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새로운 시작-감찰의, 검찰의 바로섬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을 상대로 수사지휘를 하는 당번 근무일에 “ㄱ씨의 음주·무면허운전 지휘 건의가 들어오면 보고해 달라”는 ㄴ검사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당일 경찰은 음주·무면허 전과 10범인 ㄱ씨의 위법행위를 추가 적발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고했다. 임 검사는 “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구속은커녕 벌금만 낸 게 너무 의아한 사람이었다”면서 “음주 삼진아웃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지금껏 벌금만 낸 이유가 검사장이 보고 지시를 한 배경과 같겠구나 짐작했다”고 부연했다. ㄱ씨는 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의 아들로 검찰과 업무 협력을 하는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다고 한다.
이후 ㄴ검사장은 임 검사에게 ㄱ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종용했다. ㄱ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주차하기 위해 운전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어 명확히 혐의가 입증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ㄴ검사장은 “운전자에게 ‘주차의 의사’가 있을 뿐 ‘운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임 검사는 ㄴ검사장이 다른 검찰청으로 옮겨갈 때까지 두달간 경찰을 상대로 불필요한 수사지휘를 하면서 시간을 벌 수밖에 없었다. 임 검사는 “제가 얼마나 귀한 경찰력을 쓸데없이 낭비케 한 것인가 싶어 그 일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임 검사는 최근 불거진 ‘제주지검 압수수색 영장 회수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즐비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전관 변호사가 선임되자 영장을 몰래 빼와 불구속 기소하거나 공소장이 접수된 당일 공소장을 빼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동료들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 검사는 “제주지검 간부들의 일련의 대처, 감찰 요청한지 두 달이 넘었음에도 결론 없는 대검 감찰의 묵묵부답, 그리고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듯 한 중간간부 인사를 보며 과연 검찰이 스스로 고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어 서글프다 못해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간 임 검사는 검찰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4월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내부통신망에 ‘국정 농단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년9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아 민감한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과 2016년 1월 정기인사에서 연거푸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임 검사는 지난 10일 새 정부 들어 처음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