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한국대표 기업인들, 사드 보복·美통상·규제 등 대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첫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새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相生) 협력 방안에 적극 동참하겠다 뜻을 밝혔다. 동시에 규제 완화를 건의하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통상 이슈 등으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만남은 오후 6시 '호프 타임'에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는 문 대통령의 건배사로 시작.
◇기업인들 "사드 영향 완화될 기미 없어"
본격 간담회에 앞서 열린 호프 타임에서 먼저 '사드' 문제가 화제.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거 같은데 어떠냐"는 문 대통령 물음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 개발해서 도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중국에서 판매량이 60% 급감하면서 전체 순이익이 반 토막 났다. 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우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경쟁사 대비 염려가 없다" "신세계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완전히 없어졌다. (사드 충격이) 전혀 완화될 기미가 없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제기했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사드 문제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해 상당한 타격.
문 대통령이 "전기차에 있어 우리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 않으냐"고 말하자 구 부회장은 "중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키우려고 한국 업체는 못 들어오게 명문화했다. 우리가 들어가면 중국 로컬(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니까"라고 답했다. 옆에 서 있던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베트남도 (중국으로부터) 그런 압력이 있는 모양이던데. (중국과) 사이 안 좋으니까 베트남에서 수입 막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 가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통상 문제 어려움 토로… 규제 완화 건의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통상 문제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요즘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걱정이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저희는 당분간 미국에 보내는 거는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기로 방향을 잡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작년 포스코의 총 생산물량은 3600만t. 이 중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 100만t(2.8%)은 올 들어 거의 수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응답. 그러자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국무총리 마찬가지이고, 경제부총리도 그렇고…"라고 정부 부처를 언급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들을수록 믿음이 안 간다"고 맞받아 참석자들이 모두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들여야 할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다. 그런 고충을 앞장서서 해소해시켜 주고…"라고 말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자 입지 조건 등 규제 완화를 건의. 문 대통령은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 태양광이 어떠한가.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금 부회장은 "(태양광에너지 비율이) 5%가 안 되지만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시켜 주시면…"이라고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 상향 조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계획. 이날 비공개간담회에 대해 정부 측 고위 참석자는 "기업인들이 정말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기업 경영·정책과 관련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평가.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대기업 법인세 증세'와 관련한 이야기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