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다수의 탈북자단체와 보수단체 간부들에게 민간인 댓글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을 맡긴 정황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에서 포착됐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2009~2010년 보수단체에서 후원금을 받고 인터넷상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게시한 탈북자단체 ‘NK지식인연대’에 지급된 자금 출처가 국정원 정보활동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1일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평소 관리해오던 민간인들을 동원해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며 “이들은 탈북자단체와 보수단체 간부로, 국정원에서는 소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외곽팀 팀장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NK지식인연대는 국정원이 관리해온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단체”라며 “적폐청산 TF에서 이 단체에 국정원 자금이 유입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 회원들은 2009~2010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개설한 아고라 토론방에 북한 문제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이전 등 정치 현안에 대해 정부를 두둔하는 글을 썼다.
NK지식인연대는 2008년 10월 북한에서 3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한 탈북자들이 만든 단체다. NK지식인연대의 댓글 활동 시기는 2009년 2월 취임한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 통제하에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이 2009년 5월~2012년 12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9개팀으로 출범한 사이버 외곽팀은 2011년 24개팀으로 늘어났고, 총·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는 30개팀까지 확대됐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후 아고라 등에서 ‘한국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훨씬 우세해 북한군이 사이버전을 벌인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단체 회원들과 가족·지인 등이 친북적인 글을 반박하는 활동을 했다”며 “보수단체에서 자금을 지원해 글을 쓴 사람들에게 수고비 차원에서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당시 자금을 지원한 단체 이름과 금액, 전달 방식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단체 간부로 활동한 다른 관계자도 “공짜로는 못하니까 다른 보수단체에서 수고한다고 지원해주는 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이버 활동을 잘 아는 한 탈북자는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당시 NK지식인연대에서 10개팀 정도가 댓글 활동을 했다”며 “서로 모르게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지만 활동했던 사람들은 모두 국정원에서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댓글 활동이 중단된 배경에 대해 “수당 배분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벌어져 (국정원에서) 지원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