됐을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스케일링이 급여라면 수가가 낮으니 적자가 나서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충치치료에 비급여인 금을 추천한다는 논리입니다.
자, 그럼 스케일링이 비급여라서 수가가 맞을때는 충치치료에 아말감을 추천할까요?? 아니요. 대체로 금을 추천합니다.
다시말하면, 급여 수가에 관계없이 의사는 추가수익을 얻기위해 비급여를 추천할 인센티브를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급여 수가가 너무 낮으면, 비급여를 추천해야할 인센티브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급여 수가가 높다고해서, 비급여를 추천할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의협에서는 급여 수가가 낮아서 비급여 진료가 만연하게 된 것처럼 주장합니다.
물론 급여 수가를 지금보다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급여 수가가 높아진다고해도, 비급여에 대한 의존은 여전할 것입니다.
병원이 수익을 더 내려고 하는 한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가가 낮아서 비급여에 의존한다는 말보다는, 비급여없이 수익을 내는 건 힘들다가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비급여 과잉진료를 그대로 둔다는 건...
경제활동에 가장 취약한 집단의 주머니에서 수익을 내는...
정말 비인간적인 경제활동을 눈감아주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무서운 건...
그 액수가 천문학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도입된 오바마케어..
안타깝지만, 전 실패가 예정된 것과 다름없었죠...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의료비용을 커버하다보니 개인이 내야 할 의료보험비가 터무니 없이 비쌀 수 밖에 없었고...
막상 진료를 받으려고하면 커버해주는 부분도 굉장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비급여 진료도 점점 높아져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그 땐 이미 늦지 않을까요?
정말 급여 수가만 높이면, 비급여 진료비도 안오르고, 의사들도 비급여를 권하지 않게 될까요??
아니요.
여전히 소수의 의사들을 제외하면, 비급여 진료에 열을 올릴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의 중점은 비급여 진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미리 막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연히 급여로 책정된 수가 조정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지만, 정책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지나친 의료비 부담에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료파산으로 생활보호 대상자가 된 후에 세금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의료보험비를 올려서 의료파산을 막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요?
앞으로 전반적인 의료비용이 낮아지게 되는거라면,
저처럼 사보험을 해지하고 의료보험을 더 낼 용의가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정조달이라는 큰 벽앞에, 문재인케어가 미완의 도전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정책입니다.
100년을 보고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 그 것이 바로 리더의 몫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