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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kakao.com/v/375706800
포털 한구석 예능 기사에 박혜진 아나운서가 나오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클릭하니, 예능 MC를 맡는다는 소식이다. 온스타일에서 하는 '뜨거운 사이다'란 방송인데, 오늘이 첫 회인 모양이다. MC포함 여섯 명의 여성 패널이 나와 이런저런 주제를 다루는 토크쇼인데, 예고편 클립에서 여성주의 느낌이 잔뜩 나길래 제대로 다시보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1회 첫 방송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회라서 편집이나 구성에서 다소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지금보단 향후가 기대되는 방송이란 생각이 들며 점수로는 85점을 주고 싶다. 기획과 시도는 100점이다.
책과 영화를 망라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컨텐츠의 성격은 '다른 관점, 새로운 관점을 주는' 구성물이다. 역사물이건, 이론서건 혹은 SF이건 기존 관념을 흔들어 대며, '이런 측면도 있는 거 생각해 봤나?'라며 새 시각을 주는 컨텐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차분하게 진행되는 여행 프로나 건축 소개 방송도 좋아하지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될 가능성도 적다고 본다. 하지만, 여성들이 나오는 여성주의 컨텐츠에는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왜냐면, 치우친 시각을 교정해 주기에. 여성주의 컨텐츠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최근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나의 경향성이 목격된다. 극우를 대표하는 일베와 그나마 진보적이라는 오유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 그것이다. 양 진영에서 나오는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을 보면, 누가 오유고 누가 일베인지 알 수가 없다.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정도의 차이이지, 유독 여성주의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둘은 사이가 좋다.
증세와 감세, 대결주의와 평화주의, 공영화와 민영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군비증강, 동성애, 사형제, 낙태찬반, 이슬람, 노동 거의 대부분 주제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유독 여성주의 주제에서는 둘은 합의를 본 인상이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좀 그런 경향이 있고. 대체로 민족주의 이슈는 예전부터 좀 보수적인 경향이 있긴 했지만,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짝짜꿍이 잘 맞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예측건대, 소개한 이 방송 '뜨거운 사이다'는 크게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다. 지지 세력이 없는 동시에 공격 세력은 많고, 거기에다 투항한 여성들의 공격은 더 아플 것이다. 원래 미국 노예제 하에서도 목화 따는 필드 슬레이브보다 하우스 슬레이브가 더 독했다. 집 안에서 백인들과 같이 있으니, 필드 슬레이브에게 더 경멸을 쏟아내곤 하는 것이다. 일종의 충성심 경쟁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일제시대에도 조선인 순사가 더 독하지 않았나.
이 방송은 불편하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것은 원래 불편한 것이고, 정치적 지향이 같지 않으면 더 가시방석이다. 기계적 중립 구도를 만든 썰전보다 정치적이고, 전복적이며, 편향을 숨기지 않는다. 방송에서 말하길, 현재 공중파와 지상파 예능 29개 에서 남성 MC, 남성 위주 패널 예능이 26개이고, 여성위주패널이 3개다. 26 : 3 이다. 따라서, 26 : 3의 구도에선 필요한 방송이라고 본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말처럼, '구부러져 있는 막대기를 펴기 위해선 반대 방향으로 부자연스레 힘을 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예능도 충분히 여성 친화적이고, 여성이 즐길 만 하지 않냐고? 물론, 그럴 수 있다. 다만, 남성이 만든 구조 속의 남성 친화적 방송을 여성들 스스로 원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와 관련하여 워싱턴포스트지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를 여성주의자로 볼 수는 없겠으나, 그녀의 자서전 한구석에서 본 그녀의 여성주의적 시각 단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이 맥락에서 언급해 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여성은 동등하다는 여성운동의 중심 메시지가 아니라, 여성도 그들에게 적합한 생활 양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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