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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7538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40
    조회수 : 2232
    IP : 175.214.***.57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8/01/01 03: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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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는 지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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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웅의 아내는 남편의 변한 모습에 넋이 나갔다. 남편이 난폭하게 변한 것은 저기 있는 왜놈들 물건 때문인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 남편이 무서웠기 때문에 버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그런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렇게 한 동안 마루에 앉아서 허공을 바라봤다. 두 딸이 하교를 하고 집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넋이 나간 것 마냥 멍하니 있었다.


    정웅과 아내에게는 슬하에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있었다. 장녀 혜연, 차녀 영연, 그리고 막내아들 만석이었다. 두 딸은 소학교에 다녔고, 막내아들은 아직 어려서 이제야 걸음마를 땠다. 두 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평소에 자신들을 맞이해주던 엄마가 넋을 놓고 있는 모습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정웅의 아내는 그제야 아이들이 온 줄 알고 정신이 번득 들었다. 별것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며 아이들에게 삶은 감자라도 내어주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작은 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아내는 당장 뛰쳐나와 마루로 향했다. 차녀 영연이 눈을 가리고 방문이 열린 안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엄마, 저기... 도깨비가.. 도깨비가...”


    그것은 다름 아닌, 안방에 있는 일본 무사의 투구와 갑옷이었다.


    “아니야, 아니란다. 저것은 도깨비가 아니야. 아버지가 아끼는 비싼 물건이란다. 많이 놀랐겠구나...”


    영연이 많이 놀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말 안방에 도깨비가 있다며 울먹였다. 정웅의 아내는 속으로 괜히 저런 걸 들여와서 아이들이 놀라고 자신의 마음도 불편하게 해서 짜증이 났다. 남편이 뭐라고 해도, 지금이라도 당장 버릴까 생각을 가질 찰나,


    “에헴, 왜 이렇게 집안이 소란스러워? 무슨 일이야?”


    정웅이 돌아왔다. 아내는 별 것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큰딸에게 영연을 데려가라며 눈짓을 줬다.


    “여보, 어딜 다녀오셨어요? 양손에 든 것은 무엇이에요?”


    정웅은 자신이 가져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마루 위에 내려놨다. 보자기 속은 어마어마한 두루마리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풀었다. 일본 전국 시대의 사무라이 민속그림이었다. 사무라이가 적의 머리를 들고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는 그림이었다.


    “하하하... 이 얼마나 멋지나? 자네, 사무라이에 대해서 아는가?”


    정웅의 아내는 괴상한 그림을 보니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 남편이 일본인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하루아침에 바뀌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저 ‘잘 몰라요’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정웅은 다시 그 집에 가서 방과 복도에 걸린 모든 풍속화를 들고 온 것이다. 매우 흡족해 하며 방 마다 일본의 풍속화를 걸어 놨다. 안방은 물론이고, 아이들 방에도, 사랑방에도, 부엌에도 걸어 놨다. 그리고 왠지 모를 의식인지 그림을 보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린 두 딸도 아버지가 이상했지만 엄마가 입을 막자, 차마 대꾸 할 수 없었다.


    정웅은 그날 이후로 안방에서 혼자 지냈다. 평소에는 그 집에서 들고 온 기모노를 늘 입고 다녔다. 특히 집에 있는 시간에는 늘 갑옷과 검에 기도를 하며 보냈다. 일본어를 전혀 배우지 않았지만 자주 일본말을 했으며, 그림도 전혀 그릴 줄 몰랐던 사람이 일본 풍속화를 그리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웅의 아내가 참을 수 있던 이유는 정웅이 계속 철거 일을 꾸준하게 나가서 돈을 잘 벌어왔기 때문이다. 수완이 좋아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으며, 어느 새 본인이 작업소장의 위치에 올랐다.


    결국 정웅의 가족은 마을에서 손에 꼽히는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소문은 빠르게 마을로 퍼졌다. 정웅이 일본 귀신에게 신내림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정웅의 집에 몰렸다. 아내는 정웅에게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알렸다. 그러자 정웅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나가겠다고 했다. 정웅이 모습을 드러내자, 집 앞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예전 박정웅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고, 전국시대 그림에서 볼법한 일본인 사내가 있었다. 포마드를 발랐는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이마가 훤하게 보였고, 밀가루보다 흰 피부는 마치 온 몸에 화장을 한 것 같았다. 유난히 매서운 눈 밑에는 붉은 화장을 해서 자칫 귀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정웅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수근 거렸다.


    “자, 여러분. 제 모습에 많이들 놀라셨겠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매한 조선인의 생각으로 산다면 평생 지금의 생활에 벗어나지 못 할 것입니다. 과거 김용주 선생은 그것으로 벗어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졌지요. 저 또한 몇날며칠을 연구하며 일본의 우수함에 놀랐습니다. 저와 함께 기도를 하루만이라도 해보십시오. 달라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망 때문에 정웅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하에는 온 벽이 붉은 벽지로 발린 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곳에 있는 투구와 검 앞에 모두들 절을 올렸다. 정웅이 일어로 뭐라고 읊조리자, 모두들 그것을 따라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많은 사람들이 통곡을 하며 뭔가를 깨달은 듯 기도를 했다. 이후, 정웅은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봐주기도 하고 마을의 운명에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신도들이 늘어갔다. 정웅은 또다시 막대한 돈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아내는 굴러들어오는 돈에 남편이 무슨 짓을 하던 상관없었다. 예전처럼 힘들게 안 살아도 되고,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본인은 편하게 사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오히려 속으로는 정웅보다 그 일본신(神)을 믿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정웅의 두 딸이었다. 큰 딸 혜연과 작은 딸 영연은 매일같이 학교에서 아버지가 쪽발이 귀신이 붙었다며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아버지가 싫었다. 모든 것이 그날 갑옷과 일본도를 가져 온 날부터 아버지가 이상해 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것을 없애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왔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윗사람의 부름에 다른 지방으로 간 것이었다. 서둘러 혜연과 영연은 지하로 내려갔다.


    “언니, 진짜 저것을 버릴 것이야? 아버지가 알면 야단치지 않을까?”


    혜연은 단호했다. 아버지가 일본 귀신에 씌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너도 알잖니? 우리 어릴 때를 생각해봐, 그때는 가난해도 행복했어. 고것만 버리면, 우리는 예전처럼 행복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영연은 엄마가 내려 올까봐 망을 봤고, 혜연은 물건을 가져오기로 했다. 혜연이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 참 시간이 지났는데, 언니가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제야 뭔가를 영연은 깨달았다.


    “아?! 언니가 무거워서 혼자 못 들고 오겠네, 그걸 혼자서 어떻게 들고 와?”


    영연은 혜연을 도와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방의 광경을 보고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니까 몇 년 전, 아버지가 처음 그것을 들고 온 날에 영연은 안방 문을 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엄마와 언니는 투구와 갑옷을 연결 시켜 놓은 형상 때문에 놀란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영연은 진짜 도깨비 같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보게 되다니 너무 무서웠다. 검은 기모노를 입은 남자, 하얀 얼굴에 찢어진 눈, 눈에 초점이 없지만 사방으로 불규칙적으로 눈을 움직였다.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더군다나 치아는 쥐를 잡아먹었는지 새빨갛게 피가 묻어 있었는데, 그것이 언니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언니에게 얼굴을 들이 밀 때마다 피를 흘렸다. 무엇보다 그의 산발이 된 붉은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영연은 그가 언니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언니를 크게 불렀다. 하지만 언니는 무얼 하는지, 영연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붉은 머리의 도깨비만큼은 영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리면서 영연을 흘겨봤다. 영연은 그것과 눈이 마주치자,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렸다. 밀려오는 공포감에 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그리고 도깨비는 마치 관절이 부서져서 몸과 머리가 따로 놀 듯 한발자국, 한발자국 영연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영연은 언니에게 미안하지만 방문을 닫고 1층으로 냅다 뛰었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언니가 위험해요, 엄마, 엄마...”

    문화류씨의 꼬릿말입니다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실 나이를 더 먹는 다는 것에 대한 무계때문에 반갑지 않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올 연말은 나가지 않고 '끝나지 않는 지배'를 기획하고 글을 썼네요.
    그리고 좀 전에 2017년과 2018년에 이어서 2부를 끝마쳤습니다.
    뭔가 감회가 새롭네요 ㅎㅎㅎ
    지난 2017년까지는 금전적인 문제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도 저를 위한 글보다는 타인을 위한 글이나 기획을 많이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시스템의 노예가 된 기분이었고,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제가 예전에 썼던 글들이 오유 공게에서 반응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도전하려 했지만,
    누군가가 저의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기다려주신다는게 저에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늘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여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독자를 위해 기획하거나, 이야기를 쓸 때에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쓰면서 쓰는 재미를 느낌니다.
    26살 때부터 스토리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중의 평가가 아닌,
    클라이언트의 평가나 상부에게 평가를 받아서 회의를 많이 느꼈습니다.
    32살, 역시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여러분이 증명 해주셨습니다.
    잘 쓰지 못한 글이지만 앞으로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2018년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여러분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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