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서는 "털 없는 개" 라는 괴담이 있었다.
초등학생 무렵,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병 걸린 개 이야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그런게 아니야. 더 기분 나쁘고 무시무시한 거라고.] 라는 것이었다.
털 없는 개는 새벽 2시쯤, 국도에서 시민 수영장으로 향하는 도로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인 우리들에게는, 새벽 2시라는 시간만으로도 이미 미지의 세계라 상상도 못할만큼 무서운 이야기였다.
또 하나 무서웠던 것은, 어른들한테 털 없는 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어른들이 들으면 털 없는 개의 먹이가 된다나 뭐 그렇다고 했던 것 같다.
여름방학 어느날, 나는 친구 Y네 집에 묵기로 했다.
Y한테는 고등학생 형 T가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외국 노래를 기타로 연습하고 있었다.
밤이 되어 우리는 Y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T형한테 빌린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2시 가까울쯤, T형이 우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 자냐?]
[오늘은 안 자고 아침까지 놀거야!]
[그러냐. 나 지금부터 차 타고 나갈건데 너네도 같이 갈래?]
나와 Y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초등학생에게 있어, 심야 드라이브는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호기심이 마구 차올랐다.
[응, 갈래!]
우리는 Y의 부모님 몰래 방에서 나와, 차로 뛰어들었다.
T형은 공부보다는 노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 운전 면허는 작년 여름 진작 따놓았다고 한다.
T형의 볼일은 별거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러 나온듯 했다.
우리한테도 먹을거리를 사줬기 때문에, 우리는 잔뜩 신이 났다.
돌아오는 길, T형은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A야. 너 털 없는 개 이야기 알아?]
[응.]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T형은 씩 웃더니, [보고 싶냐?] 라고 물어왔다.
[형, 그거 본 적 있어?]
[시민 수영장 지나가는 길이잖아. 어때?]
[보고 싶어요.]
실은 조금 무서웠지만, 호기심 앞에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금세 차는 시민 수영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1시 34분.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소리만 기분 나쁘게 울려퍼진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혹시 모르니까 일단 차 문은 잠굴게.]
T형의 말에, 내 공포심은 와락 되살아났다.
왜 문을 잠구지?
털 없는 개가 도대체 뭐길래?
차 안은 무척 더워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T형의 담배연기가 가로등 사이로 흩어진다.
[저기 있다.]
T형이 중얼거렸다.
나와 Y는 앞유리에 얼굴을 바싹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그림자가 흔들린다.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 손바닥에 떨어진다.
왜 한밤 중에?
왜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된다는거지?
털 없는 개는 우리가 탄 차 옆을 지나, 수영장 벽 그림자 안으로 들어서더니 이윽고 모습을 감췄다.
돌아오는 길, Y가 입을 열었다.
[형, 왜 저건...]
그 이상은 차마 말하지 못하더라.
[나도 잘은 몰라. 그렇지만 한참 전부터 저러고 있다더라.]
T형은 그 말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와 Y는 털이 없는 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늦은 밤에 나타나는 이유도,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되는 이유도.
개는 사실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간 또한 아니었다.
개도, 인간도 아니었다.
지금도 털 없는 개는 나타나고 있을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떠올리곤 하지만, 그걸 확인해 볼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