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4일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 자신을 중국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고 소개하면서 남긴 글이다. 글쓴이는 이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야비하고 비열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본인이 부도덕하다는 것을 시인한 셈인데, 얼마나 야비하고 비열하길래 이럴까.
■ 어느 중국집 사장의 10년째 퇴직금을 주지 않는 방법
글쓴이가 10년째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 방법은 간단했다. 직원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급여에 퇴직금 포함'이라는 단 여섯 글자만 써넣으면 끝이라고 했다.
뒤통수(?)를 치는 직원을 대처하는 방법도 알렸다. 그는 "직원에게 법의 오묘함을 말해주면 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를 바로 다 취소한다"면서 "다들 쉽게 꼬랑지를 내린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노동법은 형법으로서 직원이 고소하면 퇴직금을 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 계약서를 가지고 민법에 호소하면 된다. 그래서 (승소하면) 변호사 선임 등 소송비용 일체를 모두 그 직원이 물어내게 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서 작성 당시 근로자와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여는 시세보다 좀 더 줄 테니 계약서는 형식적인 거니까 그냥 사인하고 일해라. 아니면 같이 일 못한다"고 밝혔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가면서 불합리한 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이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무조건 최저 시급으로 작성하며 6개월 단위의 근로계약을 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저는 중국집이라서 위의 합의가 아주 쉽게 이뤄진다. 날이 갈수록 닳고 닳아가는 제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라며 푸념했다.
■ 계약서에 쓴 '급여에 퇴직금 포함' 특약 사항… 합법적일까?
글쓴이가 주장한 내용은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는 '포괄 근로계약서'의 한 일종으로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암암리에 행해졌던 악의적 불평등 계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쓴이의 주장이 맞을까. 먼저 근로계약서의 특약 사항을 확인해 봤다.
이 내용은 급여를 주변 시세보다 더 많이 주는 대신 퇴직금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인데, 확인 결과 2012년 7월 26일 시행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위법이다. 아무리 계약서에 '급여에 퇴직금 포함'이라는 특약사항을 넣는다손 치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에 따르면 근로자가 퇴직하고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이와 같은 내용은 위법이다. 피해를 입은 근로자는 전국 각 지역의 고용노동부를 방문하거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서 임금 체불 상담·신고·제보를 통해서 구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글쓴이가 주장한 변호사 선임 및 소송비 일체를 직원에 물리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 내용은 민사에 해당된다. 이원석 공인노무사는 "고용주가 주장하는 해당 내용은 퇴직금 명목으로 줬던 정해진 월급 이상의 금액을 되돌려 받는 소송이다. 이 금액을 되돌려 받기 위해선 민사 소송의 '부당이득 반환청구'에 해당된다. 재판에 따라 고용주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던 금액을 근로자로부터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고용주가 승소를 하려면 근로자에게 월급 명세서에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라는 점을 표기했거나 해당 내용을 분명히 했을 경우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 비용에 관해서는 보통 승소한 쪽이 비용 일체를 전부를 내지 않으므로 결과에 따라 일정 부분을 근로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고용주는 직원에게 퇴직금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며 급여 이상 분을 되돌려 받을 순 있다. 하지만 판결에 따라 제반되는 재판 비용을 일방적으로 직원에게 전부 받을 순 없다.
결과적으로 고용주가 '부당이득 반환청구'에 승소하더라도 부당이득이 퇴직금보단 적다.
■ 여전히 뻗어 있는 우리 사회의 '꼼수'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글은 당시 카페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예비 창업자나 자영업자인 카페 회원 대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부끄럽지 않으세요", "정말 야비하네요" 등의 비난을 쏟아졌으며 한 네티즌은 "사회적 분위기도 모르나요? 이런 글은 자칫 자영업자의 갑질로 보일 수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꿀팁'이라면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전례 없는 파격적인 인상 폭에 경영계는 당연히 반발했지만, 근로자들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고용주가 직원을 해고하거나 월급을 적게 주기 위해 어떤 '꼼수'를 고안해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관계 법령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법치가 일상생활 깊숙이 닿지 않아 빚어진 '꼼수'다. '꼼수'를 부리는 쪽과 이를 막아서는 쪽, 이것은 마치 안 주려는 쪽과 받으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한편, 글쓴이가 해당 카페에 남긴 가입 인사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장입니다. 또한 자랑스러운 가장입니다"라고 남겨 씁쓸함을 자아냈다.
기사제목만 보곤 복지혜택이나 근로환경을 개선 해 10년동안 직원들이 퇴사를 안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